• “촛불 프라이머리 하자”
        2009년 01월 09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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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그리고 이후 진보정치의 진로를 묻는 <레디앙> 신년 좌담이 지난 6일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레디앙 사무실에서 있었다. 이재영 기획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촛불 프라이머리를 하자”고 주장했다.

       
      ▲ 지난 6일 좌담이 열린 <레디앙> 사무실.

    참석자들이 말하는 프라이머리는 개방형 예비경선제로 보궐선거나 지방선거에서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 이른바 진보개혁 진영의 후보를 대상으로 ‘촛불 세력’이 중심이 돼 단일화를 이뤄야한다는 의미다. 구체적 방책을 냈다기보다는 그 같은 큰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한 수준이었다.

    금년 정세의 시발점이라 할 경제난에 관련하여 한귀영 실장은 “지금과 같이 사회안전망 장치나 정부의 구제대책이 나타나지 않아 불만들이 누적이 된다면, 3/4분기부터는 남미처럼 경제문제가 정치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평을 빅카드 가능성"-"서울 복지동맹으로 선거연합"

    반면, 신장식 대변인은 “분노를 새로운 정치적 행동으로 가져갈 수는 있지만, 이 새로운 정치적 행동이 역사적 퇴행으로 가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오바마 정권의 등장 등 미국과의 관계가 한국 시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세 참석자 모두가 ‘엇박자’와 ‘거꾸로 가기’를 염려했다.

    연말 연시 국회에서의 충돌에 관련해 세 참석자는, 경제위기로 ‘용도폐기’될 위기의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실적을 가시화하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강공을 펼칠 것이며, 올해에도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 진단했다.

    이후의 전망에 대해 세 사람은 ‘설 민심’을 주목해야 하다면서도, 2월 국회에서 MB악법 통과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세 사람이 주로 주목한 것은 올해의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였다. 한 실장은 “은평을 재선에서 이재오와 심상정이 맞붙을 경우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 성격의 빅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신장식 대변인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복지동맹, 일자리 동맹으로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선거연합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 실장은 “민주당은 약해졌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는 걸출한 인물들이 있다. 의석수나 세를 떠나서 민주당과 진보진영 사이의 힘의 균형이 과거보다 훨씬 근접해졌다”며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예측을 내보였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선거연합이 이루어진다면 아래로부터 압력을 받고 대중적 차원에서 돌파구를 만들라는 요구에 정치권이 화답하는 방식일 것”이라며 “아래로부터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실현방법 등을 포함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고, 그 결과물로서 후보 단일화 프라이머리가 가능할 수 있다”고 ‘촛불시즌2’ 형식의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 방법을 제시했다.

    신년 좌담을 세 차례로 나누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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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그 이상으로 안 좋아질 것

    이재영 기획위원 오늘 주제 자체는 범상하나 말씀을 ‘노골적으로’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웃음) 정세, 경제위기나 미국 문제, 재보궐 선거라거나 내년 지방선거, 민주연합 혹은 반신자유주의연합 등과 관련해서 방향성을 분명하게 명징하게 밝혀주시는 것이 좋겠다.

    우선, 오늘 좌담이 경제 문제를 다루는 자리는 아니지만 경제전망을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경제위기는 계속 있어왔지만 금년에는 조금 심각한 측면이 있고,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정국 구상도 연계해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짚고 넘어가보자.

       
      ▲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 ‘연초(年初) 효과’라고 해서 외환보유고도 늘고 주가도 뛰는 일시적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인 것 같다. 연초부터 대기업들의 조업중단-축소가 이어지고 있고 중소기업 가동률이 60~65%정도이며 자영업 폐업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래로부터의 타격 즉 고용, 실업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마이너스 고용이 엄습해 올 것이고 이 경우 과거 구조조정 방식과는 다르게 올해는 비정규직이 먼저 해고당할 것이다. 과거에는 구조조정 대상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서비스업을 팽창시키는 현상이라도 있었는데, 그것도 안 된다면 실업을 맞은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의 대상이다.

    또 하나는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냐 하는 문제다. 부동산이 반토막 날 때 금융기관은 부동산 대출 문제로 심각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특히 2005년 부동산 버블 정점 시기에서 이제 원금을 상환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고, 이것이 일시에 돌아왔을 때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파산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반면 서민대출은 점차 중단되어 서민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양극화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경제위기, 정치위기로 전이될 수 있어

    한귀영 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 경기전망을 조사해보면 저학력 저소득의 서민들은 실물경제 위기를 우려하면서도, 실제로 자기 삶의 문제로 느끼지 않는 반면 고학력 고소득자나 중산층들의 경제 불안감이 가장 높다.

    문제는 올해 1/4~2/4분기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그 피해가 서민층에 직접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율이 높은 편인데, 내수가 줄어들면 자영업 부분이 직접 타격을 받게 되고, 그 타격을 흡수할 다른 통로가 없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자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지금과 같이 사회안전망 장치나 정부의 구제대책이 나타나지 않아 불만들이 누적이 된다면, 3/4분기부터는 남미처럼 경제문제가 정치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빈곤에 의한 자살, 영유아 유기 등 가정 해체와 관련된 몇 가지 지표다. 경제문제는 사람들이 참지만 이런 문제들이 결합되고,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금년 중반 이후부터는 정치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이재영 한 실장은 남미식으로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외국과는 다르게 사회적 충돌이 호황기 이후에 나타나왔다. 오히려 공황기 때는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역사적 전례가 있다. 한 실장이 주장의 이유나 근거를 설명해달라.

    이 정권의 계급성 강한 정책이 충돌 가져올 것

    한귀영 국내에서 호황기 이후 나타난 운동들은 중산층, 학생운동이 중심이었다. 서민층이 주축이 아니었다. 여론조사상으로 보면 한국의 저소득층은 가장 보수적인 층이며 냉전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층이다. 이 층들이 가장 보수적이기에 그동안 사회운동에서 배제되어 왔었다.

    즉 사회운동을 이끌어 가는 층은 ‘서민층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서민층은 관심이 없는 이원화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작년 촛불집회를 보면 진보세력이나 진보운동들이 없는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촛불 쇠고기 정국이 시작되었고 이것이 2~3달 가까이 지속된 바 있다.

    사실 촛불 이전부터 여론조사에서 정책을 놓고 정부와 국민이 충돌하는 상황들이 올 것이라는 징후가 있었으나 그것이 너무 빨리 온 것이다. 어쨌든 이 정부 정책이 어느 정부보다 계급성이 강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만큼 앞으로도 정책을 사이에 둔 국민과 정부 간의 충돌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 한 실장 말씀처럼 국민들의 분노가 쌓여 ‘못 살겠다’까지는 갈 것 같은데 ‘갈아보자’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먹고살기 힘들어졌을 때, 그 분노를 새로운 정치적 행동으로 가져갈 수는 있지만, 이 새로운 정치적 행동이 역사적 퇴행으로 가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

    경제불안, 보수반동 사회 만들 수도

    특히 걱정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없고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집단이나 개인의 리더십이 보여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 반동적, 보수적으로 변해 일정한 희생양을 찾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오는 2010년이나 2012년에 정치 일정이 있는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가 떨어진 것처럼 국민적인 분노가 심할수록 오히려 계급적으로 단결을 이루는 것은 서민보다는 이명박 정부를 둘러싼 계급일 수가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는 이와 같은 양 측면을 감안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김민영 지난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정치적으로 부딪힌 대목이 아주 명확하진 않지만 부자감세나 민생대책 예산 등이다. 내가 보기엔 예산안 자체를 놓고 이번처럼 사회적으로 충돌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과거에는, 예산안은 정치적 협상카드 정도로 이용한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번엔 ‘부자감세는 안 된다’는 사회적 저항이 강했다. 이는 과거 정치형태와 비교해보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향후에도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냄비를 두드리는 방식’의 민생고 투쟁이 산발적으로 벌어질 경우, 이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걸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한귀영 실장과 신장식 대변인이 말한 두 경로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해지지 않을까.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

    이재영 경제문제 말고 다른 조건 중 하나가 오바마 정권 등장일 텐데, 오바마 정권이 대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한이라는 틀에서 어떤 정치사회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신장식 사실 꽉 짜여진 정치구도에서 ‘다이나믹’한 정치가 없었던 유럽에서 젊은 사람들은 오바마의 당선을 보고 열광했지만, 우리는 정치적인 ‘다이나믹’이 늘 있어오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오바마 다이나믹’에 대한 신선함보다는 오바마의 리더십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3김 이후 국민들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리더십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한 번 유세를 하면 ‘반경 10km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민의 정치적 역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리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개인의 출중함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적 실체와 그것을 상징하는 개인, 리더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바마가 당선이 되었다고 해서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칠까? 사실 미국과 한국의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일은 있겠지만 글쎄, 한미FTA정도?

    이재영 사실 한미관계는 계속 엇박자였다. 카터 때는 박정희였고 클린턴 때는 김영삼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미국이 부시였다.

    주한 미대사 백범기념관 방문의 함의

    김민영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주한미대사가 백범기념관에 갔다는 기사가 났더라.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 분석도 많이 하던데, 나는 이명박 정권이 일본과 친해보려는 지향이 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미국 정치세력이 한국 정부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이런 정치적 행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필요 이상으로 이 정부가 일본에 대해 너무 노골적으로 가까워지려 한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역사논쟁도 그렇고, 또 위기국면에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미네르바에 의해 <아고라> 등에서 대단한 논란이 되지 않았었나? 일본 자본에 의한 한국침공이란 표현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변화’라고 하는 것이 세계적 화두가 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일본도 몇십 년 만에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고 하던데, 일본 안에서는 국민들이 오바마 당선 후 가장 많이 느꼈던 단어가 ‘Change’라고 하더라.

    그러면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국가들의 정치적 변화가 한국사회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정치구조나 대중의 인식에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지방선거까지 한국은 정치적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변화’를 끌고 가기 위해 잘 조직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방선거까지 가져가야 하는 부담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한미FTA 재협상은 이면합의 형식 가능성 높아

       
      ▲ 한귀영 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

    한귀영 한미간의 엇박자가 중간 중간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당장 한미FTA의 엇박자 가능성이 높다. 한미FTA에 대해 오바마의 경우 자동차 노동자층이 지지 기반이기에 버리고 갈 수 없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FTA 구조는 재협상이든 어떤 형식이든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받아넘길 것이냐가 관건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를 강행처리했는데 하반기에 한미FTA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협상 능력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런데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내용은 재협상이어도 레터교환(side letter, 비공식 이면합의서-편집자) 형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는 미국 쪽이, 쇠고기는 한국에 이익을 주는 쪽에서 합의되지 않을까? 그리고 파병 문제도 오바마가 얼마 전에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이를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받을 것인지 봐야 할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권과 달리,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이 한미관계이고 미국도 이에 대해 안심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막상 구체적 정책으로 들어가 보면 만만치 않은 안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중간 중간 정책적 엇박자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주류 상식 만들어야

    김민영 미국은 국익으로 똘똘 뭉친 나라다. 한국에 호의를 베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지난 30여년 동안 전 세계를 완전히 장악했었던 신자유주의가 도전받고 있거나 회귀되는데 그 정점에 오바마의 새로운 정치노선과 사회정책이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로 똘똘 뭉친 정권이 국정을 펼치는 상황이다. 그 동안 ‘미국 따라가기’가 마치 정답처럼 된 상황에서 미국은 반대로 가는데 우리가 과거의 미국을 따라간다는 엇박자와 혼돈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완화나 개방, 감세 같은 이명박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미국을 통해 이미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조건에서도 이 정부는 이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추상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왔던 몇 가지 상식들, 수출로 먹고 산다든지 금융으로 돌파해보자든지, 이런 상식들이 눈앞에서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보여지고 있는, 상식들이 도전받는 시기에 와있는데 문제는 새로운 주류 상식을 만들 대안세력의 능력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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