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언론법 협상, 민주당 판정승”
        2009년 01월 07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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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월6일 대한민국 국회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농성을 해제했다. 국회 사무처는 본청 출입 제한을 해제하고 주요 출입문을 열었다. 여야는 극한 대치에서 벗어나 쟁점법안 일괄처리에 합의했다.

    협상 결과가 공개되자 여야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원내의석 172석의 한나라당에 맞서 82석의 민주당, 5석의 민주노동당이 연합 작전을 펼쳤다. 여야 합의 결과는 의석수의 우열과는 다르게 나왔다. 언론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은 민주당을 향해 ‘판정승’ ‘우세승’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한나라당을 향해 ‘백기 투항’ ‘판정패’라는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7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 ‘96만 고용창출’ 주먹구구 계산>
    -국민일보 <쟁점법안 처리 합의…국회 정상화>
    -동아일보 <여, 쟁점법안 대폭후퇴 끝 타결>
    -서울신문 <여야 ‘쟁점법안 처리’ 일괄 타결>
    -세계일보 <쟁점법안 처리 협상 타결>
    -조선일보 < ‘무법국회’ 싸우는 사이 서민들은 전과자 됐다>
    -중앙일보 < ‘녹색뉴딜’ 50조원 투입 일자리 96만 개 만든다>
    -한겨레 < ‘법안전쟁’ 공멸은 피했다>
    -한국일보 <내년 ‘노동대란’ 우려>

    한겨레 "한나라, 전략적 목표 달성 실패"

       
      ▲ 한겨레 1월7일자 1면.  
     

    방송법 신문법 등 언론법은 여야 쟁점법 처리 협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현안이었다. 민주당은 언론법은 밀리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한나라당도 언론법 처리를 위해 지도부를 압박했다. 여야는 ‘언론법 6+2’라는 타협안을 만들어냈다. 전파법, 언론중재법은 오는 8일까지 여야 협의처리를 하고 방송법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등 6개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민주당은 방송법 신문법 등 쟁점 언론법의 국회 상정을 막아냈다. 또 ‘빠른 시일’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2월 임시국회 등 처리 기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겨레는 7일자 3면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선점으로 배수진을 친 민주당의 ‘옥쇄 전술’에 말려 결국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반면 민주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애초 설정한 전략적 목표에 그런대로 다가서는 성과를 올렸다”면서 “방송법을 비롯한 언론 관련 핵심법안과 인권·사회 관련 쟁점 법안은 자신들의 애초 요구에 가까운 합의안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 "한나라당 판정패,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

       
      ▲ 세계일보 1월7일자 4면.  
     

    서울신문은 3면 기사에서 “민주당은 최대 쟁점이었던 미디어관련법에서 우세승을 거둔 것 같다”면서 “시기도 규정하지 않고 합의처리라는 안전장치를 둘렀다. 이른바 ‘MB악법’의 상징적인 법안을 저지했다는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4면 <출혈 큰 한나라…미소 짓는 민주>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당초 공언한 85개 쟁점법안 일괄처리를 못한 데다 막판 협상에서 경제관련 법안을 얻어내기 위해 ‘뜨거운 감자’였던 미디어 관련법, 복면착용금지법(집시법) 등을 양보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한나라당은 사실상 판정패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민주당은 지지율 상승과 내부 갈등 봉합이라는 겹경사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3면 기사에서 “큰 틀의 합의와는 달리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일단 민주당의 ‘판정승’이라고 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국민일보 "민주당 판정승"

       
      ▲ 국민일보 1월7일자 4면.  
     

    국민일보도 4면 기사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미디어 관련법의 경우 민주당의 판정승이라는 분석이 많다”면서 “상대방 동의를 전제로 하는 ‘합의’라는 문구를 넣은 데다 시기를 특정하자는 한나라당의 요구도 무마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한나라당의 언론법에 우호적 견해를 보였던 언론들은 한나라당을 질책하는 한편 민주당이 국회 파행 과정에서 보여준 물리적 행동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3면에 <10년 여당 끝, 야당된 민주…거친 ‘야성’ 폭발>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4면에 <위기 닥치니 모래알…한나라 친이계 와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을 열린우리당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과 닮은꼴 비유한 조선일보

       
      ▲ 조선일보 1월7일자 3면.  
     

    정우상 기자는 3면 기자수첩 <‘열린우리당’ 닮아가는 한나라>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방송법 등은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결론으로 불씨를 여전히 남겨 놨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선 ‘본전도 못 챙긴 완패’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정우상 기자는 “여권의 뒤늦은 ‘네 탓 타령’을 보며 꼭 4년 전인 2005년 초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닮아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당시 강경파의 고집으로 국가보안법 개정에 실패했던 열린우리당에선 친노와 반노,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볼썽사나운 삿대질이 이어졌고 당 지도부가 물러났다. 이후 계속된 여권의 분열은 재·보선 40전 40패로 이어져 정권 기반은 서서히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가 3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역사 속에 사라진 정당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정당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한나라당의 협상 결과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동아일보 "한나라당 사실상 민주당에 백기"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민주당에 백기를 든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입법의 취지를 크게 손상시킨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6면 <민주 ‘악법 낙인찍기’ 구호전/논리 매달린 한나라 눌렀다>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우리는 홍보전에서 완패했다’는 자책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에서 “한나라당에서도 합의문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다른 현안은 다 구체적인 시한이 명기됐는데 왜 미디어 관련법만 시한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72석의 반성…“논리 무장 안 돼 초식공룡 전락”>이라는 기사에서 “특히 문방위원들의 불만이 컸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상정 여부도 합의되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언론법 처리 협상에서 판정승을 거두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합의 처리하기로 노력한다’는 문구 자체가 모호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전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합의처리’ 문구 불씨 여전, 입법전쟁 뇌관 그대로

       
      ▲ 중앙일보 1월7일자 3면.  
     

    언론은 기사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전망을 담았다. 경향신문은 4면에 <‘미디어법’ 2월 국회서 재격돌>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한겨레는 3면 기사 제목을 <입법전쟁 ‘불씨’ 놔둔 채 봉합…2라운드 2월로 유예>로 뽑았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 제목을 <“합의 처리 노력” 모호한 문구…추후 갈등 불씨 남겨>로 뽑았고 서울신문도 3면에 <미디어법 등 처리 미뤄 2차 입법전쟁 뇌관 그대로>라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일보는 4면에 <‘노력한다’ 의미 모호 불안한 휴전>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고 동아일보는 3면에 <‘뇌관’ 놔둔채 애매한 합의…‘2차 입법전쟁’ 예고>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다.

    그렇다면 언론법 처리 전망은 어떨까. 언론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에서 “최대 쟁점은 대기업·보수신문의 방송장악 논란을 촉발한 방송법·신문법 처리”라며 “여당으로선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다 안되면 ‘강행처리’ 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방송법, 여야 합의 없는 한 처리하기 매우 힘들다고 봐야"

    반면 한국일보는 3면 기사에서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6개 법과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사실상 처리를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두 사안에 대해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했기 때문에 여야의 합의가 없는 한 처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방송산업 육성과 기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추진했지만 민주당이 극력 반대해 상임위 상정시기조차 못 정했다. 더욱이 신문법은 일부 메이저 신문을 과도하게 규제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받았지만 이번 협상 결과로 언제 개정될지 불투명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언론법 개정에 적극성을 보였던 중앙일보는 다시 여론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2면 <당정, 미디어법 2월 통과 위해 전방위 홍보전>이라는 기사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미디어 개정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한 홍보 논리도 마련 중이다. 일부 매체에 의한 악의적 보도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청와대는 국회에서 타협 정신을 배워야>라는 사설에서 “이번 기회에 방송법처럼 여야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법안들은 시한을 두지 말고, 어떻게 고치는 게 바람직한지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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