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치인 되려면, 좋은 책 써라?
    2009년 01월 06일 0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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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사회과학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후마니타스가 유능한 정치지도자 모델 만들기에 실패한 한국정치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기 위해 <정치가와 비전> 시리즈를 간행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가와 비전>은 ‘좋은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정치의 문제와 대안,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내용과 방법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이를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지”를 포함해 인간과 정치에 대해 정치인 스스로가 구체화해온 철학과 지혜의 내용을 책의 형식을 통해 발표하는 기획이다.

출판사측은 “한국정치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가가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왜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가’, ‘어떤 정치가가 되려 하는가’, ‘좋은 정치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나’ 등등에 대해 인상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정치가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이 같은 기획을 하게 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합니까? 말해보세요

현재 이 기획에 참여 의사를 밝힌 정치인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최재천 전 의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부터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최재천 전 의원

출판사측은 이번 시리즈가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내는 자서전이 아니라, 그들의 특성과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판사측은 또 이번 기획 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인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이와 관련 “역량 있고 능력 있는 ‘정치신인’들도 원고 내용이 가치 있다면 판단되면 출판이 가능하다”고 밝혀 정치 신인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정치인 서적은 사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치인 관련 서적이 주로 ‘자기자랑’으로 관철된 ‘대필’ 자서전이 대부분이며, 때문에 판매부수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유권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데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치는 학문적으로도 경제학처럼 연역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교과서’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정치서적의 대부분은 정치가들의 책이며 이들 정치가들이 철학에 가까운 내용으로 책을 출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윈스턴 처칠은 문학상도 받아

그는 이어 “이런 책은 판매 부수도 매우 높아서 미국에서는 오바마 관련 책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내용도 좋아서 윈스턴 처칠은 문학상을 받을 정도였다”며 “좋은 정치가가 곧 좋은 정치학 교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세 명의 원고를 기다리고 있으며, 국내에 이런 차원의 기획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원고가 정치학 교재가 될 수 있을 만큼 좋은 내용의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연 마들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기획과 관련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철학과 사상이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대중의 요구에 대해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며 “이번 기획이 잘 된다면 좋은 정치인이 무엇인지, 좋은 정치의 모형이 어떤 것인지 등 좋은 정치 만들기에 일조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인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조 부소장은 노회찬 대표의 출간계획과 관련해 “현재 노 대표에게 출판사에서 출간의뢰가 들어온 책만 6~7권 정도”라며 “이번 기획은 특별히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으로, 처음 제안을 받고 노 대표도 ‘하면 좋겠다’고 얘기했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최재천 전 의원 측 한상범 비서관도 “대화 형식 보다는 최재천 의원이 생각하는 비전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지만, 현재 글쓰기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며 “1월 중 기획안을 잡아 출판사측과 논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판을 통한 정치

“재능, 뚝심, 인간성 있는 정치가는 가끔 있으나,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될 만한 인상을 주는 정치가”는 만나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기획은 출판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정치행위’로 평가될 만하다.

실제로 출판사측은 “민주주의, 진보, 개혁 등은 근본적으로 가난한 보통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한국 정치에서 민주, 진보, 개혁을 말하는 담론은 매우 공허한 상투어가 된 지 오래이며 스스로를 개혁파 혹은 진보파라 말하는 정치가들에게서 진정성 느끼기 어렵다”고 밝혀 출판을 통한 개입의 목적지를 밝히고 있다.

출판사측은 이어 “2006년 지방선거 이후 모든 선거 결과, 모든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민주-진보-개혁을 말하는 집단들에 대한 대중들의 철저한 불신”이라며 “그런데 이 분명한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없이, 정권과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진력하고 있고, 거기에서 알리바이를 찾는 데 열중하고. 개인 각자의 소소한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이번 시리즈는 “주권자인 시민의 요청에 정치가가 응답하는, 공적 책임성의 윤리적 기초 위에” 서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원고가 아닌 경우에는 수정을 요구하거나 출판을 거부”할 것이라고 출판사측은 밝히고 있다.

“잠재적 통치자로서 한국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묻는” 이번 기획이 정치권과 독자들에게 어떤 반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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