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많은 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9년 01월 05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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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째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모든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갖고도 100만 채 이상 집이 남아도는데 왜 국민 열 중 넷 꼴로 셋방살이를 떠돌아야 하는가?”

    나는 다른 글에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하나같이 집을 많이 지으려 애썼던 ‘집짓는 대통령’이었으며, 1951~2007년의 57년 동안 지은 집이 1,561만 채가 넘었고, 그 결과 2007년 말 현재 주택보급률이 108.1%에 달해 필요한 가구수에 비해 집이 103만 채가 남아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 동안 늘어난 집은 도대체 어디로 갔기에 집이 남아도는 데도 국민 40%이상이 셋방을 떠도는가? 그동안 지은 집은 하늘로 솟았나, 아니면 땅으로 꺼졌나? 오늘은 1990~2005년 사이 각종 주택관련 지표를 중심으로 그동안 공급된 주택이 어디로 갔는지 공부해본다.

       
      

    집은 어디로 갔을까 ①

    5년에 한 번씩 전수조사 방식으로 실시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수는 1990년 736만 채에서 2005년 1,322만 채로 587만 채가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집을 짓는 사업계획을 승인해준 실적 기준으로 1990년~2005년 사이 새로 공급된 주택은 892만 채에 달한다. 한편 사업계획을 승인한 뒤 실제로 집을 짓고 입주하기 까지는 4~5년이 걸린다.

    따라서 실제 다 지은 집을 기준으로 하는 건축년도별 주택 기준(인구주택총조사)으로 1990~2005년 사이 새로 공급된 주택은 847만 채다. 여기에는 1990년 이전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1990년 이후 준공된 주택이 포함된 반면, 2005년 이전에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도 아직 다 짓지 못한 주택은 포함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너무 낡았거나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헐리는 주택이 있게 마련이므로 다 지은 집 기준으로 847만 채가 새로 공급된 반면 260만 채는 헐려 사라져 1990~2005년 사이 실제로 늘어난 주택수는 587만 채다.

    이 같은 주택수 증가속도는 같은 기간 232만 가구가 증가하는 데 그친 가구수 증가속도를 훨씬 앞질렀고, 그 결과 주택보급률은 72.4%에서 105.9%로 급상승했다. 주택보급률 105.9%란 모든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소유하고도 73만2천 채가 남아돈다는 의미다.

    ‘집짓는 대통령’들이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게 바로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지원이었다. 만약 집짓는 대통령들의 말대로 새로 공급된 주택을 모두 집 없는 서민이 사서 내집을 장만했다면 1990년 49.9%에 머무르고 있던 자기집에 사는 가구 비율(자가점유 비율)은 2005년에는 72.4%로 늘고, 셋방 사는 가구는 1990년 46.9%에서 2005년 24.3%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 넷 중 셋은 내집을 장만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5년 현재 자기집에 사는 가구 비율은 56.6%에 머물렀고, 셋방 사는 가구 비율은 41.4%에 달한다. 새로 공급된 주택의 일부만 무주택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집은 어디로 갔을까.

       
      

    집은 어디로 갔을까 ②

    의문을 제대로 풀려면 1990년과 2005년에 각각 집을 한 채 소유한 사람과 여러채 소유한 사람이 몇 명인지를 찾아서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비교해봐야 한다.

    1990년에 집을 한 채 가진 사람과 여러 채 가진 사람을 알려면 당시 건설부가 발표한 ‘소유유형별 주택 현황’을 보면 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90년 당시 총주택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보다 36만 채가 적은 702만 채다. 주공이나 공공법인이 소유한 주택을 포함해 36만 채를 제외한 탓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할 경우 1990년 702만 채였던 주택수는 2005년 1,322만 채로 늘었다. 재고주택 기준으로 620만 채가 불어난 것이다.

    어쨌든 1990년 당시 총주택수 702만 채 중 599만 채는 1가구1주택자들이 소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103만 채는 집을 두 채 이상 여러 채 소유한 43만 가구가 소유하고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 공급된 621만 채는 어디로 갔을까?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집을 한 채 소유한 가구는 853만 가구로 여기에는 자기 집에서 사는 778만 가구를 비롯해, 자기 집이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전월세에 사는 67만 가구, 그리고 자신 명의의 집이 어딘가 있지만 현재는 임대료가 없이 무상으로 거주하는 8만 가구가 포함돼 있다.

    집을 한 채 소유한 가구가 1990년 599만에서 2005년 853만으로 늘어났으니 새로 공급된 주택 621만 채 가운데 254만 채는 집이 없던 무주택자가 한 채 씩 사서 내집을 장만한 셈이다.

    나머지 367만 채는 어디로 갔을까. 집이 하늘로 솟거나 땅 속으로 꺼질 리는 없으니 1주택자가 사지 않았다면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사들인 것이다. 그 결과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가구는 1990년 43만 가구에서 2005년 105만 가구로 2.4배로 불어났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도 103만 채에서 469만 채로 336만 채가 늘어났으며, 가구당 소유 주택수도 2.4채에서 4.5채로 불었다.

    결국 증가한 주택의 41%만 무주택자에게 돌아갔고, 59%는 이미 집을 갖고 있던 사람에게 돌아간 것이다.

    물론 2005년 통계에 영구임대(19만 채), 50년 공공임대(9만 채), 국민임대(8만 채) 등 주공과 지자체 소유의 공공임대주택 36만 채가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급된 주택의 절반 이상이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집은 어디로 갔을까 ③

    공급된 주택이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간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다만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가 저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연도별 시계열로 살펴보기는 어렵다.

    이 점을 감안하면서 퍼즐 맞추듯 집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을 더듬어 보자.

    2003년에 당시 행자부가 발표한 2002년 기준 ‘세대별 주택소유현황’에 따르면 세대기준으로 집을 두 채 이상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수는 276만 가구(세대)에 달하며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도 814만 채에 이른다.

    두 채 가진 가구는 158만, 세 채는 62만, 네 채는 27만, 다섯 채는 12만, 6채~10채는 4,965, 11채~20채는 960가구에 달한다. 이들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가구 당 평균 8채에 이른다.

    2002년 기준 통계는 200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의 가구와 달리 다가구 주택을 세대별로 구분해 산정했고 공동소유 주택의 경우 1세대 다주택으로 계산한 것이다. 또 가구도 주민등록 세대 기준이다. 따라서 대상 가구수나 주택수가 많은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2002년 기준 통계는 공급된 주택의 상당량이 집부자들의 집 사재기에 활용됐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2005년 당시 행자부가 8월12일 기준으로 발표한 ‘세대별 거주자 주택보유현황’은 인구주택총조사과 비교해 가구(세대)수는 1,777만으로 훨씬 많은 데 비해 조사대상 주택수는 1,119만 채로 211만 채가 적다.

    따라서 실재 존재하는 다주택자의 주택수가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05만 가구가 현재 살고 있는 집 외에 어딘가에 또 집을 한 채 또는 여러 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5년 행자부 발표는 다주택자 수가 89만 가구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도 237만 채에 그쳐 인구주택총조사 469만 채에 비해 232만 채가 누락된 셈이다.

    이 같은 결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2005년 행자부 통계에서는 집을 가장 많이 소유한 100명의 주택수와 지역별 다주택자 현황을 살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법인이나 문중 소유도 아니고 개인 소유 기준으로 집을 가장 많이 소유한 대한민국 최고 집 부자는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다. 2위는 819채, 3위는 577채, 4위는 512채, 5위는 476채, 6위는 471채, 7위는 412채, 8위는 405채, 9위는 403채, 10위는 341채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최상위 집 부자 10명이 소유한 집은 모두 5,508채로 한 사람 평균 550채씩이다. 이들을 포함해 30명이 9,923채, 50명이 1만1,948채를 갖고 있다. 100명이 갖고 있는 집은 모두 1만5,464채다.

    집을 200채를 갖고 있어도 집 부자 20위에 들기 어렵고(21위가 212채), 100채 이상 소유한 사람도 37명에 달하며, 집을 가장 적게 갖고 있는 100위가 57채이니, 집 50채 소유한 사람은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16개 광역시도 중 다주택 소유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경기도와 서울인데 서울과 경기도 다주택 소유자는 전체 가구의 39.5%인 31만2,898명이며,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79만6,387채로 전국 다주택자 소유 주택의 41.6%에 달했다. 서울과 경기도 56개 시군구 가운데 두 채 이상 다주택 소유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경기도 용인이고, 다주택자 소유 주택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이었다.

       
      

    2005년 3월 당시 행자부가 2004년 말 기준으로 발표한 ‘거주지별 건물 소유현황’ 역시 주택을 비롯한 건물수가 1,189만 채로 인구주택총조사의 주택수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 이에 따르면 전체 건물 중 26% 311만 채를 시군구 기준으로 그 동네에 살지 않는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고, 시도 바깥의 외지인 소유 건물도 13% 159만 채에 달한다. 서울 사람이 서울 이외의 시도에 소유한 건물은 5% 53만 채, 경기도 사람이 경기도 외의 시도에 소유한 건물은 3% 37만 채에 이른다.

    예를 들면 서울에 있는 건물 212만 채 가운데 69%는 같은 동네 사는 사람이 소유한 반면, 31%는 그 동네에 살지 않는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고, 18% 38만 채는 같은 구에 살지 않는 서울 사람이, 13% 28만 채는 서울 이외에 사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건물을 가장 많이 소유한 외지인은 경기도 사람으로 9% 20만 채를 소유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건물 261만 채 가운데 31%는 같은 시군구에 살지 않는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고, 17%는 경기도 바깥에 사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건물을 가장 많이 소유한 경기도 외 외지인은 서울 사람으로 12% 31만 채를 소유하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건물 16만 채 가운데 19%도 외지인 소유다. 제주도에 사는 외지인과 제주도 바깥 외지인이 절반 정도씩 소유하고 있는 데 서울과 경기도 사람이 소유한 제주도 건물이 7% 1만 채가 넘는다.

    한편 전국의 건물 20%를 서울 사람이, 21%를 경기도 사람이 소유하는 등 수도권 사람이 건물 47%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무 살이 안 된 미성년자가 소유한 건물도 3만5,316 채에 달하고 이 중 5,435채는 열 살이 안 된 어린이가 소유하고 있다. 미성년자 소유 건물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와 서울시, 부산과 경남 순이다. 이 중 열 살이 채 안 된 어린이 소유 건물이 많은 곳은 경기, 서울, 경남, 부산 순이다.

    지금까지 확보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 공급된 집이 어디로 갔는지 살펴보았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공급된 주택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집을 소유한 사람에게 돌아갔으며, 그 결과 최소 두 채에서 최고 1,083채까지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이 100만 가구가 넘는다는 결론이다.

    집이 100만 채 이상 남아도는 데도 선진국 수준의 주택보급률을 달성하기 위해 더 지어야 한다고 한다. 집을 더 지어야 한다면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짓더라도 그 집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정확히 따져보고 지어야 한다. 무주택 서민들은 가진 돈이 별로 없고 벌이는 갈수록 시원찮아 집을 살 능력이 안 되는데, 무작정 집을 짓고 턱없이 비싼 분양가를 불러댄다면 그 집은 집부자들의 투기수위에 충당될 뿐이다.

    집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정교하게 따져야 한다. 내집을 살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들의 재산과 소득에 걸맞은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돼야 한다. 집값을 아무리 싸게 공급하더라도 사실상 그 집을 살 수 없는 대다수 무주택자에게는 현실성 없는 분양주택 공급 보다는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에 맞을 것이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 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되풀이해온 공급확대 중심의 ‘묻지마’ 주택정책이 남긴 교훈이다.

    오늘은 집이 100만 채 이상 남아도는 데도 국민 열 중 넷 꼴로 셋방 사는 원인을 알기 위한 첫 걸음으로 그 동안 공급된 주택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공부했다.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blog.ohmynews.com/balbad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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