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 장악된 지역, 못막으면 재앙
    2009년 01월 04일 09: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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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총각’ ‘시의원’ 나는 누가 봐도 좀 특이한 삶을 살고 있다. 시의원이라는 것, 진보정당 소속이라는 것보다도 만 28세에 당선된 후 지금은 30대 초반이지만 어쨌든 ‘지극히 젊다’는 것이 이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이리라. 지역에서도 나는 항상 ‘총각 시의원’으로 소개되곤 한다.

총각 시의원

진보정당이 창당되던 때에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지역운동을 하는 지인들이 몇몇 있지만, 젊은 세대에 지역을 고민하는 사람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2001년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지구당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지금까지 나는 과천 활동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막내이다.

지방의원에 당선되면서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동갑내기 친구를 과천으로 불러들여 둘이 함께 하고 있지만 그 뿐이다. 지역에서 함께 고민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40대 선배들이고, 그 중 다수는 여성이다.

솔직히 젊은 세대는 지역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친구들을 만나 가끔 정치나 경제 이야기를 해도 중앙정치와 국내 경제 이야기뿐이다. 지역별로 상황이 달라 공통의 화제를 찾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대부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통 관심이 없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기도 힘들다.

   
  ▲황순식 의원(사진=황순식 의원 블로그)

이 같은 현상이 세대적 특성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 이해관계나 재미가 있어야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가? 삶터와 일터가 분리된 현대 사회, 특히 한국 수도권에서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삶터와 일터의 분리

나 역시 지난 지방선거 약 1년 전 시의원 출마를 제안받기 전까지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고민의 중심도 중앙정치와 국가경제, 세계체제 같은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부끄럽지만 과천에 동이 몇 개나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래서 내가 시의원이 되어서 만날 수 있는 시민들은 지역유지와 공무원들, 극소수의 활동가를 빼고 나면 크게 세 부류였다. 집을 소유하고 있어 집값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거나, 특별한 직업을 가지지 않고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 그리고 은퇴한 어르신들. 다들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풀뿌리 운동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분들은 지역운동의 주체가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러면 결혼 전 남성인 나는?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지역정치와 중앙정치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에게 맡겨진 지방의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힘든 점도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를 키우는 여성 외에 다른 사람들도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

2000년부터 진보정당 지구당 활동의 시작은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따라 집회를 가고, 여력이 좀 되면 서명운동이나 강좌를 진행하고 당원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선거 때가 되면 선거를 했다. 나도 그랬었고,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게 지구당 활동을 했다. 당원들도 주로 중앙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당에 가입했고, 지역의 이슈나 의제들은 접할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

지역 이슈의 중요성과 과천의 경우

그러나 지역의 운동은 지역의 이슈를 가지고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의 인조잔디 싸움과 같은 것들 말이다. 지역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지방 정치인들의 소소한 비리나 부패 같은 것들은 사실 큰 문제도 아니다.

인구 7만의 수도권에서 가장 작은 도시 중 하나인 과천의 예를 들어보자.

경제위기 속에서도 과천경마장 근처에 코엑스 몰 3배 규모의 국내 최대 쇼핑몰이 들어서려 하고 있다. 그 지역의 비닐하우스 거주민들은 주민등록도 되지 않아 거주민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있으며, 모두 쫓겨날 판이다. 그 주변의 교통량은 이미 포화상태로 서울시 등에서 계속 도로건설 계획이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공사와 교통량 증가로 한때 녹색주거도시로 이름 날렸던 과천의 대기오염도는 서울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세입자 비율이 매우 높고, 지하방 거주 가구 수가 전국에서 최고 수준인 한 지역에서는 동네 주민들을 전부 내쫒고 비버리힐스 같은 초고급 빌라촌을 세우겠다며 개발업자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전국 최고 밀도의 CCTV가 설치된 지역임에도 수십억 원을 투자해 그 수를 3배로 늘려 과천 전역을 감시망으로 촘촘히 엮겠다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 재건축 된 단지의 입주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집값의 급격한 하락으로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가운데 자살 소식마저 들려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이 과천에서만 벌어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일들이 분노하고 우리가 바꿔나가야 할 중요한 의제들이 아닐까?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러한 일들 하나하나는 대운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분노할 만한 일들이다.

"의정일기 인기 없다던데?"

"의정일기 인기 없다던데…" 주말에 뭐하냐고 묻기에 <레디앙> 칼럼을 써야 한다니까 누군가가 한 말이다. 내 글에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이번 칼럼 요청을 쓰면서 내가 생각했던 주제는 큰 성과가 있었던 과천시 새해 예산안 심의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역정치를 하고 있는 몇몇 활동가들 외에는 재미없는 글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솔직한 글을 쓰고 싶었다.

왜 지역문제에 관심이 없냐고 푸념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역은 실제로 개발지상주의 등 이명박 정권을 만들어 낸 힘들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곳이고, 진보진영이 관심을 가지고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가 모르는 새에 우리의 삶터는 이미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지역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이것은 사실 <레디앙> 독자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하는 이야기이다. 지역을 바꾸지 않고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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