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방송장악 저지 투쟁 중
    2009년 01월 02일 11: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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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사르코지의 방송장악 음모에 맞선 저지 투쟁의 막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TV 채널은 공영방송 France Television 소속 채널인 France2, France3, Arte와 채널을 공유하는 France5 그리고 민영방송인 TF1, M6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외에도 유료 방송인 Canal+ 혹은 케이블 방송 등이 있긴 하다.

프랑스에서도 방송장억 저지 투쟁

사르코지가 지난 해 6월에 공영방송의 광고금지와 공영방송사 사장 임명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후, 방송국의 파업과 사회당을 비롯한 좌파들의 반대가 이어졌으나 결국 지난 12월 18일 의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었다.

   
  ▲사르코지 방송법 반대를 외치면 시위 중인 France3 노동자들. 

먼저, 이 방송개혁법의 전개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그 뒤켠에 있는 사르코지의 ‘친구 먼저’(copain d’abord)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르코지 집권 후부터 <뉘이(Neuilly) 왕국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을 단 시사주간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뉘이는 개선문과 라데팡스 사이에 위치한 자치구역으로 사르코지가 장기간 시장으로 역임한 지역구이다.

사르코지의 누이 왕국

사르코지는 재임 기간 동안 예의 강력한 치안통치 방식과 반이민자정책, 이를테면 주민세를 몇 곱으로 더 내는 한이 있어도,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막아내어 원천적으로 가난한 이민자들의 거주가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비싼 임대료와 생활비를 무기로 이 지역은 사르코지 정책을 지지하는 재벌들, 연예인들이 집결하여 살게 되면서, 미국, 영국사립학교와 사립병원들이 들어섰다.

끼리끼리 모여 서로 밀어주기식의 친구모임의 수장에는 사르코지가 있었고, 그가 뉘이 시장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내무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승승장구 그 원천에는 뉘이의 친구들이 힘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이들이 발 벗고 나서 운동을 해주었고, 특히 대중적 영향력이 큰 조니 할리데이 같은 가수의 지지운동은 상당한 힘이 되었다.

사르코지가 떠난 뉘이 왕국에는 사르코지의 장남이 약관 스무 살의 나이로 이번 2008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으로 당선이 되었고, 이웃사촌인 재벌가 다티의 사장 딸과 결혼하여 확실한 정경유착의 예를 보여준 이곳은 사르코지를 중심으로 튼튼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여전히 대통령의 정치 후원자를 자처하며 강력한 정치를 외치는 사르코지 정책의 실체적 힘이다. 그리고 뉘이 왕국의 친구들 중 상당 부분이 언론사 사장들이며, 사르코지 또한 이들에게 ‘친구먼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르코지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이 거대한 요트를 가지고 지중해 몰트 섬으로 화려한 바캉스를 떠난 일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혹스런 사건이었고, 일부 언론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을 때, 사르코지는 “국민세금으로 떠나는 바캉스가 아니다. 내 친구가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한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사르코지의 힘센 친구들

그때 그 친구가 유선방송 TNT, Direct8의 사장인 뱅생 볼로레였으며 지금 그는 방송계에서 급부상하는 인물 중의 한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사르코지 뿐만 아니라 사르코지 친구들도 주시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일간지 <르 피가로>는 사르코지 정책에 늘 오른손을 들어주는 자동 거수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사장 세르쥬 파소는 이번에 여당 UMP의 의원으로 당선됐다.

늘 여론에 신경을 쓰는 사르코지는 여론조사기관인 IPSOS 사장인 피에르 지아코메티를 엘리제궁의 여론담당 자리에 앉혀 자신의 촉수 내에 두고 있다.

좌파 지지자였고 문화계와 언론계 등과 폭 넓은 교류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카를라 브루니가 영부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브뤼니의 친구인 크르스토프 바르비에가 사장으로 있는 시사지 <엑스프레스>에서마저 슬그머니 사르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자 사람들은 이제 좌파성향의 언론마저 친구들의 행렬에 들어가서 펜촉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발표된 공영방송의 광고금지와 사장 임명권은 사르코지의 언론 장악과 친구먼저 정책의 두마리 토끼잡기 전략이라는 것이다.

방송개혁법은 2009년 1월 5일부터 시행될 저녁 8시 이후 공영방송 채널 광고금지는 점차 확대되어 2012년부터는 완전 금지시키고, 이제까지 방송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선출한 공영방송사 사장을 엘리제궁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저항

또 매년 방송예산을 정부에 심의를 받아야 하며, 더 나아가 사장의 임기마저도 보장이 되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 사르코지의 친구들 중 한 사람이 사장이 될 것은 뻔한 상황에서, 언론의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대신 공영방송의 광고금지로 인한 광고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민영방송사인 TF1은 픽션과 영화 중간 매 30분마다 광고를 허용함으로써, 대략 5천만 유로의 반사 이익을 가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TF1의 사장이 사르코지의 친구들 중의 친구, 가장 절친한 마탕 부익이다.

그래서 사르코지의 방송개혁법은 발표되자마자 큰 반대에 부딪혔는데, 제일 먼저 France2는 위원회를 소집하여, 이 법안의 거부 의사를 표명하였고, France3의 노조는 24시간 방송 파업과 에펠탑에서 국회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회당을 위시한 좌파 정당들은 이 법안이 국회에서 상정될 경우 당연히 부결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사르코지는 “좌파들은 꿈에서 못 깨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 간단한 원리이다. 공영방송은 공공자본으로, 민영방송은 민영자본으로”라고 너무나 간단하게 말해버렸다.

   
  ▲사회당 의원들의 의사당 내 시위. 0RTF(프랑스 국영라디오텔레비전)을 ORTS(사르코지 라디오텔레비전)로 고쳐썼다. 

하지만 광고를 못하게 될 경우 생기는 4억5천만 유로의 재정 손실과 그로 인한 11,000명의 임금노동자 중 상당수가 해고될 가능성과 언론의 중립성 보장 문제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고 있다.

재정 확보를 위해서 매년 정부를 바라봐야 할 방송사에 대해서 사회당의 파트릭 로이는 “이법은 반사회적이다. 공영방송은 냉정함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라며 법안이 거부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녹색당의 의원이자, 전 공영방송 France2, France3의 간판 앵커맨이었던 노엘 마메르는 가장 강력하게 이 법안을 반대하고 나서고 있는데, 그는 여당을 향해 “맹목주의자들! 나는 끝까지 개처럼 싸우겠다.” 며 선전포고를 했다. 

우파들 "차라리 북한으로 가라"

사회당의 대변인 브느와 아몽은 무엇보다 만약 이 법이 실행되면 발생될 해고를 금지시킬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방송사 사장이 마치 정부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보조직으로 추락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명하였다.

마침내 12월 16일 밤부터 17일까지 의회에서 이 문제가 상정돼 논의가 이뤄졌으며 녹색당의 노엘 마메르는 “이 법안은 악랄하기 그지없다”는 말로 시작하여, 공산당의 쟝-피에르 브라드는 여당을 “푸틴주의자들”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여당인 UMP의원들은 일제히 “의사진행 방해자들은 모스크바로 떠나라”에서 “쿠바로”, 급기야는 “북한으로 떠나라”라는 말까지 나왔고, 결국 아무런 합의점을 내지 못한 채 그 다음날 투표로 이어졌다. 이 법안은 18일 의회에서 293표의 찬성과 242표의 반대로 가결되어 2009년 1월 5일 저녁 20시부터 실행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 먼저 우파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졌는데, 전 총리였던 쟝 피에르 라스팡은 “이 문제 관한 다수파가 없다.”는 말로 이 법안이 가결되기까지 힘들었음을 스스로 실토하였다. 그럴 것이 여당의 초선의원들은 이것이 그들의 첫 투표였음에도 23명 중 10명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6명이 의도적으로 의회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투표가 진행되는 시각, 도미니크 드빌팽 UMP 출신의 전 총리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나는 늘 이 문제를 가지고 사르코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사르코지는 뭔가가 잘 안될 땐 스스로를 강력하게 납득시킨다. 그는 이 문제가 사회적 위험이 적은 것으로 간주하지만 나는 동의 할 수 없다”며, 정치적으로나 철학적으로도 그는 이미 사르코지와 결별하였음을 내비쳤다.

우파의 분열

법안은 가결되었으나 아직 방송사의 노조들까지 설득시킨 것은 아니며 특히 France2 방송사 사장인 파트릭 드 카롤리 또한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어 이후의 사태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게다가 사르코지의 방송장악 음모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며 AFP와 같은 국제적 통신사 또한 민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대적인 저항의 기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에 사르코지의 방송장악 계획이 순조롭게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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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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