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각생 KBS노조 “투쟁 선봉에 서겠다”
    By mywank
        2008년 12월 31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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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전국언론노조를 탈퇴한 KBS 노조(위원장 박승규)가 31일 낮 1시 언론노조가 주최한 ‘언론장악․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총파업 3차 대회’에 참여했다.

    그동안 언론노조 집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당선자(2009년 1월 1일 임기시작)와 최재훈 부위원장 당선자는 조합원 30여명과 함께 이날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언론노조 집회에 참석한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당선자(오른쪽)와 최재훈 부위원장 당선자 (사진=손기영 기자)

    “그동안 조합원들 데리고, 왜 나오지 않았어”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당선자가 집회가 열리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도착하자, 현상윤 KBS PD가 강 당선자를 꾸짖었다. 강 당선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았다. 한편, KBS 노조 깃발이 보이지 않아, 최재훈 부위원장 당선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지난 언론노련 때 노조 깃발 밖에 없어서…”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 있던 한 취재기자는 “그동안 싸우지 않아서 그렇지 않냐”고 농담을 던졌고, 최 당선자는 “다음에 나올 때는 꼭 준비해서 나오겠다”고 답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KBS노조의 차기 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KBS 조합원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데, 언론노동자들은 둘이 될 수 없습니다. ‘언론노동자 어깨 걸고 민주주의 수호하자’ (구호외침)”

    하지만 발언을 끝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최상재 위원장은 KBS 노조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인지, 행사 내내 강동구, 최재훈 KBS노조 정․부위원장 당선자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에서 강동구, 최재훈 정․부위원장 당선자와 민필기 KBS 기자협회장, 김덕재 KBS PD협회장, 정조인 KBS 기술인협회장이 박수를 받으며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강동구 노조위원장 당선자는 큰 소리로 “투쟁”을 외치며 참석자들에게 인사했다.

       
      ▲이날 KBS노조 깃발이 준비되지 못해, 집회장에서는 KBS PD협회 깃발 밖에 볼 수 없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임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참여를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이렇게 KBS노조 조합원들과 나오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권력도 바뀌지만, 권력만 잡으면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음모는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분쇄해야 합니다.

    7대 미디어악법 투쟁은 일부 방송사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투쟁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막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입니다. KBS 노조는 1월 1일 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언론동지들과 함께 투쟁의 선봉에 서겠습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과 민필기 KBS 기자협회장도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동안 KBS 노조와 대립 각을 세웠던 KBS 직능단체 대표들의 발언에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섭섭함과 함께, 동료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김덕재 KBS PD협회장 : “두 분 당선자가 이곳에 나온 것을 보니 정말 감계가 무량합니다. 그동안 노조 지도부가 바뀌는 사이에 KBS는 무력해졌던 것 같습니다. KBS 구성원으로써 지금의 언론 상황을 지켜보기에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KBS 노조의 깃발을 들고 투쟁에 앞장서겠습니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필기 KBS 기자협회장 : “그동안 내부에서 ‘우리는 왜 나가지 않나’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총파업을 하고 있는 동료 기자들에게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까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처럼, 이제부터 여기나온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열심히 투쟁 하겠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언론노조 총파업 3차 대회’에는 <MBC>, <SBS>, <EBS>, <CBS>, <경향신문>, <한겨레>, <GTB 강원민방>, <아리랑 국제방송> 노조 조합원 등 언론노동자 2,000여명이 국회 앞을 가득 메우며, 미디어관련법 등 ‘MB악법’ 철폐를 요구했다.

    김평진 EBS 노조 조합원은 “15년 동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후배들에게 ‘방송을 만드는데 목숨 걸지 말라’고 누누이 말해왔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는 이 자리가 언론자유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방송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PD 생활을 하면서 식욕이나 성욕보다 더 강한 게 말을 하는 욕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저희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 MBC 노조의 노래패 ‘노래사랑’의 공연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고은상 MBC 노조 조합원은 “저희는 행복한 파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주셔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으로 돌아가 국민들을 위해 어떤 보도물,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되돌아보는 파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진석 아리랑국제방송 노조 조합원은 “우리 방송의 특수성상 주로 외국에 계신 분들이 주 시청자”라며 “우리나라의 희망찬 모습을 알리고 싶지만, 안타까운 한국의 현실을 전할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저녁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MBC 노래패 ‘노래사랑’은 이날도 ‘바위처럼’ 등의 노래 공연을 선보였으며, 집회를 마친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저녁 6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MB악법’의 문제점을 알리는 대국민 선전전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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