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과 창당, 촛불과 민중의 집
        2008년 12월 31일 1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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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성화된 연말 10대 뉴스 같은 걸 <레디앙>에서 구태여 하게 된 것은 ‘회의 결과’ 진보정치라는 영역에 한정돼 5개 정도 뽑아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굵직한 뉴스’를 환기시켜주는 일종의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레디앙> 독자들의 관심사는 그저 ‘진보’가 아니라 단연 ‘진보정치’로 모아졌다. 편집진의 눈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훌륭한 글일지라도 그것이 ‘진보정치’라는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기만 하면 독자들은 무관심이라는 무기로 <레디앙>의 다양성을 가차없이 도태시켜 갔다. 아마도 2008년이, 진보정당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7년 만큼이나 진보정치의 전환점이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레디앙>의 2008년은 다른 무엇 아닌 ‘진보정치’의 시간이었고, 진보정치의 미래를 가늠할 여러 사건의 연속이었다. <레디앙>이 다섯 손가락에 꼽은 진보정치 뉴스는 무엇일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진지한 편집회의를 통해,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 뉴스를 끼워넣기 위한 약간의 신경전을 거쳐, 후보작 30개 뉴스 가운데 ‘2008 진보정치 5대 뉴스’를 선정했다. 후보작은 편집국 성원이 각자 제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보신당 지못미 열풍’, ‘강기갑 의원 촛불광장의 스타가 되다’ 같은 후보작들은 큰 범주로 묶여갔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이나 세계 공황, 노동 관련 뉴스 등은 진보 ‘정치’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적어 탈락됐다.

    5대 뉴스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아마도 ‘6대 뉴스’쯤 될 주제는 민주노동당의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이었다. 이 뉴스는 분명히 큰 뉴스였지만, 경선 결과가 충분히 예측됐다는 점에서 회의 결과 합의 탈락시켰다.

    <레디앙>이 뽑은 2008 진보정치 5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 촛불시위, 촛불논쟁

       
      ▲ 사진=손기영 기자

    「이명박, ‘미친 소’에 밟히나? 온라인, MB 탄핵 열풍…2일 저녁 거리집회로(5. 2)」라는 꽤 자세한 집회 예고 기사를 내보내면서도 <레디앙> 역시 그 촛불의 물결이 명박산성에까지 다다르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의무감에서 시작한 촛불집회 현장기사는 어느새 거의 매일의 고정꼭지가 돼있었다. 거대 언론이나 큰 인터넷 매체들의 취재력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레디앙>은 촛불문화제 주최 측이나 참가자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십분 활용하여 촛불시위가 보여주는 새롭고도 놀라운 현상들을 날것 그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현상’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과 주장들을 보여주었다. 광우병대책회의뿐 아니라 여러 사회단체나 학계의 토론회를 중계했고, 대의민주주의를 강조한 최장집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논객이 <레디앙> 지면을 통해 갑론을박을 펼쳤다.

    ◯ 민주노동당 분당에서 진보신당 창당까지

       
      

    ‘분당 사태’는 <레디앙> 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뉴스였고, <레디앙>이 거의 독점적으로 보도한 뉴스이기도 하다. 신년 벽두 <레디앙>은 「분당론에서 조기 당직선거까지(1. 1)」라는 기사에서 민주노동당 시도당위원장 15명의 목소리를 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심정은 이해하지만…”이라는 투의 의견이 대세였지만, 상황은 급전직하로 치달았다. 심상정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는 한편에서는 분당 찬반론자들이 <레디앙>에 글을 기고하며 치열한 설전을 거듭하고, ‘종북 논쟁’, ‘다함께 논쟁’ 등으로 번져갔다.

    2월 3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의 혁신안 부결에서 3월 16일 진보신당 창당대회, 4월 9일 총선까지는 말그대로 숨가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진보신당은 여전히 ‘재창당’, ‘제2창당’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 강기갑 당선, 노회찬 심상정 낙선

    진보정치로 좁혀 보면 4.9 총선은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걸출한 두 진보정치인의 낙선과 새로운 진보스타 강기갑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사실(史實)을 기록할 것이다.

    ‘얼어죽을’ 위험의 진보신당은 두 사람에게 당운을 걸다시피 했지만, 뉴타운 광풍에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지못미’ 열풍이 진보신당 당원들을 그나마 위로해줬지만, 재야의 서글픔이 얼마나 뼈저린지는 노회찬과 심상정에게 으레 따라붙는 각종 선거 출마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집권당 사무총장을 물리치고 민주노동당의 세 번째 지역구 당선자가 된 강기갑은 촛불 시위자들의 애정을 받는 유일한 정치인 ‘강달프’로, 원내외를 아우르는 민주노동당 대표로 성장해갔다. 하지만 지금 그는 선거법이라는 암초에 걸려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 서울시교육감 선거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촛불의 연장이었고, 촛불의 오늘이기도 하다. 온라인의 촛불카페들은 “촛불을 투표용지로 바꿔들자”고 선동했고, 무명의 주경복 후보가 교육관료들과 학원재벌, 정권까지 등에 업은 공정택 후보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온전히 촛불 덕일 것이다.

    그래서 공정택 교육감이 ‘미친 교육’으로 촛불소녀들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일 테고, 검찰의 주경복 선본 수사 역시 촛불 참가자들에 대한 탄압과 같은 맥락이다.

    「공정택 “성관계 학생은 퇴학”, 주경복 “배려와 도움이 우선”(7. 24)」이라는 기사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좁은 의미의 교육정책 대결일뿐 아니라 촛불정국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문화충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주경복 선본과 같이 ‘진보 중심의 정치연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 ‘민중의 집’ 설립

       
      ▲ 사진=민중의 집

    진보신당 마포지역위 등이 여러 단체와 함께 설립한 ‘민중의 집’이 5대 뉴스에 낀 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레디앙>은 ‘민중의 집’이 시사하는 함의에 주목했다.

    예컨대 그곳에는 ‘지역’이라는 접근법과 ‘연대’라는 틀거리와 ‘문화 생활 놀이’ 같이 조금은 생소한 뉴스들이 숨어 있다.

    이제 그 시작이 화려하지는 않으나, 앞으로의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으며, ‘민중의 집’ 활동은 각 지역에서 방문을 하거나 초청 강연을 통해 따라배우려 하는 지역 활동의 ‘전형’을 실천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 높게 평가돼 5대 뉴스에 끼어들 수가 있었다.

    정경섭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걸 한곳에 모아서 해보자는 거죠. 바로 민중의 집이란 이름으로 해보자는 겁니다. … 지역에 이런 것도 생기고, 참 좋다, 이렇게 만들고 싶죠. … 끊임이 소통하고, 설득하고, 호소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뭘 해야죠.” – 「마포 ‘민중의 집’ 문 연다(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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