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여의도는?
    2008년 12월 31일 07: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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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새벽까지 국회는 비상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한때 국회 안팎에 많은 직원과 병력을 배치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됐으나, 국회사무처는 새벽 무렵 대부분의 직원과 병력들을 외부로 철수시키고 내부에는 최소 인원으로 본회의장 상황을 주시했다. 배치된 인원은 본회의장 주변으로 국회 경위 65명과 방호원 92명,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 170여 명이었다.

   
  ▲입법 저지 투쟁 의지를 다짐하고 있는 민주-민노 지도부들.(사진=민주노동당) 

강제해선 여부, 한나라 의총 결과에 따라

30일 저녁 8시 40분 김형오 국회의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간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 곧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끌어낼 것처럼 보였지만, 31일 오전 현재까지 외부인원 통제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본회의장 점거인원에 대한 강제해산 절차에 나설지 여부는 이날 9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총회 결과를 지켜봐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관측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들만으로 본회의장 탈환이 어려운 만큼 한나라당 보좌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성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8개 출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고 결사항전의 의지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들어올 경우 혈전이 예측되나 막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을 막으면 해를 넘기게 되고, 정부여당의 계획이 틀어지는 만큼 정국도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다짐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하루. 여야 모두 김형오 국회의장의 선택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여당의 눈치를 살피면서, 여론의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해 줄타기를 하고 있으나, 결국 여권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질서유지권까지 발동시킨 김형오 국회의장에겐 이제 직권상정이 남아있다. 문제는 직권상정 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지다. 김 의장은 29일 부산 기자회견에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85개 MB악법’ 중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에 계류 중인 53개 법안만 직권상정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법안 중에는 미디어 관련법 7개와 ‘휴대폰 도청법’이라 불리는 통신비밀보호법, 금산분리완화법 등 쟁점 법안들이 빠져있다. 이는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바라는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요구에 배치되는 것이다.

민주-민노, 의사당 안팎서 대응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의장이 심사기일을 정하는 법안을 보고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진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만 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일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와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한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장을 ‘탈환’해야 하는 김 의장으로선 국회 경위만으로 본회의장 강제 해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김 의장으로선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나라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민주당은 일단 결사 항전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질서유지권 행사를 ‘경호권’으로 표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질서유지권은 회의장 내 질서유지에만 해당되며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는다. 경호권은 회의장 밖에 한해 경찰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민주당이 경호권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역사상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상정 때 등 단 세 번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거대한 역풍을 불러왔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속도전과 돌격전으로 국회를 싸움터로 전락시키는 이 상황이 앞으로 우리역사에 어떻게 평가되고 기록될 것인지를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민주노동당도 민주당과 함께 국회 전선을 사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김근태 전의원등 원외 인사들은 장외 투쟁에 결합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도 원내 투쟁과 함께 원외에선 당원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등 ‘MB 악법’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승흡 대변인은 “지금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당원들이 이곳에 힘을 보태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도심서 당원 결의대회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강기갑 대표의 선고공판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날도 진주지원 앞에서는 이수호 최고위원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의 3보 1배가 이어질 예정이다. 강 대표는 “법원에선 반드시 와야 한다고 하는데, 31일 상황을 보고 재판참석 여부를 결정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보신당은 30일 밤,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이후 대표단과 당직자들이 모여 국회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정국 방향에 대해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은 원외정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번 원내 싸움에 대해 영향력을 갖지 못한 상황으로, 우선 대중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진보신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원들에게 올해의 마지막 날 오후 10시까지 탑골공원으로 모일 것을 공지했으며, 탑골공원부터 보신각까지 행진하며 준비한 유인물을 배포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우는 만에 하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김 의장이 민생법안만 연내처리를 위해 직권 상정한다 하더라도 이들 비쟁점 법안에도 졸속적이고 악법적인 요소가 가득하다는 입장이어서, 파괴력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또다른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의 ‘85개 법안’은 쟁점 법안이든 비쟁점 법안이든 상당수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거나, 정상적인 논의도 거치지 못한 설익은 법안"이라며 "‘쟁점 법안’ 뿐 아니라 ‘비쟁점’의 뒤에 숨어 재벌과 기득권층에 혜택을 주며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킬 법안들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행처리는 무덤파는 격"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여야 합의처리가 가능하다는 법안 중에서도 서민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의료법이나 국토 난개발로 귀결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법 역시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함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한나라당이 김형오 의장을 앞세워 ‘MB악법’을 연내든 내년이든 강행처리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부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의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양당이 타협이라는 형태를 띠면서 MB 악법들을 통과시킬 경우 5월의 촛불 같은 강력한 투쟁이 없을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현재 언론노조가 조직된 대중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여론도 여당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지만, 현 정권에게는 별 장애물로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민노 연합군이 장내에서 저항하고 있고,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의회 밖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12월 31일. 이 날을 ‘데드라인’으로 선포한, 이명박 ‘장군’의 보병부대인 ‘한나라 중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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