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6계급, 삶도 희망도 다르다
        2008년 12월 29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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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으로 계급을 이룬 부동산 계급사회에서는 주거목적과 집값변동에 대한 계급별 태도와 이해관계가 크게 어긋난다.

    부동산 6계급‘은 주거목적이 어떻게 다르고 집값변동에 대한 이해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이가 날까?

       
      

    부동산 1계급 – 재산증식 목적 집 소유 집값 상승 희망

    1계급은 집이 한 채이든 여러 채든 7억5천만 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이므로 주거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들이 주택을 소유하는 목적은 자산증식이다. 1계급이 자산증식 수단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양상은 이들 중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 소유한 주택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계급에 속한 38만 가구 중 34.7%는 연간소득이 4,000만 원 이하다. 그런데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가구당 평균 3.4채에 달한다. 소득에 비해 소유한 주택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은 주택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집을 24채 소유한 A씨는 연간소득이 달랑 7원이고, 38채를 소유한 B씨는 연간 소득이 금융소득 800원이 전부다. 연간소득이 1,048원밖에 안된다고 신고한 C씨는 집을 12채 소유하고 있고, 근로소득 120만 원과 금융소득 27만6,000원 등 연간소득 147만6,000원을 신고한 D씨가 소유한 집을 40채였다. E씨는 집을 무려 98채 소유하고 있는데 연간소득은 근로소득 1,450만 원을 포함해 3,990만 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집 4채를 소유하며 금융소득 1,592만원을 포함 연간소득 3,633만원을 번다고 신고한 19살짜리가 있는가 하면, 집을 13채 소유하며 연간 금융소득 1,308만 원을 신고한 29살짜리도 있다. 또 38살에 집을 64채나 소유하고 있지만, 연간소득은 금융소득 1,000만원을 포함 2,215만 원이라고 신고한 사람도 있다.

    이들이 신고한 연간소득이 대부분 사업소득이란 점에서 실제보다는 축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들이 1계급을 대표하는 사례는 아니자, 어쨌든 1계급 중 1주택 소유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주택을 실거주 목적에서 벗어나 자산증식용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1계급은 경제적 이해관계로 본다면 투기를 가장 강력히 옹호하는 집단이다. 1계급 중 고가주택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1주택자의 경우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한 경우겠으나 이와 상관없이 1계급 전체에게 집값 폭등은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집값이 떨어질 경우 그만큼 자산이 줄어드는 일이다. 그 동안 주택가격은 넓고 큰 집일수록 폭등해왔다는 점에서 집값 폭등의 실질적 혜택을 가장 많이 얻은 계급이기도 하다.

    1계급은 집값이 폭등해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을 여러 채 가진 경우 임대소득도 더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그간 발생한 불로소득이 축소되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반대한다.

       
      

    부동산 2계급 – ‘집 한 채’와 ‘여러 채’ 이해 엇갈려

    2계급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그 집에서 산다는 점에서 대부분 주거생활 면에서 어려움은 없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집을 소유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고, 전월세 값을 올려줘야 하는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가운데 87만 가구는 주택을 소유하며 그 집에 살고 있지만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거의 질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계급 중 집을 한 채 소유한 754만 가구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소유자이지만, 집을 가구당 평균 4.6채씩 소유한 82만 가구는 거주목적 외의 200만 채 이상을 자산증식용으로 소유하고 있다.

    집값 변동에 대한 2계급의 이해관계는 처지에 따라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집을 한 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2계급 내부에는 주택가격과 소유 주택수의 차이, 집값 변동률 등에 따라 차이도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소유한 주택의 가격은 2008년 1월1일 매매가격 기준으로 최저 9만원에서 최고 7억5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지역별, 주택유형별, 주택규모별 집값 변동에 차이도 크다. 예를 들어 최근 5년간(2002.12~2007.12) 아파트 값은 평균 34% 올랐으나 서울(53%)을 비롯한 수도권(49%)에서 집중적으로 올랐고 광역시는 19%에 그쳤다.

    서울 강남3구와 용산 강동 양천 영등포구, 경기도 과천 성남 용인시는 60~95%가 뛰었다. 아파트에 비해 연립(21%)과 단독(6%)은 덜 올랐고, 같은 아파트라도 소형(22.7㎡ 미만)에 비해 대형(전용 95.9㎡이상)은 1.5배가 더 올랐다(국민은행).

    이 같은 차이 때문에 같은 1가구 1주택자라도 많이 오른 집을 가진 사람과 전혀 오르지 않은 집을 소유한 사람이 이해관계가 차이가 있으며, 여러 채 소유한 사람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2계급 중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집값이 폭등할 경우 집 규모를 늘려가는 비용이나 자녀의 주택구입 비용이 늘어나므로 집값 안정에 호의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여러 채를 소유한 경우 처지에 따라 집값 하락 및 안정이 자산의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3계급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월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주거생활이 여전히 불안한 존재이다. 또 존재가 이중적인 만큼 집값 변동에 대한 이해관계도 단순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호의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집 있는 계급’ 진입 장벽 높다

    4계급~6계급의 주거생활은 매우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다. 우선 집값은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함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인이 내집을 장만하기가 힘들게 돼 부동산 계급 내 상향 이동은 매우 어렵게 구조화돼 있다.

    2006년 9월 기준으로 한국사회 평균 봉급생활자가 최소한의 생계비 지출을 제외하고 저축을 통해 110㎡(33평형)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전국 평균 18.6년, 서울 29.1년, 서울시 강남구 44년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군대 제대와 대학 졸업 후 28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 47세에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서울에서는 57세, 강남구에서는 72세가 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말 그대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돼야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것이다(손낙구 2008).

    부동산 가격의 주기적인 폭등은 내집 장만이 힘겨운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셋방 사는 고통 자체를 더 크게 한다. 집값 변동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주택 매매가격은 123.6% 오른 데 비해, 전세가격은 266.7%로 곱절이 올랐다. 아파트보다 셋방 사는 사람이 더 많이 거주하는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더 심했다.

    아파트 전세가는 매매가에 비해 1.8배 오른 반면, 단독주택은 3.3배, 연립주택은 3.2배가 더 올랐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서울 한강 이북 지역은 집값에 비해 전세금이 2.6배가 더 올랐고, 광역시도 2.5배 더 올랐다(국민은행). 이처럼 전월세 가격의 폭등으로 고통 받는 임차가구는 2005년 현재 전체 가구의 41.4%인 656만 가구 1,666만 명에 달한다.

    부동산 4~6계급 ‘집값 하락’ 희망

    이 같은 상황에서 4~6계급은 내집 꿈이 사실상 무산된 채 2년에 한 번씩 전월세 가격을 올려주거나 이사를 다녀야 하는 극심한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심각한 주거생활의 불안을 겪는 가구는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 할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곳에 사는 가구 현황에서 잘 나타난다. 2005년 현재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침실, 시설, 면적기준만 적용해도 전체 가구의 13.0%인 206만 가구에 달한다.

    다른 한편으로 현행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통계에서는 구조, 성능, 환경기준 미달 가구는 법령 미비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판잣집 비닐집 움막 쪽방 동굴 등에 사는 5만 가구가 통째로 제외된 것은 물론 (반)지하방 거주 가구 중 44만 가구도 제외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열악한 곳에 사는 가구는 집계된 수치 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지하방 등에 사는 부동산 6계급이다. 2005년 현재 업소의 잠만 자는 방, 건설현장의 임시막사, 동굴 등에는 2만2천여 가구 5만3천여 명이 살고 있다. 비닐집 판잣집 움막에는 2만3천여 가구 5만7천여 명이 산다. 반지하를 포함한 지하방에는 58만7천여 가구 142만 명이 산다. 옥탑방에는 5만여 가구 8만8천여 명이 산다.

    인간이 동굴을 비롯한 지하공간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50만 년 전 베이징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베이징 원인이 살았던 동굴, 지하, 움막 등에 사는 사람이 68만 가구 162만 명에 달하는 현실은 부동산으로 계급이 나뉜 주거생활의 격차를 생생하게 웅변하는 것이다.

    4~6계급의 집값 변동에 대한 이해관계는 동일하다. 집값이 폭등할수록 주거생활이 후퇴하고, 집값이 떨어질수록 주거생활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4계급은 집값이 폭락할 경우 내집 장만의 꿈을 되살릴 수 있는 처지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5계급과 6계급은 현재 확보한 전월세 보증금도 많지 않고 소득도 높지 않으므로 설사 집값이 폭락한다 하더라도 주택을 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다.

    이처럼 부동산 계급별로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집을 소유한 계급이 있는가 하면 실거주용 주택 자체를 소유하지 못한 계급도 있고, 집값이 오를수록 이득을 보는 계급이 있는가 하면 집값이 떨어져야 살길이 열리는 계급이 있는 등 이해가 크게 엇갈린다.

    오늘은 부동산 6계급별 주거목적과 집값변동에 대한 이해관계의 차이를 공부했다.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blog.ohmynews.com/balbad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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