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닮은 '진보커피 1호점'
        2008년 12월 28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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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기 힘드셨죠? 다들 그래요. 수색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제과점이 있고, 그 제과점 바로 옆. ‘발리스’는 거기에 있어요. 말로 설명하면 간단한데,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보통은 헤매거나 다시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묻곤 하죠. 좀 의외다 싶은 곳에 우리 가게가 있죠. 인정해요. 위치는 좋지 않죠.  

       
      ▲ 정용진씨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Valis.(사진=김소연)

    손님이요? 가게 위치 때문인지 아직은 많지 않아요. 단골위주라고 보시면 돼요. 한 번 찾아오신 분들은 계속 찾아오시죠. 왜냐구요? 커피 맛이 좋거든요.

    실질적인 운영은 아내가 하고 있는데 아내가 아주 유명한 분한테 바리스타(즉석에서 커피를 만들어주는 전문가) 교육을 받았어요. 또 아내가 개발한 우리 집만의 비법도 있구요.

    스타벅스 같은 대형 체인점하고는 확실히 맛이 다르죠. 커피 맛을 아는 분은 아세요. 우리집 커피가 독특하고 꽤 훌륭하다는 걸.

    커피 전문점계의 진보신당?

    커피 전문점계의 진보신당이랄까요? 물론 오버입니다. 하하하. 근데 비슷하기는 한 거 같아요. 열심히 준비도 했고, 작지만 실력도 있는데, 사람들 눈에는 잘 안 띄죠. 하지만 결국 잘 될 거라고 믿어요. 진보신당도 그렇고 우리 가게도 그렇구요. 예. 전 진보신당 당원이에요. 입당이요? 5월달에 했어요. 칼라TV로 촛불집회를 보면서 도저히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원래는 3월 창당 때 입당하려고 했는데, 미뤘었죠. 제가 눈이 안 보이거든요. 예 시각장애인이에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뭘 하는 게 저한테는 조금 어려워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요. 아니요 태어날 때부터 안보인 건 아니에요. 시력은 2년 전에 잃었어요.

    사고요? 뭐 사로라면 사고죠. 2년 전 갑자기 당뇨망막증이 찾아왔어요. 오랜 입원생활 끝에 시력을 잃게 되었죠. 불편하긴 하죠. 왜 안 불편하겠어요. 그런데 지낼 만합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아직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가끔씩 당황스럽긴 합니다만, 뭐 그 정도에요. 괜찮습니다.

    2년 전, 당뇨망막증으로 시력 잃어

    "아빠 별명은 ‘투시’에요." 아, 제 딸아이입니다. 올해 11살이죠. 키도 크고 예쁘죠? 키는 반에서 가장 크다더군요. 착한 아인데 흠이 있다면 얘가 아빠를 너무 놀려요. 거의 장애인 학대 수준이라니까요. "내가 언제?" 언제긴 녀석아, 방금도 ‘투시’라고 놀렸잖아.

    아, 투시요? 투석 시각장애인을 줄인 말이에요. 예 투석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시력을 잃을 당시 당뇨가 엄청 쎄게 왔던 거죠. 당시 합병증세로 신장도 크게 상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죠. 뭐 괜찮습니다. 견딜만 합니다. 견뎌야죠. 어떡하겠어요.

       
      ▲정용진씨(왼쪽)와 고세진 기자.(사진=김소연)

    "투시는 엄마가 만든 말이에요. 제가 아니라구요." 아, 이쪽이 제 아내입니다. 예 미인이죠. 감사합니다. 하하하 근데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죠. 물어보나마나죠. 당근입니다. 저희요? 제가 열 여덟부터 스물 셋 될 때까지 이현세 선생님 화실에 있었어요. 예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력을 잃은 전직 만화가죠. 뭐 괜찮습니다.

    아무튼 전 주로 배경작업을 했고 아내도 같은 팀에 근무했습니다. 그 당시 나온 이현세씨 작품들에는 거의 다 저의 손길이 배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폴리스’라는 만화 기억나세요? 나중에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예, 맞아요 이병헌씨가 주인공 했던 그 드라마 맞습니다.

    사기 19범 정용진?

    예, 그 만화도 제가 배경작업을 했죠. 제 실명이 만화 중간에 등장인물로 나가기도 했어요. 어떻게 나왔냐구요? 주인공이 경찰 전산망을 통해 전과자를 조회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에 제 이름이 나오죠. 사기 19범 정용진. 하하하

    정용진. 정용진이 제 이름입니다. 서른 다섯이구요. 그런데 제 이름보다는 진보신당 당게(당원게시판)파 분들에게는 아이디가 더 익숙하실 거에요 ‘노엣지’라고. 예, 제가 그 ‘노엣지’에요. 아이디가 무슨 뜻이냐구요? 별 뜻 없어요.

    엣지가 모서리라는 뜻이잖아요. ‘콩글리쉬’지만 극단을 경계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어요. 그냥 멋대로 쓰는 거니까는 너무 캐묻지 마세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암튼 그렇습니다. 대충 넘어가죠. 하하.

    아무튼 이현세 화실에서 아내를 만났어요. 스물 두 살 때. 왜 그만뒀냐구요? 미인을 얻은 댓가로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요. 화실의 홍일점이었거든요. 거기다가 보시다시피 엄청 미인이구요. 모든 선배들의 공분을 샀던 거죠. 화실 분위기가 저 때문에 엄청 안좋아졌죠. 하하하

    아무튼 그래서 아내와 함께 그만두었습니다. 박봉성 화실에도 잠깐 있었는데 거기도 그만두고 군대를 갔다 왔죠. 아내와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겼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만화로는 돈벌기 힘들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다른 일들을 해야 했죠.

       
      ▲가게는 작지만 구석구석 예쁘게 꾸며져 있다 (사진=김소연)

    이것저것 일들을 하면서도 아내와 나중에 커피전문점을 해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정치적인 토론도 자유롭게 오고가는 진보적인 그런 공간을 상상했죠. 아니요. 제 아내는 당원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늘 돈이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장애인협회에서 창업지원을 해주는 사업공모에 기획서를 냈어요. 커피전문점은 우리가 처음이었죠. 5천만원을 지원해 주겠다더군요. 운이 좋았죠. 지금 이 공간이 그 돈으로 마련된 겁니다.

    훌륭한 커피와 자유로운 토론

    커피같은 차를 마시는 문화는 유럽에서 발전했잖아요. 아시죠? 하지만 지금의 카페문화는 소비문화일 뿐이에요. 토론이 없죠. 예, 저는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그런 공간. 사회, 문화 뿐 아니라 정치적인 토론이 자연스러운 그런 공간으로 우리 가게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민중의 집‘이요? 예 가봤습니다. ‘민중의 집’도 지금은 마포에 하나밖에 없지만 앞으로 전국에 생길 거잖아요. 우리 가게도 전국에 진보적인 커피 전문점으로 체인을 이룰 겁니다. 구체적인 계획이요? 구체적인 건 고민 중이에요.(좋은 의견 있으면 제 블로그에 좀 올려 주세요 ^^) 쉽지는 않겠죠. 예 지금은 시작인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리 잡는 게 더 우선이에요. 매달 적자입니다. 하루에요? 하루에 한 10명 정도 손님이 오세요. 가격도 우린 저렴한 편이라 10명 정도의 손님으로는 힘들거든요. 아내는 그래요, 하루 매상 10만원만 돼도 소원이 없겠다고. 하여간 진보적인 커피전문점이고 토론문화고 간에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절박하죠. 예, 시작부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고, 결국 잘 될 겁니다. 

    당원들이요? 당원들도 오시죠. 홍보가 안 돼서 많이는 아니구요. 제가 진보신당 ROCK 동호회거든요. 그 모임도 여기서 했어요. 아무튼 수색역 근처에 오실 때는 많이들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커피 맛도 좋다니까요. <레디앙>에서 홍보도 좀 해주세요. 하하하

    아, <레디앙>이요? 예 자주 들어가죠. 주로 진보신당에 관한 뉴스를 많이 봐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기사도 챙겨보구요. 그런데요. 미안하지만 <레디앙> 기사 중에 스킵(건너뛰는)하는 기사들도 많아요.

    제가 만든 노래 들어보실래요?

       
      ▲ 정용진씨와 딸 정희영양

    어떤 기사를 안 보냐구요? 노선투쟁과 관련된 기사는 전 거의 안봐요. ‘전진’ 논쟁이나 ‘주대환’ 논쟁 같은 기사죠. 솔직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요.

    예전에 메신저를 통해 중요한 기사니까 꼭 보라고 하신 분도 계셨는데, 하지만 어쩌겠어요. 관심이 안가는 게 사실인 걸.  

    아참 제가 ROCK동호라고 했잖아요. ROCK 좋아하세요? 전 11살 때부터 팝을 듣기 시작해서 17살 때 ROCK에 흠뻑 빠졌어요. ROCK이 진보신당으로 절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Rage Against The Machine’이라는 밴드 아세요? 처음에 그 밴드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단순하지만 강렬한 사운드였어요. 그러다 가사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거고, 그들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와 진보적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창작이요? 솔직히 혼자서 취미로 작업을 하긴 해요. 잘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요. 음반 발매까지는 생각 안해봤지만, 낼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죠. 제가 음반까지 낼 수 있을지 <레디앙> 독자들이 한 번 판단해주시겠어요? 제목은 ‘울타리’에요. 

     valis coffee : 02-372-2466   /   블로그 blog.naver.com/noedge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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