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부동산 계급은?
        2008년 12월 26일 08: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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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영국의 사회학자 존 렉스(John Rex)와 로버트 무어(Robert Moore)는 주택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영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주택계급(housing class)이란 새로운 개념으로 통찰한 바 있다. 렉스와 무어의 『인종, 공동체 그리고 갈등(Race, Community and Conflict)』에 등장하는 주택 소유자, 공영주택 임차인, 개인주택 임차인, 하숙집 임차인 등 일곱 개의 주택계급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물론 영국의 주택계급 분류 방식을 그대로 한국사회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계급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부동산 계급사회적 성격에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자산의 소유는 극심하게 편중되어 있다. 땅의 70%와 주택의 97%가 사유화돼 있는 가운데 사유화된 땅과 주택의 소유 편중도 극단화돼 있는 것이다.

    땅의 경우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40%가 땅을 한 뼘도 갖지 못하고, 33%의 가구는 국토 면적의 1%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전체 가구의 5.5%가 국토 면적의 74%를 소유하고 있다.

    집의 경우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무주택자인 가운데, 전체 주택의 59%를 17%의 가구가 소유하고 있다. 빌딩 등 비거주용 건물의 소유 내역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땅과 집의 경우를 미뤄보면 소유 편중이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은 집과 땅, 그리고 빌딩과 같은 비거주용 건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을 누가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를 파악하려면 전체 부동산 자산의 소유 정도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소유 통계 자료에 비거주용 건물은 아예 빠져 있을 뿐 아니라 땅과 집도 개인 별로 합산되지 않고 따로 발표되고 있어 여의치 있다. 또 땅을 기준으로 소유 정도를 따질 경우 땅을 아예 소유하지 않고 있는 40% 가구 내부의 격차를 세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부동산 계급의 구분은 주택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주택의 경우에도 주택을 몇 채 보유했는가와 그 가격이 얼마인가를 통합한 자료가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각각의 자료를 적절하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략의 계급 구분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소유한 주택수를 기준으로 한 부동산 계급 구분

    필자는 지난 8월에 출간한 책 『부동산 계급사회』(2008, 후마니타스)에서 부동산 계급을 다음과 같이 6개로 구분한 바 있다.

       
      ▲『부동산 계급사회』중에서.

    그런데 책을 펴낸 뒤 이 계급 구분에 대해 항의(?)가 많았다. 예를 들면 “집이 두 채 있기는 한 데 지방이나 변두리에 있어 합쳐봐야 2억 조금 넘는 데 1계급이고, 서울 강남에 수십 억 짜리 한 채 가진 사람은 2계급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사실 맞는 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집을 몇 채 소유하고 있느냐’와 ‘소유한 집의 가격이 얼마냐’를 함께 알 수 있는 통계가 존재하지 않은 데서 생긴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같은 계급 구분이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로 집이 있느냐 없느냐, 집을 몇 채 소유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만으로 부동산 계급을 나눴던 것이다.

    책을 펴낸 뒤 현실에 좀 더 근접한 계급을 구분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책이 쏟아지면서 집값에 대한 통계가 몇 가지 더 추가로 발표되었다.

    이에 『부동산 계급사회』를 펴낸 뒤 발표된 최신 통계를 보완해 부동산 6계급 구분을 업그레이드해봤다. 핵심내용은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주택분 보유세를 납부한 최근 해인 2007년 기준 종합부동산세 납부 자료를 결합해 최상층 계급 구분에 반영한 것이다.

    집값을 반영한 부동산 계급 구분

    부동산 계급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거칠지만 먼저 집을 소유한 집단과 소유하지 못한 집단, 지하방․옥탑방․비닐집 등 적절하지 못한 곳에 거주하는 극빈층으로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주택 소유자는 다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집을 소유했지만 경제적 여력이 안 돼 셋방에 사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셋방사는 사람은 내집마련을 꿈꿔볼 수 있는 경계선인 전월세 보증금 5천만 원(2005년 말 현재)을 기준으로 둘로 나눴다.

    지하실이나 옥탑방, 비닐집, 쪽방 등에 사는 부동산 극빈층은 그 집을 소유한 사람이 일부 있긴 하나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주택소유 여부를 따지지 않고 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나눈 부동산 6대 계급의 특징과 규모는 다음과 같다.

       
      

    ① 부동산 1계급

    1계급은 38만 가구(2%)인데 이들이 소유한 주택 한 채 또는 여러 채를 합친 가격이 매매가격 기준으로 7억5천만 원이 넘어 2007년 현재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들이다. 15만 가구는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는데 그 가격이 7억5천만 원이 넘는 사람들이다. 23만 가구는 두 채 이상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들로 이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98만 채에 달한다.

    이들 중 상위 100인은 1인당 평균 100억 원의 주택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해 3만3천 가구가 20억 원이 넘는다. 15억에서 20억 원 사이는 4만1천 가구, 10억에서 15억 원 사이는 13만 가구가 해당된다. 또 7억5천만 원에서 10억 원 사이에 17만 5천 가구가 있다.

    1계급 중 93%는 서울(63%)과 경기도(30%)에 산다. 또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등 3개구에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36%가 살고, 양천․용산구 및 경기도 성남․용인․고양시를 포함한 8개 시군에 62%가 몰려 산다.

    ② 부동산 2계급

    2계급은 소유한 주택의 가격이 7억5천만 원 이하의 사람들로 836만 가구(54%)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중 754만 가구는 1가구 1주택자(이면서 그 집에 거주)이고, 82만 가구는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들이다.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주택수는 380만 채로 가구 당 4.6채씩 갖고 있다.

    2008년 1월1일 매매가격 기준 집값 분포를 보면 전체 주택 중 93만 채(7%)는 3억7천5백만 원에서 7억5천만 원 사이, 106만 채(8%)가 3억7천5백만 원에서 2억5천만 원 사이, 1,128만 채(83%)는 그 이하의 가격이다. 이 가운데 고가 주택 상당수를 1계급 중 다주택자가 소유하고 있다고 본다면 2계급에 속하는 다수는 2억5천만 원 이하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③ 부동산 3계급

    3계급은 자신 명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나 경제적 여력이 안 되거나, 직장생활 또는 자녀 교육 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남의 집에서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다. 전체 가구의 4%, 67만 가구가 이런 ‘이중인생’을 살고 있다.

    이 가운데 50만 가구는 전세에, 나머지는 월세나 사글세에 살고 있다. 또 29만 가구는 전월세 보증금이 5천만 원 이상, 10만 가구는 3천~5천만 원 사이지만, 나머지 28만 가구는 보증금이 3천만 원 미만이거나 보증금 없는 월세 또는 사글세에 살고 있다. 67만 가구 중 40만 가구가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33만 가구는 전세에 나머지는 월세나 사글세에 산다.

    ④ 부동산 4계급

    4계급은 현재 전세나 월세에 사는 가구 중에서 보증금이 2005년 말 기준으로 5천만 원이 넘는 사람들로 전체 가구의 6%, 95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3만 가구는 보증금이 2억 이상이고, 21만 가구는 1억 원이 넘지만 2억 원은 안 되며, 나머지 71만 가구는 5천만 원은 넘지만 1억 원에는 못 미친다.

    또 이들 중 83%인 79만 가구는 수도권에 산다. 가구 기준으로 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11%가 집은 없지만 전월세 보증금 5천만 원 이상을 내고 셋방에 사는 셈이다. 수도권 79만 가구 중 3만 가구는 2억 이상, 19만 가구는 1억에서 2억 사이, 57만 가구는 5천에서 1억 사이의 보증금을 내고 있다.

    ⑤ 부동산 5계급

    5계급은 보증금 5천만 원이 안 되는 전월세 또는 사글세 등 셋방에 사는 사람들로 전체가구의 30% 481만 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 94만 가구는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의 보증금을, 140만 가구는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의 보증금을 내고 있고, 나머지 247만 가구는 보증금이 1천만 원 미만이거나 보증금이 없는 월세 또는 사글세 등을 떠돌고 있다. 보증금 유무와 상관없이 평균 월세는 21만원, 사글세는 28만원 수준이다.

    ⑥ 부동산 6계급

    6계급은 앞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처지가 더 딱한 사람들로 지하실, 옥탑방, 비닐촌, 움막, 동굴 등에 사는 68만 가구(4%)가 여기에 해당되면 인구수로는 162만 명에 달한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지하방 거주 59만 가구의 경우 14%만 자가 소유이고 38%가 전세에, 46%가 월세 및 사글세 등 84%가 셋방에 살고 있다. 5만 가구에 달하는 옥탑방도 자가 비율은 14%에 머문 반면, 전월세 비율은 전세 37% 월세와 사글세 47% 등 93%가 셋방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59%, 경기 27% 등 93%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보다 정확한 부동산 계급 분석 필요

    한국사회는 부동산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아파트에 사는지 단독주택에 사는지, 아파트에 산다 해도 어느 브랜드의 몇 평에 사는 지, 주택 말고 땅이나 건물이 있는지 등 몇 가지 정보만 알아도 그 사람의 생활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고 어떤 정치의식을 갖고 어떻게 투표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은 주거환경은 물론이거니와 개인 삶을 전반적으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부모의 부동산 자산이 많을수록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은 뚜렷이 높다. 은행 문턱의 높이도 부동산이 올리고 내린다.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동네와 그렇지 못한 동네의 평균수명의 통계적 차이도 뚜렷하다.

    부동산에 울고 부동산에 웃는 나라, 직업과 노동 소득보다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소득이 불평등의 잣대가 되는 한국사회는 부동산 계급사회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계급을 제대로 구분하고 이해하는 문제는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그렇지만 부동산으로 계급을 이룬 한국사회를 좀 더 정확하고 정교하게 설명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1억이 넘는 전세에 사는 사람과 강화도에 있는 9만 원짜리 농가주택의 사람의 계급 분류가 정확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

    부동산 소유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통계가 공개되고 부동산 계급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이 커진다면 이 같은 문제도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blog.ohmynews.com/balbad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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