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아래서 살아남기
    2009년 01월 24일 01:53 오후

Print Friendly

   
 

2차대전 이후 수많은 국가들이 그랬듯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도 무려 30년 동안의 혹독한 군부독재시절을 겪었다. 우리가 유신독재의 아픔을, 광주의 아픔을 여전히 지니고 사는 것처럼 그들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독재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곳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작가 주노다이스가 11년만에 처음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첫 단편소설집 『드라운(Drawn)』으로 미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의 첫 장편의 제목은 『오스카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다. 2008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이 책은 사회통념적으로 어디하나 내세울 것이라곤 없는 주인공 ‘오스카와오’와 이와 상반된 남자에게 인기가 많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줄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누나 ‘롤라’, 그리고 독재자 트루히요에 의해 노예와 다름없는 고통스런 삶은 지새다 결국 유방암에 걸리고 마는 그들의 어머니 ‘벨리시아’와 그의 조부 ‘아벨라르’ 등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이자 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독재자 트루히요의 철권통치 하에서 숨죽이며 목숨을 부지해야 했던 한 국가의 이야기이며, 자신의 삶을 힘겹게 살아낸 개인들의 빛나는 생존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저자 주노 다이스의 분신과 같은 소설속 화자인 ‘유니오르’가 위트섞인 노련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사실 책의 초반에는 이들의 삶을 오가며 전개시켜나가 스토리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해도 어렵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일종의 저주와도 같은)‘푸쿠’와 자신도 모르는 새 ‘푸쿠’에 저항하며 사는 가족 구성원들의 삶은 발견한다면, 가독성은 높아질 것이다.

‘푸쿠’란 “유럽인의 라틴아메리카 침략과 함께 이 땅에 발을 들인 신세계의 파멸과 저주의 동의어”이자 트루히요란 독재자가 주인공들의 삶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기제이기도 하다. 최근 용산참사의 뒤에 이명박 정부의 막개발이 있는 것처럼.

그러나 주인공들은 이를 일종의 미신, 혹은 저주로 치부해버리며 트루히요의 삶과 자신들의 삶의 연관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 ‘푸쿠’에 자신도 모르게 맞서게 된다. 꿈을 꾸고, 친구를 사귀고, 질풍노도를 겪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렇다고 이 책을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삶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변화까지도 어떻게 과거의 역사에서 연유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며 너무 평범해서 그저 흘려버렸던 삶의 사치들을 환기시키는 책이다.(문학동네/12,000원)

                                                  * * *

작가 소개 – 주노 디아스

1968년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서 태어나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뉴저지에서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독서광이었고, 한때 묵시록적 영화와 책에 깊이 빠져들기도 한다. 러트거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그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 토니 모리슨과 샌드라 시스네로스를 만난다.

뉴욕 코넬 대학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96년 첫 단편소설집 Drown을 출간한다. Drown은 펜/말라무드 상을 수상하는 등 전례 없는 호평을 받으며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첫 소설집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디아스는 1999년 <뉴요커>가 선정한 ’21세기를 빛낼 최고의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2007년, 그가 11년 동안의 침묵 끝에 내놓은 첫 장편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그는 이 첫 장편으로 퓰리처상을 비롯해 미국비평가협회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는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아마존·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미라맥스에서 영화화할 예정이다.

옮긴이 – 권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캐나다로 날아가 오타와 대학교에서 번역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회의통역사로 일하며 영어와 스페인어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시간을 파는 남자』 『루빈의 선물』 등이 있으며, 그림책 『훌륭한걸』 『크리스마스 양말 이야기』 『뜨개질 소녀 넬』 등을 번역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