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이 경쟁상대 아니잖아요”
    By mywank
        2008년 12월 23일 04: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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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전국 시도연합 학력평가’를 치루는 대신 서울 덕수궁으로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의 표정을 해맑았다. 불과 1시간 전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 때의 무거웠던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주관으로 열린 학생과 학부모들의 ’덕수궁 체험학습‘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도를 따라 덕수궁으로 향하자, 광화문 사거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투경찰 50여 명이 학생들이 들고 있던 기자회견 현수막과 피켓을 강제로 빼앗으며, 행진을 방해하기도 했다.

       
      ▲덕수궁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진=손기영 기자) 

    우여곡절 끝에 오후 12시 반 덕수궁 대한문 앞에 도착한 학생들과 학부모 100여 명은 ‘A조(미술관→고궁 관람)’와 ‘B조(고궁관람→미술관 관람)’로 나눠져서, 체험학습을 시작했다. 이날 체험학습 현장에서는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대미술 걸작전’을 관람한 뒤 고궁 관람을 준비하고 있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덕수궁이란 궁명은 본래 물러난 왕에게 오래 사시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으로, 현재 덕수궁을 경운궁이 아니라 ‘덕수궁’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종이 황제직위에서 물러나 경운궁에 머물게 되어 붙어진 이름이에요.”

    잠시 후 대한문 앞에 도착한 안내자가 ‘덕수궁’ 명칭의 유래를 설명하자, 학생들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한 학생을 아버지의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덕수궁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묻기에 바빴다. 또 다른 학생은 덕수궁 안내책자를 유심히 바라보며 마냥 신기해했다.

    이날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인 박 아무개 양은 “일제고사를 보면 예전에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봤던 내용만 나오는데, 체험학습에 와서 여러 가지 역사적인 내용을 듣고 보니까,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신정우 군은 “오늘 일제고사를 봤으면 마음이 더 불안했을 것 같았다”며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옆에 있는 친구들이 경쟁상대 같이 느껴졌는데, 오늘 친구들과 함께 체험학습에 참여해 어울리고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함께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 (사진=손기영 기자) 

    중학교 2학년 학생인 고수정 양은 “일제고사를 보지 않고 체험학습을 오니까 마음이 답답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시험공부하면서 배우는 것보다, 이렇게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이 더 배울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학습에서 덕수궁 한편에 전시되어 있던 ‘신기전’은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이어 안내자가 “이 무기의 사정거리는 얼마나 될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10m 요”, “50m는 거뜬히 나가겠죠"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신기전의 사정거리가 150m라는 사실을 안내자가 이야기하자, 학생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덕수궁 곳곳을 관람했다. 아이들의 궁금증을 열심히 설명해주는 모습, 오랜만에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도 볼 수 있었다.

    고수정 학생과 함께 체험학습에 참여한 고영원 씨는 “딸이 일제고사를 보기 싫다고 제게 말해, 큰 고민 없이 이를 허락했고 오늘 체험학습에 같이 오게 되었다”며 “서울에 산지  20년만에 덕수궁에 처음 오니까 신기하고, 특히 딸과 함께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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