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고사 보기 싫을 뿐이고”
    By mywank
        2008년 12월 23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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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시도연합 학력평가’가 치러진 23일, 시험을 거부하거나 이에 반대하며 등교거부를 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 교육청 앞에 모여,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특히 회견장에는 다양한 색상의 ‘고양이 가면’을 쓰고 나온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학생들의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현장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진주명 학생은 “얼굴을 가리려고 썼지만, 대통령 아저씨가 무서워하는 고양이로 ‘미친 교육’을 잡아보고 싶어 가면을 썼다”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 등교거부를 하고 나온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일제고사, 즐’이라고 적은 OMR 답안지와 지난 10월 ’학업성취도평가‘ 때 0점 처리된 성적표를 가슴에 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들은 일제고사를 보기 싫을 뿐이고’
    ‘무한경쟁, 일제고사, 부당징계 안습 ㅠㅠ’
    ‘일제고사~ 꺼져~ SAY NO’

    이날 학생들은 ‘톡톡 튀는’ 문구가 들어간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 자신들을 향해 터지는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와 주변을 지나는 어른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기보다는, 기자회견 중 스스로 ‘고양이 가면’을 벗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고양이 가면을 쓴 한 학생 (사진=손기영 기자)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 학보모의 ‘일제고사 거부권’ 인정 △7명의 교사에 대한 징계철회 △일제고사 불참학생에 대한 무단결석 처리 취소 △일제고사 거부학생을 위한 대체교육 프로그램 마련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해 교육당국의 오만과 횡포에 대항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당국이 존중해주지 않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스스로가 일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날 한시에 강제로 치르는 일제고사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성적의 노예로 만들어 무한 경쟁에 끌어들이려는 반교육적 음모”라며 “이것은 아무런 사회적 합의나 법률적 근거도 갖추지 못한 교육당국의 일방적 강요일 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그것에 따를 아무런 의무나 책임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일제고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학생·학부모에게 알린 교사의 행위 또한 지탄이나 처벌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 NO’ 따이루(닉네임) 활동가는 “무한경쟁 교육정책을 펴는 공정택 교육감의 ‘청소년 죽이기’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시험 보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지난 10월 일제고사에 이어, 오늘도 많은 청소년들이 서울시 교육청 앞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렇게 청소년들의 분노를 끌어올리는 공정택 교육감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공 교육감이 빨리 일제고사를 중단하고,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해야만, 청소년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이 ‘일제고사 꺼져’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 학생이 ‘일제고사, 즐’이라고 적은 OMR 답안지를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일제고사를 거부한 중학교 2학년 신정우 학생은 “점수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이 결과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시키는 일제고사가 싫어서 오늘 시험을 거부하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며 “며칠 전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했는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결석처리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 말고도 오늘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한 친구들이 2명은 더 있는 것 같고, 일단 부모님이 제 의사를 존중해주시고 있기 때문에, 별로 두려운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고생하는 것이 모두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되어서 그렇고, 제가 투표를 했다면 공정택 후보를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일제고사를 거부한 중학교 2학년 진주명 학생은 “오늘은 슬픈 날이어서 일부러 교복을 입지 않고, 검정색 옷을 입고 나오게 되었다”며 “공정택 교육감이 선거 때 학원장들의 돈을 받았는데, 일제고사를 강행하면서 ‘공교육’이라는 선물을 그들에게 아예 넘겨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공정택 교육감 볼링핀을 쓰러트리기에 앞서 공에 공 교육감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학생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태균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지난 10월 일제고사 때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한 선생님들이 재직하셨던 학교 정문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다”며 “또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학교 곳곳을 자물쇠로 잠가놓았는데, 학교현장이 전쟁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7명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고, 다시는 일제고사와 같은 것들이 치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학부모들이 일어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앞으로 학부모들이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낮 12시 반부터 중학생과 학부모 100여 명과 함께 덕수궁미술관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무한경쟁교육,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SAY NO’ 소속 학생들은 같은 시각 정동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등교거부 퍼포먼스 및 토론회’를 벌이고 있다.

    또 오후 4시부터 보신각 앞에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모여 ‘연대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력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은 무단결석 처리하고, 체험학습을 허락하는 등 평가 거부를 유도한 교사에 대해서는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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