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섭 '조철봉 발언' 기사 사라진 까닭?
        2008년 12월 24일 08: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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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섭, “조철봉 요즘 왜 한번도 안 해?”

    2007년 1월 4일, 점심식사 시간이 끝난 국회 브리핑룸이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이후 연일 계속되던 한나라당의 성추문과 사회적 물의에 화룡점정할 만한 사건이 생긴 것이다.

    바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강재섭 대표의 ‘조철봉 발언’이다. 당시는 열린우리당과 <문화일보> 사이에 이른바 ‘강안남자’ 논쟁이 한창이었다. 신문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음담패설류 표현이 도를 넘은 것이고 이것을 가지고 열린우리당이 <문화일보>라는 보수일간지에 대해 전방위 공격을 하는 중이라 몹시 민감하던 때다.

    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그날 출입기자들과의 신년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오찬에서 음담패설 수준의 농담을 했다.

    강 대표는 오찬 도중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음란성 논란이 일었던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거론하며 “요즘 조철봉(주인공 이름)이 왜 그렇게 섹스를 안해?”라고 기자들에게 묻고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더니, 요즘은 한번도 안 하더라”라며 “내가 오늘은 할까, 내일은 할까 봐도 절대 안 하더라니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옆 자리 기자가 “여기자도 있는데 너무 강한 발언 아니냐”며 슬쩍 제지했지만 “아니 그래도 한 번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라며 “안 하면 흐물흐물 낙지 같아져”라고 말을 이어나간 것이다.

       
      ▲ <문화일보>에 게재되었던 소설 ‘강안남자’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얼굴 화끈거리는 내용이거니와 나름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기자들을 앞에 두고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나라당과 그 당 소속 의원들의 기본 인식을 잘 보여주는 ‘농담’(?)인 것은 분명했다.

    소식을 접하는 순간 민주노동당 대변인실의 식구들은 모두 외쳤다.
    “강재섭, 아웃~!”

    다른 정당들의 날선 공격은 물론이거니와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강대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압박을 가해야 했을 만큼 분위기는 한나라당에게 최악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여성 부대변인들과 여성위원회는 ‘막을 수 없는 한나라당의 사필귀색’, ‘스스로 어렵다면 우리가 성평등 교육을 해주마!’는 명언을 날리며 강재섭 대표에게 송별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대변인 부대변인 모두 나서 한 방씩을 날리고 의기양양하게 다음 사태 전개를 지켜보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기사가 점점 작아지더니 그날 주요기사에서 싹 빠지고, 방송에서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정리되고 말았다.

    연이어 며칠은 가겠거니 했던 일인데 관련기사는 2~3일을 넘기지 못했다. 진보매체 몇몇이 끝까지 문제를 물고 늘어졌지만 나중에 강재섭 대표가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유감’이라고 발표한 입장 표명을 마지막으로 뉴스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사태의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던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언론사업,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건의 선정성과 충격에 비해 기사의 비중과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나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사건이 발생한 오후 내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국회 기자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호소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의 노력은 가상한 것이었지만 당시 나경원 대변인은 나름 신참 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크기의 사건을 단순히 대변인의 노력만으로 ‘선방’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경원 대변인의 눈에 보이는 노력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 사건으로 내가 다시 보게 된 것은 한나라당의 대언론사업 인원과 그들의 역량이었다. 한나라당에는 당시 대변인실에만 10여명의 실무 직원이 있었다. 대변인실뿐 아니라 대표실, 원내대표실마다 언론사업 담당자가 있다.

    부대변인들만 해도 당시 30여명이 되었고, 계파 수장급의 주요 정치인들의 경우 별도의 언론담당자가 있으면서 언론사와 기자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들 중에 10년 넘게 언론관련 업무만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10년이면 한 기자가 입사해서 고생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베테랑 소리를 들을 때 까지의 모든 인간사를 다 알고 있고 서로 인사를 갖추고 살아왔을 시간이다.

    그 관계가 소소한 일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우리들의 일상에서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관계의 사람들이 다가와서 "사건은 진상은 이렇다.", "오해가 있으니 말을 들어보라.", ?좀 봐주라. 내가 요즘 죽을 맛이다."라고 말하면 모른 척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당시 사건의 확대를 막으려고 한나라당의 대언론 역량이 총출동한 상황을 감안하면 강재섭 대표의 조철봉 발언 사건의 ‘확전이냐? 진화냐?’를 둘러싼 한나라당 대 열린당 민노당 연합전선 사이의 언론 역량 대회전은 한나라당 대언론 사업 역량의 승리로 규정될 수 있다.

    물론, 당시 기자들과 언론사들이 한나라당의 ‘작업’에 의해 기사거리를 그냥 놔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사의 가치와 언론사 나름의 잣대가 작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몸을 던져 기사화를 막을 인력과 능력이 있었고 언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수시로 미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한나라당 내부의 언론사업 라인업뿐 아니라 언론계 내에서도 작동하고 있던 보이지 않는 막강한 언론파워의 존재는 곧 드러났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캠프의 진용이 발표되었을 때 권영길 후보 대변인이었던 나는 전의를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다.

    이명박 캠프의 언론캠프는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사의 사장급과 편집국장급 인사들이 모조리 배치되어 있어서, 한국언론계의 데스크를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캠프만으로도 방송사와 신문사를 하나씩 차리고도 남을만한 어마어마한 진용이었다.

       
      ▲ <문화일보>에 발표된 이명박 대선캠프 진용표

    이런 어마어마한 안팎의 역량을 가지고 당 대표의 음담패설 사건 정도를 못 틀어막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밥값’의 정치학?

    인력 뿐 만이 아니다. 2006년 3월에 보도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기자 접대비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탐사보도를 접하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년 동안 각각 약 2억5,600만 원과 3억9,400만여 원을 기자단과의 함께 먹는 밥값으로 지출했다는 것이다. 그중 대변인이 기자들과의 식대로 지출한 돈이 웬만한 서민가정 전체 재산을 넘는 1억2,000만 원(열린우리당)과 1억5,000만 원(한나라당)이 넘었다는 사실도 일반인으로서는 혀를 내두를 일이다.

    당시 대변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변인 월 판공비는 3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대변인 판공비는커녕 대변인의 활동비(월급)은 ‘정무직’이라는 이유로 90만 원에 묶여 있었고, 대변인실의 일년 예산은 2006년 당시 고작 620여만 원이었다.

    이 예산에는 일년에 2번 있는 기자간담회 비용, 당 지역조직 언론사업을 교육하는 ‘언론학교’ 비용, 조직사업 및 대변인실 직원 활동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민주노동당의 언론사업 전체 비용이 보수 양당 대변인이 보름 동안 기자들과 나누는 밥값 정도밖에 안되는 수준인 것이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상황은 헝그리(Hungry)가 아닌 앵그리(Angry) 수준인 것은 분명한 일이다.

    뭐라도 있어야 싸운다… 12척도 없는 진보정치 대변인실

    진보정치 진영처럼 홍보전략, 대국민 이미지 전략이 부실하거나 단기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드물다. 장기적인 성장 전략보다는 말 그대로 ‘그때그때 적절하게 대응’하는 수준이다.

    정치세력의 이미지는 평소에 형성되는 것이지 특정 선거기간에 집중한다고 해서 의도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언론과의 관계도 오랜 기간 동안의 축적된 노력의 성과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짧게 보아도 진보정치 운동은 10년이 흘렀다. 지금은 언론사업과 홍보 분야의 중요성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얼마나 대언론, 대국민 홍보전략에 사람과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가? 여전히 부실한 재정과 부족한 인력을 들이밀면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족한 역량과 부실한 지원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내줄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도둑놈 심보일 뿐이다. 이순신이 선조에게 ‘신에게는 다행히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고, 신이 살아 있으니 적이 함부로 넘보지 못할 것이다.’(尙有十二 舜臣不死)라고 이야기 한 것을 엄청난 충성과 헌신의 태도로 보는가?

    난 다르게 읽는다. 이순신은 선조에게 비아냥거린 것이다. 니 멋대로 하다보니 이런 꼴이 되었다. 우짤래? 그나마 나라도 남아 있으니 다행인 줄 알아라.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대변인실에 최저임금의 절반 정도의 임금을 받는 대변인과 부대변인, 그리고 한두 명의 언론사업 초년생들을 배치하고 ‘보수정당의 적들과 과감히 맞서 싸우고 모든 언론사와 기자들을 승복시키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겠는가?

    언론사와 재벌들이 우리 진영의 주요한 사람들에 대해 훤하게 꿰고 있듯이 우리도 그쪽 사람들에 대해 훤하게 꿰고 있을 수 있도록 사람을 키우고 전문성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사업이야 말로 주먹구구로 해서는 안 되는 가장 민감하고 전문적인 일이라는 발상의 전환인 필요한 것이다.

    2년 동안 진보진영 최장기 대변인을 하면서 ‘대변인실의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놓겠다’고 다짐했던 나 역시 이런 상황에서 개인기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의 부실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글은 나의 반성문이기도 하고 변명이기도 하다.

                                                      * * *

    참고자료 

    민주노동당 내 언론비용과 다른 부서 사업비 비교

    2007년 민주노동당 부서별 지출예산(2007 정기당대회 자료집 참조)

    노동위원회 1천670만원
    대외협력실 6천330만원
    성소수자위원회 1천334만원
    자주평화통일위훤회 2천만원
    장애인위원회 2천542만원
    지방자치위원회 2천412만원
    집권전략위원회 1천312만원
    청년위원회 1천165만원
    청소년위원회 9백만원
    학생위원회 2천164만원….. 대변인실 42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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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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