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고사는 '사망'하기 시작했다"
    By mywank
        2008년 12월 23일 08: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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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는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시험인데, 오늘 전국에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했어요. 오늘 대한민국에서 일제고사는 끝난 거예요.”

    23일 진행된 ‘일제고사 거부’ 행동을 마무리하는 집회의 사회를 맡은 이영주 교사(묵동초)의 말이 끝나자, 행동에 참여한 학생, 학부모들 그리고 교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오후 4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는 ‘일제고사 거부’ 행동의 마지막 순서인 ‘학생․학부모․교사 연대집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일제고사 개나 줘버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고양이 가면’을 쓴 학생 (사진=손기영 기자) 

    ‘일제고사는 학생주임이다. 보기만 해도 짜증나니까’
    ‘일제고사는 두더지다. 팍팍 때려주고 싶으니까’
    ‘일제고사는 대문이다. 박차고 나가고 싶으니까’
    ‘일제고사는 출근길 지하철이다. 갑갑하고 숨이 막히니까’

    이제 초딩도 자살할라

    이날 집회에서는 ‘일제고사는 OOO이다’를 내용으로, 행동에 동참한 학생들이 적은 재기발랄한 메시지들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또 학생들은 무대 앞에서 설치된 ‘무한경쟁, 일제고사 NO’라고 적힌 스티로폼에 ‘이제 초딩도 자살한다’, ‘’담배보다 더 해로운 일제고死’등의 내용이 적힌 깃발을 꼽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자회견, 체험학습, 풍자 퍼포먼스, 토론회 등 이날 자신이 동참한 ‘일제고사 거부’ 행동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일제고사를 거부한 중학교 2학년 성 아무개 학생은 “그동안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잘 알지 못했는데, 일제고사의 문제를 지적한 내용의 전단을 본 뒤,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며 “미약하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서, 오늘 ‘일제고사 거부’ 행동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학생은 이어 “오늘 행동에 참여해 보니까 ‘우리가 겪는 일은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앞으로 이 친구들도 스스로의 권리를 지기기 위해, 행동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모임 SAY NO’의 따이루(닉네임) 활동가는 “‘오늘 일제고사를 내신에 반영하겠다’는 학교의 협박 때문에 행동에 동참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다”며 “앞으로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에 대해, 처벌이 내릴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따이루’ 활동가는 이어 “하지만 친구들이 부당하게 탄압을 받으면, 여러분은 그냥 가만히 있을 거냐”고 말한 뒤, “(공)정택아 이제 시작이야, 우리 맞장 뜨자”고 외쳤다.

    김태균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전, 청주, 광주, 목포, 대구, 부산, 춘천, 원주 등지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행동이 일어났다”며 “이명박식 ‘미친 교육’에 맞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앞으로 교육당국과 맞장 뜨겠다’는 선언을 오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깃발 메세지가 ‘무한경쟁, 일제고사 NO’라고 적힌 스티로폼에 꼽혀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집회에 참여한 박수영 교사(거원초, 해임)는 “해임 통보를 받고 1주일 동안 학생들과 ‘거리 수업’을 했는데, 오늘 학생들과 실질적으로 마지막 수업을 한 날이어서 서글펐다”며 “하지만 해임 통보를 받은 뒤,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면서 지냈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이어 “저를 믿고 따르는 학생들과 매일 아침 학교 주변에 나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들을 지켜보면서, ‘아직 제가 교단에 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편, 학생과 학부모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오늘 이 자리에 나왔는데, 우리 교육은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집회를 마친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 500여명은 저녁 7시부터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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