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학교'를 아시나요?
By mywank
    2008년 12월 20일 02: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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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는 내전으로 인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며, 중고등학교 취학연령의 45%가 공교육에서 배제되어 있는 콜롬비아. 하지만 이곳에는 빈민 아동들을 세계적인 예술가로 성장시키고, 빈민가를 예술의 요람으로 탈바꿈시킨 ‘몸의 학교(el Colegio del Cuerpo)’가 있다.

‘몸의 학교’는 지난 1997년 콜롬비아의 항구도시 까르따헤나에서 개교한 ‘예술 대안학교’다. ‘통합신체교육’이라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현대무용 언어, 다양한 예술 장르, 신체훈련 기법 등을 핵심 교육내용으로 삼으며, 대안적 삶의 기회 제공, 기존 교육의 혁신, 사회 연대의 제고 등의 성과를 일군 바 있다.

예술 대안학교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마리 프랑스 드리유방과 알바로 레스뜨레뽀가 공동 교장을 맡고 있는 이 학교의 학생무용단은 라틴아메리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하고 있다. 또 올해 8월과 10월에는 한국에서도 공연을 벌였고, 대안학교 학생들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박정훈 연구위원(사진=손기영 기자) 

또 ‘몸의 학교’는 지난 2003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2003년 콜롬비아 연방문화부가 주는 ‘제1회 최우수 문화기관상’을 수상했다. 또 2006년에는 까르따헤나시 교육청으로부터 대안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기도 했다.

혁신적인 대안교육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콜롬비아의 ‘몸의 학교’를 본따, 한국판 ‘몸의 학교’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박정훈 연구위원이 지난 5일 발행된 ‘이슈페이퍼 5호(☞전문 보기)’를 통해,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의 창립을 제안하고 나선 것.

박 연구위원은 ‘이슈페이퍼’를 통해, “한국에서 공교육에 방치되고 사교육에 배제되고, 대안교육에는 아예 접근하기 어려운 청소년 계층이 늘고 있다”며 “‘몸의 학교’ 사례는 한국의 공교육 및 예술교육의 현실을 개선하고 대안을 구상하는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디앙>은 19일 오후 대림동 사회공공연구소에서 ‘한국판 몸의 학교’를 제안한 박정훈 연구위원을 만나,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의 취지와 내용, 향후 추진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연구위원과 나눈 인터뷰 전문.

                                                  * * *

새로운 대안교육 모델

–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 모델을 제안하게 된 이유는? 

=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의 사각지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도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면, ‘사회이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교육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니까 그 사이를 사교육이 치고 들어오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제도권 교육을 따라가기 힘들고,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교육에서 방치되고, 사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대안교육 모델을 생각해보았다.

– 기존의 대안학교 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현재 전일제 대안학교의 수는 130개를 넘길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정부가 정한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는 단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 지원이 없는 대안학교에 입학 때 내는 기부금과 예탁금은 평균 300~400만원이고, 수업료도 매달 30만원에 달한다.

한마디로 사교육을 제대로 받을 여력이 없는 아이들은 대안학교에도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대안학교가 좋은 교육방법론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는 ‘그림의 떡’ 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만 접근할 수 있어, 부분적인 대안학교 구실 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몸의 학교’ 학생무용단이 한국을 찾아, 대안학교인 ‘들꽃피는 학교’ 학생들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사진=사회공공연구소)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

–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는 콜롬비아 ‘몸의 학교(el Colegio del Cuerpo)’를 모델로 삼은 것인가

=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는 콜롬비아 ‘몸의 학교’에서 힌트를 얻기는 했지만, 이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몸의 학교’는 콜롬비아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와 콜롬비아의 교육 현실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콜롬비아는 그동안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다. 심각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빈민들은 공립학교에 다니고 부자들은 대부분 사립학교에 다니는 공교육 교육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전쟁 이후에 공교육이 ‘사회이동’을 가능케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는 수행했다고 본다. 그래서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 모델은 ‘몸의 학교’ 교훈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한국 현실에 착근하는 교육방법론을 구상한 결과이다.

– 새로운 대안교육 모델에 ‘예술’을 택한 이유는? 

= 아이들을 낙오시킨 기존의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수학, 과학, 영어 등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된 아이들에게 ‘예술’이라는 부드러운 소재는 또 다른 삶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교육방법이 될 것이다.

또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고, 밤늦게까지 ‘야자’를 해야 하는 제도권 학교의 정형화된 생활리듬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창의성’과 ‘자율성’이라는 예술적 감수성이 담긴 교육을 소개해보자는 의미도 있다. ‘몸의 학교’도 무용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형성, 성 정체성, 환경 등 예술가들의 감수성이 담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우리나라 정규예술학교와 전통적인 예술교육을 깨보자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정규예술학교는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소수 엘리트들의 영역이었다. 가난하지만 예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로운 방식의 예술교육을 시도해보자는 의미도 있다.

예술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방안 모색

– ‘몸의 학교’의 경우처럼,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도 가장 낙후된 지역에 세우겠다고 했는데.

=일례로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이 강원도 산골마을을 찾으면, 마을에 생기가 돈다. ‘살아있는 동네’라는 느낌을 주민들에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또 도시 빈민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개발의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지면서 마을 공동체가 깨지곤 한다.

예술의 결과물, 즉 ‘대안예술학교’ 학생들의 공연 등을 통해 주민들과의 소통, 나아가 공동체를 발전시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대안예술학교’에 다니는 마을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모습 역시 지역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 새로운 대안교육 모델의 실천방안과 앞으로의 계획은? 

=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해, 우선 전국공공서비스노조 내 예술노동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과 ‘문화공공성포럼(가칭)’이라는 정책포럼을 준비하는 한편, 구체적인 모델을 설계하겠다.

재정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 아직은 이를 언급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공공서비스노조에 있는 예술노동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에서 강의를 하거나 자신의 악기, 도구를 대여,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방법도 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작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는 예술을 모두의 것으로 돌려주는 작업이다.

– 덧붙이고 싶은 말은? 

= 한국의 공교육은 망했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도 입버릇처럼 ‘공교육을 강화하자’고 이야기 하는데, 그 말이 이해가 안 가고, 납득할 수도 없다. 공교육은 ‘강화의 대상’이 아니다. 공교육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을 해야 한다.

나중에 진보정권이 집권해서, 사교육을 금지시키고 공교육 예산 더욱 확충한다고 해도,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보진영의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교육정책 역시 신뢰받지 못한 것도 새로운 교육모델을 찾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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