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량기 교체가 상수도 개선?
        2008년 12월 19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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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 싸움이 한창인 경기 광주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수자원공사는 13개 지자체의 상수도 서비스 위탁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시도하는 곳은 경기도 광주다. 요즘 환경부가 주장하는 ‘광역화’를 고려하면 목표는 경기도 광주가 아니다. 하남과 용인을 묶는 급수 인구 100만 단위의 사업을 위해 일명 ‘알박기’ 중이다.

    수자원공사의 ‘알박기’

    일단 환경부의 야심찬 계획 ‘광역화’부터 짚어보자. 민간이 상수도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려면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수도 서비스는 되려 적자가 많다. 수도요금 현실화율이 낮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지역의 경우 생산원가가 높기 때문에 당연히 ‘공공’서비스인 상수도 요금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것이다.

       
      ▲ 한국수자원공사가 주최한 ‘제1회 물 사랑 포스터 공모'(2005년)에서 대상에 선정된 초등학생의 작품.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런 요금인상은 어려우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지역을 묶어서 수익이 발생할 만큼의 규모가 되면 민간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까지 수자원공사의 ‘알박기’가 이루어졌다.

    광주를 기점으로 하여 하남과 용인까지 엮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거제시를 위탁하면서 인근 통영을 넘보고 있으며, 인구 3만 5천 규모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령을 위탁한 이유는 인근 성주와 합천 창녕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환경부의 시범지역이 ‘포항권’이다. 포항과 경주 울진 영덕 영천을 아우르는 규모다. 이미 행정안전부는 포항과 경주에 경영개선 명령을 통해 ‘민간위탁’의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지자체의 경우 상수도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기가 쉽지 않다. 민선시장들이 ‘가시적’ 성과가 별로 없는 ‘땅밑’ 사업에 돈을 들인다고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요, 노후관 개선한다고 굴착하면 민원밖에 더 들어오나.

    단기적인 효과를 보는 일도 아니다. 여기에 수질이나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니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닌 것이다. 경주시의 경우 적지 않은 ‘초기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채를 빌려다 관로 개설 등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행정안전부가 내린 ‘경영개선 명령’의 이유는 부채가 많아서였다.

    왜 하필 광주?

    12월 18일 경기도 광주시의회는 상임위에서 민간위탁을 2:3으로 결정했다. 지역 대책위가 시의회 앞에서 농성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 관례적으로 논란이 많은 법안은 보류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일사천리다. 뭔가 상당히 뒤가 구리다.

    사실 경기도 광주는 위탁을 추진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부실 경영이라고 경영개선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니고, 타 지자체에 비해 탄탄하고 안정적 운영을 해왔다. 광주시 상수도 사업소는 2003년부터 흑자를 기록했으며, 2007년 예산 이월액은 130억이었다. 광주시가 작성한 경영실적 보고서에 의하면 ISO 4001을 취득하였고, 유수율(누수되지 않고 소비자에 공급되는 상수도 비율 – 편집자 주) 제고를 위해 07년까지 블록화 사업도 마무리했다.

    도대체 왜? 다른 지자체처럼 적자 경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블록화 사업도 마무리했는데 위탁을 추진한단 말인가. 공무원들이 올해 수자원공사와 함께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기 때문일까.

    수자원공사가 물 전문기업?

    사실 수자원공사가 위탁을 실시하고 나서 ‘개선’된 것들은 별로 없다. 최초로 위탁을 맡긴 논산은 수자원공사와 ‘소송’ 중이다. 그 외 지역은 비록 1~2년밖에 되지 않아 평가하긴 어렵지만 수자원공사가 광고하는 것처럼 그리 ‘훌륭한 경영업적’을 남긴 것 같지는 않다.

       
      ▲ 지난 해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물 사유화를 촉진하는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사회진보연대)

    수자원공사는 유수율을 몇 년 사이(1년이 채 되지 않는 곳도 있다)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선전한다. 50%대의 유수율이 70%대로 올랐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이라면 대단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유수율이라는 것은 공급하는 물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요금으로 걷히는 양을 말한다. 100을 공급했을 때 100이 걷히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관에 문제가 생겨서 물이 중간에 새거나 오래된 계량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이다. 어찌되었든 생산량에 비해 그 요금은 제대로 걷히지 않는 것은 손실이다. 유수율이 낮은 지역은 40%정도 되기도 한다.

    제대로 유수율을 높이는 것은 노후관이나 고장난 관을 교체하고 수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새는 물’을 잡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민간위탁 이후에 유수율 개선의 방법은 대부분 계량기 교체였다.

    즉, ‘돈 잘 걷는 일’에 집중해 놓고 유수율이 높아졌다고 하면 곤란하다. 노후관 교체는 기껏해야 거제 고령 등에서 1~3km 정도였다. 다시 말하면 굳이 ‘물 전문 기업’이라 광고하는 수자원공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광역시 규모가 아닌 중소 도시나 농촌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을 상수도다. 동네 이장님이 한 달에 한번 ‘알약’하나 받아다 물탱크에 넣는 것이 수질관리의 전부인 열악한 마을 상수도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상수도 서비스의 전문화’ 대상에 마을 상수도는 해당사항이 없는 듯하다. 서산을 제외하고 민간위탁 이후에도 마을 상수도는 예전대로 지자체에서 맡고 있다. 고령시의 경우 군청에서 마을 상수도 145개를 군청공무원 1명이 담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수장의 폐쇄이다. 수자원공사가 원래 하던 일은 광역 정수망이었다. 댐에서 물을 끌어다 지자체에 보급하는 일. 즉, 물의 도매가 원래 업무이다. 지자체는 이 물을 가지고 소매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위탁업무를 실시하면서 ‘이윤’을 고민하는 수자원공사는 지자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자체 정수장을 폐쇄하고 ‘자회사 소유’인 광역 정수망에서 물을 가져올 고민을 하게 된다. 정수장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예산을 아끼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마는 문제는 별 문제 없는 정수장까지 폐쇄한다는 것이다. 경북 고령의 경우 1급수의 수질을 유지하는 고령 정수장을 폐쇄하고 싶다고 하자 환경부가 아직 쓸만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허가해주지 않았다. 멀쩡한 1급수 정수장을 폐쇄하는 이유가 참으로 씁쓸하다.

    수자원공사는 ‘공사’니까 ‘민영화’가 아니라고? 그 동안 다양한 댐 건설로 ‘삽질경제’에 이바지해온 수자원공사다. 흔히 말하는 ‘5대 개발 공사’중 하나다.

    따지고 보면 상수도 위탁은 수자원공사에 돈을 빌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20년 정도의 운영에 대한 위탁을 맡기면 공사는 지자체의 예산 우선 순위에서 밀린 상수도 사업에 대한 초기투자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운영 댓가를 받는다. 위탁 계약서에 의하면 20년 기준으로 공사는 약 2~3%정도의 이익을 얻는다. 이것이 투자 보수율이다.

       
      ▲ 사진=지리산 생명연대

    그런데 경기도 광주의 투자보수율은 7.01%다. 즉 20년 동안 갚아나가는 7% 이자의 돈을 꾼 셈이다. 요즘 공사가 경영이 어렵긴 한가 보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두 배가 넘는 투보율을 책정한 걸 보면.

    광주는 시작이다

    시의원들이 08년 초까지만 해도 성실 경영하고 있던, 그래서 위탁의 계획조차 없었던 광주를 갑자기 민간 위탁하려는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문제는 경기도 광주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광주와 인근 하남 용인까지 바라보는 일명 ‘성남권’이 그들 앞에 놓여있다.

    환경부 시범 지역인 포항권도 있다. 이제까지 수자원공사가 위탁한 13개 지자체의 급수 인구 규모를 전부 합쳐도 100만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포항권은 좀 다르다. 포항만 50만 규모다. ‘장사가 될 만한’ 지역이라는 이야기다. 포항은 ‘형님기업’인 코오롱 워터스도 호시탐탐 넘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 물론 한반도 대운하 때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취수장 이전 계획도 있다.

    12월 22일 월요일, 경기도 광주시는 시의회 본회의에서 민간위탁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들불’처럼 우리 앞에 민영화가 번지게 되는 불씨를 보게 될지 모르겠다. 광주를 시작으로 우리는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민간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며 고가의 저질 수돗물을 먹어야 할지 모른다.

    이 암울한 공포의 시나리오는 ‘여럿이 함께’만이 수정할 수 있다. 광주를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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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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