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이기든지, 폭동을 하든지
    2008년 12월 19일 07: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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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쯤 전에, 아는 사람 하는 작은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그 회사는 지난 20년 동안 현대와 대우에 자동차 대시보드를 납품했고, 부동산 담보 대출로 사업을 유지했다. 그러다 재벌 회사들이 하청을 끊었고, 은행은 자금을 끊었다. 이제 그 사장 노부모들 집까지 넘어갈 판이다.

그 사장이 집 한 칸이라도 건지려 아등바등댔을 지난 주말 한나라당은 부자들에게 뭉칫돈을 왕창 안겨주는 국가예산과 감세법을 강행 통과시켰고, 민주당은 반대하는 시늉만 하며 한나라당에 동조했다. ‘개혁’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언론은 한나라당의 이런 행태를 ‘과거 회귀’라 비난했다. 글쎄?

아무리 공황이라 해도 앞서 든 사장네 회사의 설비와 마켓이 우주로 날아가지는 않는다. 그 회사가 20년 동안 쌓아온 물질적, 비물질적 재화들은 더 큰 자본에게 헐값으로 넘겨질 것이다.

요컨대 공황이란, 인플레이션이 매해마다의 임금인상을 자본에게 복구해주는 것처럼 민중과 하위 자본에게 사회적으로 분배된 재화를 경제적으로 재독점화하는 계기다. 가난한 자를 솎아내 부자를 배불리는 것이, 자본 순환을 거스를 정치운동이 없는 현대 공황의 기능이다.

부자 감세 예산은 ‘미래 지향적’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나라당의 부자 예산안은 공황에 임한 대자본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고, 마찬가지 의미에서 과거 회귀가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다.

삼성 사업계획서의 정치적 번역자였던 민주당이 한나라당 예산안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민주당은 합산과세, 토지초과이득세, 양도세, 법인세, 소득세, 특별소비세 등을 없애거나 낮추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민주당이 꼭 역정을 내야겠다면, 자신들의 계승자인 한나라당의 부자 감세가 지난 10년의 업적에 비하면 ‘껌값’밖에 안 된다는 데로 맞추어져야 한다.

   
  ▲ 09년 국가예산이 의결된 직후인 15일 열린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

한나라당 영남조직이 경부운하 예산을 따냈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재미 본 집단은 단연 민주당이다. 부자 감세 예산이 통과되자마자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새만금 조기 추진, 목포 무안 신안 신발전지역 지정, 여수엑스포 지원 따위의 지역색 강한 국책사업이 빼곡했다.

호남권 이외의 명시적 지역사업이라고는 제주도 내국인 면세점 추가 설치 정도가 유일한데, 이를 두고 민주당에 대한 한나라당의 ‘위무’라 해야 하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거래’라 해야 하나?

민주당 지역구 관리용 ‘지역경제 활성화’

공황이든 아니든, 민중이 죽어나든 말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개발예산만 챙기는 이유는 특별히 복잡할 게 없다. 대개 산업자본가들로 구성된 외국 의회와는 달리 토지자본가들인 우리 나라 의원들이 제 땅값 올려놓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 정상적 기능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고, 그 당들의 지역조직 물주가 지방 건설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심오한 이유를 찾자면, 공업이나 금융업의 구조조정이나 재기에는 많은 투자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건설경기 부양은 지역 자영업에 즉각 효과를 나타내기 마련이고, 이 지역 자영업자들이 두 보수정당의 선거조직이라는 점이다.

건설업 경기부양을 통해 자영업자 조직을 다독이며 내후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는 것이 이번 예산안의 정치적 실체다. 공황이든 아니든, 민중이 죽어나든 말든 체제에 도전하기는커녕 보수당 사타구니나 빠는 작자들이 노동계급의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판이니, 보수당들로서는 두려울 것도 걱정스러울 것도 없고, 차분히 선거나 준비하면 되는 일이다.

공황이 부자들을 어렵게 하지는 않을 테고, 공황에 몰린 가난뱅이들이 부자당들을 공격한 전례도 없으므로, 부자당들은 나랏돈 나눠 선거 준비나 하자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이것이 경제위기를 풀어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황연합이다. 선거에 이기려 애쓰든지, 폭동을 일으키든지 민중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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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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