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 '명박산성'
        2008년 12월 18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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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결국 한미FTA비준안을 단독상정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원천무효"라며 한나라당을 규탄했다.

       
      ▲아수라장이 된 통외통위 회의실.(사진=변경혜 기자)

    전날부터 통외통위 회의장 문을 걸어잠궜던 한나라당 소속 의원 10명은 18일 오전 7시께부터 회의장 안에 들어가 오후 2시3분께 박진 위원장의 주재로 회의를 단독 개의한 후 한미FTA비준안을 상정하고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한나라, 오전 7시부터 회의장 들어가 단독 상정처리

    민주당과 민노당이 회의장에 진입한 시간은 한미FTA 비준안이 상정되고 2분 여 뒤인 2시5분이었다. 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은 박진 위원장과 간사인 황진하, 구상찬, 김충환, 남경필, 이범관, 정몽준, 정옥임, 정진석, 홍정욱 등 10명이며, 이들은 회의장 안에 야당의원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책상과 의자를 겹겹이 쌓아놓았다.

    이 때문에 회의장 밖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회의실 문을 여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를 지켜본 국회출입 기자들과 사무처 직원들은 "회의실 문이 이렇다 단단한 줄 몰랐었다"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 깨진 명패들.

    또 야당 의원들이 문을 연 후에도 겹겹이 쌓아놓은 의자와 책상들에 막혀 회의를 중단시킬 수 없었다. 회의장 안에는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들어온 국회 경위 5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의장 입구 ‘명박산성’ 쌓아놓고 야당 의원 원봉

    야당 의원들은 회의장 진입을 위해 소방수를 회의장 안으로 뿌렸고 안에서는 소화기를 뿌리며 회의장 진입을 막았다. 흡사 촛불시위 당시 정부지시에 따라 경찰이 명박산성을 쌓아놓고 물대포와 소화기로 시위대를 저지시켰던 상황과 비슷했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준안을 상정시킨 후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회의장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비준안이 상정됐다는 소식에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망연자실했다.

    비준안 상정소식에 야당 의원들 ‘망연자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한동안 앉아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병원치료를 받다 한나라당의 비준안 국회상정을 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 밤 늦게 병원에서 귀가했었다.

       
      ▲ 전날 밤 늦게 병원에서 퇴원한 이정희 의원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민노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여 단독상정한 한나라당을 향해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은 의회주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특권층을 위한 예산안을 만행적으로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반성은커녕 ‘힘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며 나머지 법안도 힘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꼭두각시라고 오만불손한 선언이며 선전포고, 국회가 전쟁터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갑 "청와대 꼭두각시가 국회 전쟁터로 만들었다"

    또 강 대표는 "한나라당은 한가닥 양심도 없이 독단으로 비준안을 상정했다"며 "미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세계전쟁을 일삼듯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똑같이 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노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오늘 망국적 한미FTA비준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과 보좌관, 당직자들이 총출동해 한나라당, 국회 경위들과 사투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상정을 막지 못했고 국민에게 죄송함을 금치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민노당은 회의장에서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민노당은 "외통위 상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의 한미FTA 저지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외통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등 한미FTA비준동의안이 지나가는 길목길목마다 온몸을 던져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불어 민노당은 "한나라당과 국회 경위들이 야당 의원들의 외통위 출입 자체를 막은 것은 국회법상 질서유지권 발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독재정권이 하는 폭거"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도 이날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가진 한미FTA철회 촉구 범국본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호주머니 털어 부자 곳간 채우는 것을 넘어 이제는 한미FTA비준으로 한국경제를 파탄내려 하고 있다"며 "한미FTA가 발효되면 국민의 삶과 나라, 미래에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또 심 대표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재앙만은 막아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오바마 미 대통령당선자의 발언까지 무시하고 오늘 공권력을 동원한 그 이유는 한미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되면 국민들의 절대적인 반대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도이며, 국민이 반대하는 모든 법제도를 한꺼번에 밀어붙이려는 꼼수"라고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했다.

    또, 심 대표는 "이건 독재정권이 하는 짓이고 폭거"라며 "야당은 국민편에 서서 목숨을 걸고 한미FTA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선대책 후비준’, ‘미 행정부 요청 30일 이내 비준동의’ 입장을 밝힌 민주당에게도 "지난 정권에서 미국 힘에 눌려 내줬던 한미FTA의 독소조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며 "변화된 미국의 정세를 잘 활용해 나라 미래에 재앙이 되는 정책을 폐기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이날 한나라당의 단독상정은 ‘원천무효’이라며 한나라당을 강력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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