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2008년 12월 18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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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7월 1일 당선증을 받고 7월 4일 첫 등원을 하였다. 구청사 건물이 어찌 그리 커보이던지 괴물처럼 느껴졌다. 현관입구로 내 몸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매일 아침 멈춰서서 한참을 청사건물을 노려보았다. 초선의원이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너를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업무추진비와의 싸움 시작

       
      ▲ 필자

    의회 들어가기 전 생각했던 업무추진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겠다 생각하고 민선3기 구청장 및 부구청장, 국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

    주민들 세금 걷어서 업무추진비를 쓰고 있는 사람은 집행부 몇 사람이고 그게 잘못 쓰여지고 있다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업무추진비 조례 제정까지 장장 2년간의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자료 요구만으로도 그 동안 없던 일이라 집행부는 술렁거렸고, 신경전과 입싸움이 계속되었다. 2008년 11월 있을 첫 구정질문을 업무추진비로 정해놓고서야 구정질문 날짜가 임박해서 제대로 된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4년간의 기관운영업무추진비 및 시책추진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 자료를 모두 모아놓으니 그 양이 만만치 않았다.  동지들의 도움으로 자료를 분석하고 구정질의서 안을 잡을 수 있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는 의원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집행기준과 행자부 예규에 규정된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에 위반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였다. 각 언론사에 격려금으로 지출된 돈, 50만 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첨부하게 되어있는 참석자의 기재사항이 누락된 부분, 구청장이 사적으로 지출하였다 판단된 부분, 카드매출전표가 집행부에서 고의적으로 작성된 부분을 따져물었다.

    답변자로 나온 국장은 안절부절, 각 언론사에 지급된 현금을 계속 부인하다가 대가성 보도사례비라고 실토하였다. 그 광경을 케이블TV로 지켜본 주민들과 지인들은 그 대목에서 박수를 쳤다 한다. 그러나 집행부로부터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는 의원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곧이어 있을 행정사무감사를 대비하며 의회의 전임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요구하였다. 이제는, 의회가 그동안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어떻게 의원이 의원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요구하느냐고 매섭게 몰아부쳤다.

    긴급의장단회의가 소집되고 나와 의원들 사이는 날선 칼날처럼 위태로웠다. 결국 의회의 업무추진비 자료를 받지 못한 채 행정사무감사는 시작되었고 구정질문에 이어 집행부의 잘못 집행된 부분의 시정조치와 환수를 요구했다.

    “의원님 처음에는 다 그렇습니다. 의욕적으로 자료요청도 하고 그러지만 1년이 지나면 다 이해되실 겁니다.” 의원 되고 첫 해라 멋모르고 덤비는 거라는 집행부의 조롱이었다. 이 말처럼 소리는 컸으나 별다른 변화없이 2006년을 넘기고 말았다.

    모든 언론사에 확인공문 발송

    2007년 2월 다시 업무추진비 싸움을 준비하였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기관운영업무추진비보다 더 공적인 시책추진을 위해서 쓰여져야 하는 구청장 시책추진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현금성 지출에 초점을 맞추었다.

       
      ▲ 이승희 의원(사진 왼쪽)이 남도향토음식박물관 및 호남문화자료전시관 건축현장 방문하고 있다. (사진=이승희 의원 홈페이지)

    격려성, 대가성으로 현금지출은 되었으나 수령자 영수증이 없는 언론사, 시민단체에 공문을 발송하였다.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공문이었다.

    그동안 상시적으로 언론사 및 기자들을 관리하는 게 별로 특별하지 않은 모든 지자체들의 관행이었고, 언론사에 잘못 보이면 좋을 게 없으니 서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었다. 대가성 보도사례비는 관언유착의 연결고리였다.

    광주지역에 지방지만 15개 정도에 각 방송사와 중앙지의 지역출입기자까지 구청 홍보실과 내 핸드폰은 쉴새없이 울려댔다. 확인공문을 받은 각 지역언론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당당하고 공격적이었다.
    요청한 제출기한내 답변서를 보내온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고, 나는 일일이 해당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사실확인을 하였다.

    너는 깨끗할 줄 아느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 등등 언론사 국장들은 대단히 격앙되어 있었다. 겁 없이 덤빈 덕에 뉴스감을 터뜨려도 지금까지 지역언론사에선 찬밥신세다.

    2007년 3월 그동안 우편발송 후 받은 확인공문결과를 취합하여 부당한 현금성 지출에 대한 사실확인과 재발방지를 골자로 한 서면질의를 하였다. 역시나 집행부의 답변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속터지는 말뿐이었다.

    다시 본회의에서 시작과 끝이 똑같은 뫼비우스 띠에 비유하며 구태의연한 집행부의 태도를 질타하는 5분발언을 하였다. 처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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