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식 못줘" vs "단 한명 해고도 용납 못해"
        2008년 12월 17일 06: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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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타와 그랜저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판매 감소를 이유로 잔업 특근을 없애 주야 8시간만 공장을 돌리던 회사는 15일부터는 주야 5시간씩으로 줄였다. 정규직은 5시간 근무, 3시간 교육으로 8시간 임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예외였다. 5시간 근무 후 무조건 퇴근시켰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강제 퇴근을 거부하며 공장에 남았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도 가세했고, 16일에는 숫자가 더 많아졌다.

    "똑같이 출퇴근 좀 합시다"

    작업복 등판에 “정규직 비정규직 똑같이 출퇴근 좀 합시다”라는 종이를 붙이고 다녔다. 정규직은 소나타 왼쪽 바퀴, 비정규직은 오른쪽 바퀴를 끼우는데 왜 경제위기의 책임을 비정규직이 뒤집어써야 하느냐는 항의였다. 회사는 비정규직을 강제로 퇴근시키기 위해 통근버스를 대절했지만 버스는 텅텅 비어서 갔다.

    그러자 17일 새벽, 사용자들은 평소 지급해왔던 간식을 지급하지 않았다. “5시간 근무 후 퇴근이니 간식이 없다”는 얘기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강제퇴근도 서러운데 먹을 것 가지고 차별하냐, 더럽고 치사하다”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현장의 동요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당황한 사측은, 부랴부랴 뒤늦게 야식시간에 간식을 제공했다. 

     

       
      ▲ 금속비정규투쟁본부 결성식 모습(사진=금속노조) 

    이날의 해프닝은 세계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경제위기를 이유로 간식값을 줄이려는 게 아니었다. 사내하청 업체가 ‘경영상의 이유’로 휴폐업을 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기 위한 얍삽한 전략이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례는 ‘행복한 투쟁’이다. 이미 310명이 명예퇴직이라는 미명하에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자동차 비정규직과 일방적인 상여금 삭감, 임금삭감, 복지축소를 당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에 비하면 훨씬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나섰다

    경제위기를 빙자한 노동자죽이기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나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경제위기를 빌미로 우선해고를 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투쟁본부’를 결성하고 함께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금속노조 산하 비정규대표자회의는 1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총고용보장-노동자살리기 금속비정규투쟁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위기를 빙자한 비정규직 우선해고, 임금삭감, 비정규직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 공동투쟁을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금속비정규투쟁본부(본부장 김형우)는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자행하는 사업장에 대한 집중투쟁을 통해 단 한 명의 해고도 용납하지 않고 함께 싸우자는 결의를 다질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대상은 경제위기를 불러온 경영진과 경제위기를 악화시키는 이명박 정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현대자동차 에쿠스공장 비정규직 115명 해고,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310명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자동차, 철강, 조선, 전기전자 등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비정규직 우선해고와 임금삭감, 복지축소, 비정규직 강제퇴근 등 ‘비정규직 노동자 죽이기’가 자행되고 있다”며 “2~3차 사내하청, 계약기간이 없는 한시하청 노동자,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얼마나 어떻게 잘려나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투쟁본부는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자동차4사와 현대하이스코, 동우하인켐 등 13개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모여 결성했다. 이들은 19일 오후 4시 GM대우자동차 앞에서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비정규직 우선해고 중단, 총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첫 번째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 정규직 노동운동에 앞서 먼저 투쟁의 깃발을 올리며 정규직과의 연대를 호소했다. 경제위기를 빙자한 노동자죽이기에 맞서 노동운동이 ‘총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경제위기 미명하에 정리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이렇게 외쳤다.

    "경제위기 진짜주범 경영진부터 구조조정하라”

    "경제위기 진짜주범 이명박부터 정리해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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