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딩 "선생님 물건 갖다 드려도 돼요?"
    교감 선생님 "안 된다, 내다 버려라"
    By mywank
        2008년 12월 17일 05: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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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학업성취도평가’를 반대한 전교조 교사 7명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내린 중징계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재직했던 학교의 학부모들까지 나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징계 교사들에 대한 학교 측의 횡포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 애들이 울고 있어요"

    학부모들은 17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하루아침에 이유도 모른 채 7명의 담임 선생님을 빼앗긴 200여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학부모들의 가슴은 아프다”며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선생님에게 ‘가지 말라고’ 매달렸고, 집에 와서는 자기 때문에 벌을 받는 거라며 눈물을 글썽인다”고 말했다.

       
      ▲교사 7명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은 이어 “줄 세우기 경쟁교육을 거부하고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인데 무슨 권리로 선생님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며 “7명의 교사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교사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파면·해임 등을 내렸는지 공정택 교육감에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교육적 타당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일제고사와 같은 잘못된 국가교육 방침을 무조건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일제시대나 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처벌되고 퇴출되어야 하는 사람은 각종 비리와 금품수수에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판 공정택 교육감”이라고 비판했다.

    "비리, 금품수수 공정택이 물러나야"

    이들은 이와 함께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 가슴에 평생 잊혀지지 않은 상처로 남게 될 부당한 교사징계 사태를 그냥 묵과할 수가 없다”며 “일제고사와 같은 줄 세우기 교육을 반대한 7명의 교사가 사랑하는 제자 곁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해임된 김윤주 교사가 재직했던 청운초등학교의 6학년 학부모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선생님이 해임당한 것에 우리 아이가 큰 아픔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우리 아이를 무단결석 처리했는데, 시험 한번 쯤 안본 게 무슨 큰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2년 전 최혜원 교사의 학급에서 공부한 중학교 학생을 둔 김헌철 씨 (사진=손기영 기자)

    그는 이어 “김 선생님이 해직된 뒤에 학교 교감선생님이 대신 교실에 들어왔다”며 “학생들이 ‘교실에 있는 선생님의 물건을 전달해줘도 돼나’고 묻자, ‘물건을 갖다 버리라’고 지시했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교육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자회견장을 함께 찾은 그의 6학년 딸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선생님이 해임된다는 소리를 듣고 황당했다”며 “곧 학교 졸업식인데, 담임선생님을 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복경찰 학교 복도까지

    파면된 정상용 교사가 재직했던 구산초등학교의 6학년 학부모는 “선생님은 ‘시험거부 운동’을 벌인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일제고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줬을 뿐”이라며 “학부모들은 선생님이 알려준 내용을 토대로, 시험을 치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 선생님이 학교로 출근을 하자, 교장, 교감선생님이 학교 정문에서 선생님의 출근을 막았다”며 “이후 선생님이 학부모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자, 사복경찰이 학교 복도에까지 들어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교장선생님의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공정택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본관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2년 전 최혜원 교사(길동초, 해임)의 학급에서 공부한 아이를 둔 김헌철 학부모는 “학교 측이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조차 못하게 막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아이들을 껴안았던 분이었는데, 선생님이 잘렸다는 현실을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어 “지금 공정택 교육감이 교육의 수장이자, 같은 교육자로서,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 달라”며 “아이들에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수 있도록 징계를 당한 선생님이 다시 자리에 설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선생님이 무슨 죄인지 이해가 안 가요"

    해임된 설은주 교사가 재직했던 유연초등학교의 6학년 학부모는 “아이의 졸업식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학생들에게 폭행을 가한 선생님도 정직 정도의 처벌을 받는데, 담임선생님이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해임 당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재직했던 거원초등학교의 6학년 학부모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아이들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선생님”이라며 “박 선생님도 그런 선생님이었는데, 이런 선생님들을 학교에서 내보내면 누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교직생활을 하겠나”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학부모 10여명은 공정택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공 교육감이 불법 선거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어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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