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호, 한나라당 너희가 4.3항쟁을 알아?"
        2008년 12월 17일 03: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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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4.3항쟁 희생자 유골들이 잠들어 있다는 걸 아는가?’

    제주도민들이 한나라당의 제주4.3 등 과거사위원회 14개 폐지법안에 반대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17일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제목은 ‘제주공항 활주로도 덮지 못한 진실!’이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주4.3항쟁 유해발굴 현장을 담은 사진.(사진=변경혜 기자)

    한나라당이 제주4.3위원회 등 과거사위원회 폐지 입장을 밝히자,  제주지역의 모든 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들과 재일본4.3유족회 등 49개 단체가 ‘한나라당 제주4·3특별법개정안 반대 범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제주4.3항쟁은 반세기 넘게 무고한 민간인들의 학살(3만~8만 명, 당시 제주도민 인구 25만 명)된 역사에 대해 침묵을 강요당해오다 김대중 정부 당시부터 정부에 의한 진상규명 작업과 함께 4.3특별법이 제정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를 직접 방문해 “국가공권력에 의한 가슴 아픈 역사”라며 대통령이 역사상 최초로 제주도민에게 사죄하는 등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한국현대사 축소판 4.3항쟁을 왜곡하다니…"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이 일면서 한국현대사의 축소판으로 볼리는 ‘제주4.3항쟁’에 대해 뉴라이트 등 극우단체들은 ‘남로당의 사주를 받은 좌익무장세력에 의한 폭동’으로 왜곡, 반세기 넘게 숨죽여 온 제주도민들을 또 한번 죽이고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한국 근현대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하며 제주4·3항쟁을 “남로당이 전국적인 파업과 폭동을 지시했고,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진압 과정에서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주4.3항쟁을 “남로당의 사주를 받은 무장폭동사건”이라고 말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저급한 역사의식 수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사건을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경찰·서청의 탄압에 의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됐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4·3특별법에 의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역사적 사실을 평가, 정부가 확정한 것이다.

    "신지호, 한나라당 너희가 4.3항쟁을 알아?"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4·3위원회 등 과거사위원회 통폐합 법안’의 국회발의를 시작으로 노골적인 역사왜곡에 집중하고 있다. 신지호 의원의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은 한나라당 강성천, 김광림, 나성린, 박민식, 박준선, 배은희, 이범래, 임태희, 장제원, 정미경, 정옥임, 주호영, 황진하 의원 등 모두 14명이다.

    이날 사진전은 현재 제주공항 활주로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4.3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에 대한 기록들이다.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 지점에서는 지난 2007년 8월8일부터 지난 8월7일까지 1년 동안 학살되거나 암매장된 시신 100여 구가 발견됐으며, 남북활주로 동북 지점에서는 올 9월4일부터 유해발굴을 시작해 현재 53구의 시신이 확인됐다. 더욱이 발굴작업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희생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4·3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은 오는 2010년 12월31일까지 제주공항 인근 학살터로 알려진 곳에 대해 계속 추진할 계획이나 한나라당의 4.3위원회 폐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같은 사업은 완전히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전에 참석한 이이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 상임대표는 “찬 아스팔트 위에서 4.3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애쓰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런데 불과 10년만에 역사왜곡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뤄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차디찬 아스팔트위에서 특별법 제정 요구하던 기억이 생생"

    이 상임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역사왜곡을 중단하라고 해도 저들이 듣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4.3특별법을 통과시킬 때 가졌던 정신으로 역사왜곡 중단과 역사왜곡법안을 막아내야 한다”며 “싸우고 또 싸워 역사의 진실을 뒤덮는 일은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사진전 개막에 참석해 “전당대회가 있었던 올 6월 제주를 방문해 4.3평화공원을 방문하며 방명록에 ‘저희 민주당이 4.3의 지킴이가 되겠습니다’라고 썼었다”며 “그런 자세로 저희는 임하고 있고 4.3위원회가 존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확고하고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진을 보면서 60년 전 역사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느껴졌다”며 “한나라당이 민주의 소리, 역사의 소리를 덮으려고 하는데 국민의 의지와 뜻을 모아 반민주악법들을 반드시 막아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출신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유해발굴 사진을 보고 있다.

    이날 전시회에는 민주당 정 대표 외에도 강기정, 송영길, 박병석, 김상희, 김유정, 이성남 의원이 참여했고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에서 탈당해 입당한 강길부, 송광호, 정몽준 의원등도 얼굴을 내밀었다.

    민주당 강창일·김우남·김재윤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진전은 1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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