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쇼크, 난 떨고 있었다"
        2008년 12월 15일 08: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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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떨고 있었다

    당이 이런 의견 대립을 보일 때, 대변인의 처신이란 참 난해한 일이고 환장할 일이다. 권영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나에게 (대언론) 수위조절과 속도조절의 역할을 맡겼고, 한재각 연구원과 정책위원회 측에서는 나에게 지도부 압박에 버티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막말도, 비아냥도 들었다.

    이때 나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 문명학 실장의 존재였다. 비대위의 결론이 있은 후 진행되는 시시각각의 상황에 대해 한재각 연구원이 입장을 정리하면 그를 두고 대언론사업의 각을 잡는 논의를 대략 한재각, 문명학, 박용진 이 세 사람이 진행했는데, 이 세 명의 독특한 처지와 성격이 오묘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재각 연구원은 황우석을 알고 정책을 알았다. 문명학 제1정조실장은 정책을 알고 정치를 알았고, 나는 정치를 알고 언론을 알았다. 선비같은 결기로 문제를 바라보는 한재각 연구원을 언론사업의 최전선에 선 내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양쪽을 아는 문명학 실장의 조율역할 몫은 큰 것이었다. 지금도 그가 없었으면 나는 권영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와 정책위원회 사이에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에게는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의지가 되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내가 내 역할을 잘 한 것은 아니다. 황빠들이 MBC와 <PD수첩>을 맹공하고, YTN이 <PD수첩>의 ‘비윤리적 취재’에 문제제기성 기사를 보도하면서 MBC측의 대국민사과를 받아내던 12월 4일 이후에는 나도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 PD수첩 >팀이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당에 우호적이던 기자들이나 주변인들마저 모두 ‘당이 왜 지금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짜증과 우려를 표시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재각 동지에게 하지 말아야 할 전화까지 했었다. ‘MBC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가 잠시 호흡을 조절하자’는 것이었다.

    한재각 동지는 그럴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나를 질타했다.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차안에서 했던 이 통화는 지금도 나를 부끄럽게 하는 순간이다. 서로 자기의 자리를 잘 지켜 당의 ‘대 황우석 스탠스를 잘 유지’해 가야 했던 내 책임을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2005년 초겨울, 민노당은 자랑스러웠다

    브릭스의 사진조작 의혹 제기 이후 서울대에서는 황우석 논문 재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황우석은 돌연 병원에 입원했다. 국면은 점점 유리해져가고 있었지만 당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전혀 줄지 않았다. 노성일의 증언으로 국면은 완전히 뒤집혔고 일방적으로 몰려있던 당과 <PD수첩>은 기사회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책임져야 했던 세력들,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모든 기존 세력들, 정동영, 손학규, 박근혜를 비롯한 거물 정치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발뺌하기에 바빴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모든 국민들이 이 범죄에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해졌는지도 모른다.

    진실을 말하고 사회적 소수가 되는 일은 어찌 보면 상처만을 남기는 일이 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보정당의 일이었고, 책임이라면 ‘2008년 2월 3일 밤 임시당대회 이후 분당을 통해 내가 잃어버린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은 그 역할을 참 잘해냈고 지금 생각해도 참 자랑스럽다’라고 말하고 싶다.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대립이 있고, 서로에게 상처와 힘겨움을 남겼을지언정 그때 민주노동당이 없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꿋꿋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암담해질 것이다.

    누군가 비록 황우석 사태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 선 것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역시 1면 통사설 ‘고통스런 진실찾기, 그럼에도 아련히 보이는 희망‘이라는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민주노동당에게 찬사를 보냈다.

    “정치권에도 헌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거대 여야 정당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목소리로 ‘황우석 감싸기’에 매몰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만은 무지막지한 정치·사회적 ‘따돌림’ 속에서 꿋꿋하게 ‘외로운 진실’의 편에 섰던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이런 찬사를 듣고 존경을 받을 때 당 내부에서 이것이 가능하게 했던 ‘원칙파’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수고에 대해, 그리고 나를 비롯한 집행부와 당 지도부의 속도조절 의견과 ‘현실적 비겁함’에 대해 얼렁뚱땅 덮고 갈 생각은 없다.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12월 18일 개최된 제 7차 중앙위원회에서 권영길 비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황우석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연설하면서 ‘세상의 찬사가 민주노동당에게 오고 있다면 그 찬사는 온전하게 한재각 동지에게 가야 한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진=진보정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회적 소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 용기 있는 집단이 있어 희망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있습니다. 숱한 언론이 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당원들은 정책연구원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야 한다고 봅니다. 한재각 동지입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일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도전하였습니다. 더불어 당의 정책적 입장을 조율하고 발표하기에 숱한 논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고 존경의 말씀드립니다. 상처받은 당원들에게도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

    모두 이번 일을 통해 크게 배웠다고 생각합시다.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로 왜곡된 부분이 있어 상처받고 어려움도 겪었지만 당을 생각하는 마음도 읽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이 분들이 더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용기있는 태도는 아니지만 사실상 사과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사건을 둘러싸고 자신과 대립하던 당원들에게 존중과 사과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 입장 발표로 당내 논란이 완전하게 가라앉은 것은 아니지만 이후 당은 황우석 문제와 관련해 유일하게 도덕적 정치적으로 발언권을 가진 세력이었다.

    2005년 초겨울, 황우석이라는 한파에 맞선 민주노동당은 ‘금기에 도전하고 성역을 용납하지 않는 진보정치세력의 의무’를 다한 진보정치세력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데 왜 지지율은 변화가 없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들이 황우석에게 올인했다.
    현직 대통령 뿐 아니라 대선주자들이라는 대선주자들은 모조리 황우석 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벌어진 황우석 사건 처리를 둘러싼 과정에서 이들은 모두 민주노동당의 ‘밥’이 되었고, 국회 브리핑 룸에서 큰소리 치는 대변인은 나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고 다른 정당의 지지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국민 모두가 이 광풍에 사로잡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일까? 다들 고개 숙이고 있는데 혼자 잘난 척 하는 것으로 보였을까? 한국정치가 정책과는 무관한 게임의 룰로 굴러가기 때문일까? 혹시 우리가 어렵게 마련한 잔치를 즐겨야 할 시간에, 당이 또다시 양쪽으로 나뉘어져 정파대립을 격화하느라고 준비된 잔칫상을 걷어 찬 것은 아닐까?

    간단한 답이 아닐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 댓가가 민중들로부터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릴 뿐이었다.

    좋은 일이 두 번 겹치기란 참 어렵더라는 것이 짧은 세상살이에서 얻은 경험 중 하나이지만, 어떤 사안에 대한 정당의 태도와 지지율의 상관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시선으로 읽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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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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