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 "농성 풀지만 악법 좌시않겠다"
        2008년 12월 12일 05: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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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을 만날 싸움박질하고 반대만 하는 정당이라고 해서 18대에서는 정말 평화적으로,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싶었는데, 이번 법안과 예산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1박2일간의 법사위원회 회의장 점거농성을 풀며 한 말이다. 강 대표는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법개정안과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 부자들과 재벌들을 위한 법안들이 끝도없이 올라올 때마다 분통을 터뜨렸다.

    "쌈박질 안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민노당을 싸움박질하는 정당, 반대만 하는 정당 이미지를 씻어내겠다’던 약속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 민주노동당이 12일 1박2일간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농성을 마무리했다.(사진=변경혜 기자)

    법사위 회의장 점거를 할 때에는 개정안이 제출된 줄도 몰랐던 ‘농어촌특별세법 폐지법률안’을 보고 "농민들은 죽을 판인데, 한나라당은 불법을, 쿠데타를 저지르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원내 의석수 5명. 민주노동당이 지난 8일부터 벌인 반민주, 반서민악법과 새해예산안 저지를 위한 5일간의 투쟁을 12일 마무리했다. 민노당은 한주간 3당 교섭단체 회담장을 찾아가 강기갑 대표가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고 유선호 법사위원장을 면담하며 회의진행을 저지시키고 법사위 회의장을 1박2일간 점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강기갑 대표에게 "쇼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고 민노당을 향해서는 ‘깡패정당’이란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정색하며 "재정위에서 통과될 땐 뭐하고 이제와서 이러느냐"고 비아냥댔다.

    한나라, 민노 재정위 배제시켜 놓고 "재정위서 반대하지 왜 이래" 

    지난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에게 혼쭐난 경험 때문에 이정희 의원의 기획재정위 상임위 배제를 주도한 것이 한나라당이었다.

    민노당을 향한 악의적 비난은 한나라당에 그치지 않았다. 보수언론들은 지난 17대 의석의 절반에 불과한 5석 민노당의 ‘기습활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지 비난을 퍼부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5석 민노당에 의회민주주의 마비’란 보도를 시작으로 11일에는 ‘국회 흔드는 제4교섭단체는…시민단체’, 12일에는 ‘민노 떼쓰는 점거’에 법사위 굴복’했다는 보도를 내보내며 민노당을 향해 화살을 퍼부었다.

    <중앙일보>도 11일 ‘소수야당 ‘점거정치’에 무기력한 한나라’ <동아일보>는 ‘어물쩍 민주당, 민노당 2중대’와 ‘의사당의 무법자들’이란 사설을 통해 민노당 때리기에 나서는 등 보수언론들의 민노당에 대한 악의적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는 법안과 예산안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국회 299석에서 겨우 1.6%를 차지하는 원내 5석 민노당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절차 중요하지만 잘못된 합의는 빨리 파기하고 바로잡아야"

    민노당 강 대표는 법사위 농성을 마무리하며 "민노당이 왜 과정, 3당 원내교섭단체들의 합의를 존중하지 않겠습니까"라며 "하지만 잘못된 합의는 빨리 파기하고 바로 잡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실력행사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민노당은 1박2일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예산안은 재벌과 특권층의 감세를 위해, 절대 다수 서민의 고통스러운 삶을 냉혹하게 외면했다"며 "올해 걷힌 종부세 2조1000억 원이 종부세법 개악안에 의해 1조5000억 원이 줄고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하는 경제위기라며 호들갑을 떨면서 왜 하필 지금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고 서민들에게 돌아갈 예산을 깎습니까"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 민노당은 "종부세법 개악안 하나로 정부여당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지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종부세법을 포함한 감세법안들이 줄줄이 다뤄지는 법사위를 점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짜 폭력은 서민 벼랑으로 내몬 한나라당, 동참한 민주당"

    더불어 민노당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이 폭력적으로 점거했다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지만 진정한 폭력의 가해자는 의회독재를 자행한 한나라당"이라며 "그리고 부자감세에 동참한 패배주의 정당 민주당, 이들이 서민을 배신하고 이들이 서민의 삶을 벼랑으로 내몬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민노당은 "직권상정은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됐다는 명백한 신호"라며 "우리 모두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연대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노당이 ‘반민주MB악법’이라고 불리는 여러 법안들에 대해선 선택의 폭이 넓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법사위 경험을 비춰보더라도 상임위에서부터 철저한 법안심사와 논의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승흡 민노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민주당이 영혼이 없는 정당임이 입증됐지만 한나라당의 의회독주를 막아내기 위해서 민주당과 사안별 공조와 협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는 3당 원내대표 회담 파행으로 2시에서 6시, 다시 9로 미뤄졌으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합의되지 않은 법안 16개와 새해예산안 처리에 대해 직권상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날 늦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회담이 오전 10시에 이어 오후 2시30분에도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이한구 한나라당 예결위원장이 예고없이 회담에 불참해 파행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한나라당이 일부러 회담을 지연시켜 새해 예산안을 졸속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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