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정당들의 몰락, 왜?
    2008년 12월 15일 08: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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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당(PS)에게 가장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GPS!"

선거 하나 제대로 못치르는 사회당

사회당을 비꼬는 이 농담은 길을 잃고 헤매는 프랑스 사회당에 대한 현 위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20일 사회당 당수 선거에서 오브리가 42표차로, 2007년 대선 후보로 사르코지와 맞붙은 세고렌 루와얄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지만, 루와얄은 즉각적으로 부정선거임을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 사회당 당수로 선출된 오브리

우파에서 좌파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프랑스 정당 가운데 주목할 만한 정당들을 골라 줄을 세워보면, 맨 오른쪽은 르펜이 이끄는 극우파 국민전선(FN)이 있고, 그 옆이 지금의 사르코지를 배출한 집권당 UMP, 프랑스와 바이루가 선두에 선 중도우파의 민주운동(MoDem)이 있다.

그리고 사회당(PS), 녹색당 (Verts), 프랑스공산당(PCF)과 마지막 가장 왼쪽에 있는, 좌파의 좌파이자 새로운 정당인 반자본주의신당(NPA)을 준비하고 있는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소속된 LCR이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이 전체 좌파들에게 보내주는 지지율은 35% 정도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좌파정당인 사회당이 번지수도 없이 표류하면서 내부적으로 분열을 겪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당시 총리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죠스팽은 UMP의 대선 후보이자 대통령이었던 시라크와 맞서 선거전을 치르고 있었다. 죠스팽은 선거전에서 우파의 표를 흡수하기 위하여, 좌파로서는 한 발짝 물러서며 흔들리는 사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죠스팽과 사회당에 실망을 느낀 좌파 지지자들이 당시 혜성처럼 나타난 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에게 표를 던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어부지리로 국민전선의 르펜이 2등을 차지하면서 시라크와 결선투표까지 나가는 악몽이 연출된 것이다.

사회당의 세 분파

경악과 충격에 빠진 프랑스 시민들은 당장 그 날 밤부터 거리로 나섰으며 전국 곳곳에서 반 르펜 시위가 물결을 이루었다. 시위는 시라크가 재당선되는 2차 투표일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당시 죠스팽은 1차 투표가 있었던 선거당일 저녁, 책임감을 느끼며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급작스런 발표를 하게 된다. 이는 선거결과 발표가 이루어진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나온 결정이었고, 이때부터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도 않은 사회당 안에서, 죠스팽처럼 큰 거물 지도자가 사라진 공백에 그만그만한 서너명의 중진 지도부들이 세력다툼을 시작하면서 세고렌 루와얄이 사회당의 지도자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사회당은 내부적으로 크게는 세 분파로 다시 나뉜다. 가장 정통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브느와 아몽, 죠스팽의 후손들 중 가장 적통인 현 파리 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와, 같은 후손이지만 파리 시장과는 앙숙인 릴 시장의 마틴느 오브리, 사회당의 우파, 신자유자의자로 불리는 루와얄 진영으로 나뉜다.

심지어 루와얄과 같이 한 집에 살았던 전 남편이자 당수였던 프랑스와 올랑드도 루와얄 진영이 아닌 죠스팽 진영의 사람이다.

이 세 분파가 이번 당 대표선거를 앞두고 확연하게 갈라지면서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좌파라기보다는 우파에 가까운 세고렌 루와얄이 중도 우파인 MoDem과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한 통합연대작업에 들어가면서 반루와얄 전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미 좌파 중에 가장 오른쪽을 차지하는 사회당에서 다시 그 안에서 가장 우파로 분류된다는 것은 사실상 우파 정당과의 정체성에서는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당, 당원들 등돌리다

경선과정에서 각 개인 지지율로만 본다면 루와얄이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선거도중 정치적으로 같은 집안인 파리 시장 들라노에가 마틴느 오브리를 지지하며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게 되었고 이로써 오브리는 강력한 후보의 모습으로 서게 되었다.

죠스팽 또한 경선 당일에 들라노에를 찍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지만, 오브리에게 표를 던진다고 발표함으로써 오브리는 2차 본선 투표에 루와얄과 나란히 진입하게 된다. 이후 경선에서 22.4%를 얻은 사회당 내의 좌파 브느와 아몽 또한 오브리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일명 코끼리군단이라는 반루와얄 전선을 형성하며, ‘모두 다 함께, 루와얄만 빼고!’의 깃발아래서 2차 본선을 치른 것이다.

하지만 이 선거에서 사회당은 이미 너무 많은 내부의 갈등을 스스로 노출시켰는데, 당원 23만 명 중에서 40%가 지도부의 진흙탕 싸움에 질린다는 이유로 선거에 불참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루와얄은 불복하며 오브리측을 법원에 부정선거로 고소했으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 오브리(왼쪽)와 루와얄

하지만, 죠스팽 내각 당시 2인자로서 지금의 35시간 노동제를 이끌어내었던 강력한 정치인 오브리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지난 6일 토요일 당 대회에서 과감한 사회당 정비에 들어갔다.

이번 선거 직후 일간지 <르몽드>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63% 프랑스인들이 사회당은 붕괴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오브리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듯, 60%에 해당되는 새 인물들을 사회당 지도부로 앉혔으며, 자신과 1차 경선을 치렀던 브느와 아몽을 당대변인에 선임하는 등의 대대적 정비를 단행했다.

이 와중에는 오로지 14명의 전직 지도부만 살아남았으며 당연히 루와얄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루와얄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단순히 일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사회당 내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싶다."라며 다시 당 지도부로의 복귀를 위한 저항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적 경제위기와 프랑스 좌파의 위기

그럼에도 이 새로운 사회당의 지도부는 여전히 사르코지와 맞설 수 있는 대안 당의 모습은 상실한 가운데, 2009년 6월에 있을 유럽의회선거를 향한 다른 좌파진영의 발걸음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LCR은 이미 성공적인 새로운 정당 건설과정 중에 있으며, 녹색당은 모든 환경주의자들을 모으면 통합 연대를 꾀하고 있다. 공산당도 연대 대상을 찾고 있는 등 다각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좌파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의 한 예이다.

프랑스 좌파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국제적 경제위기와 사르코지 정부 사이에 끼여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80~90년대 사회당의 미테랑 시대를 거치면서 쌓아온 경제시스템의 눈앞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좌파들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금융위기가 곧 전체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국면 속에서 여러 가지 유럽사회에서 일어나는 지표와 상관없이 대중의 지지를 방패로 삼으면서 활발하게 여러 액션들을 취하고 있고, 이는 다시금 사르코지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사르코지의 강력한 우파정책들은 숨어서 르펜을 지지했던 자들을 당당하게 사르코지 쪽으로 이동시키는 효력을 발휘하면서 르펜의 국민전선은 당사를 팔아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르코지는 그만큼의 힘을 더 받고 있다.

사회당은 항상 이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진보의 두 걸음 사이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지만, 자본주의 행보와 지나치게 가까운 타협점은 사회당 외부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내부 분쟁도 발생시켰다. 이미 장-뤽 멜랑숑이 사회당을 박차고 나와 좌파당을 건설했고, 좌파당은 내년 2월에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멜랑숑은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공산당과도 LCR과도 연대의 틀을 짜는 데에 실패했지만, 이제 내년 유럽의회선거에서 공동후보 전략을 놓고 좌파들과 협상 중이다. LCR은 이를 거절한 가운데 공산당은 우호적으로 검토 중이다.

녹색당, 좌우 잡탕 정당되나

프랑스 공산당이 우호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 또한 존재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대통령 선거 득표율 1.93%), 공산당 단독 선거에서 승산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당 대회에서 공산당 대표 마리-조지 뷔페는 당기관지 뤼마니테(L’Humanite) 전 편집장인 피에르 로랑을 전 당 대표 로베르 휴에게서 떼어내서 자신의 곁에 앉히는데 성공함으로써, 이제 멜랑숑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한 반대파들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한편 공산당의 위기보다 더한 어려움에 처한 녹색당은 농민 운동가 조세 보베 및 스타 환경운동가 니콜라 윌로 등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을 끌어들이며 좌파도 아닌, 우파도 아닌 당으로 나아가고 있다.

   
  ▲ 반핵시위 중인 보베(왼쪽)과 브장스노

늘 왼쪽에 서있었던 녹색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우파당의 지지자로 둔갑되고, 이젠 브리짓도 바르도 같은 극우 부르주와 환경운동가들과 같은 전선에 서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과장 섞인 걱정을 시작하였다.

그나마 전체 좌파의 지진부진함 가운데 NPA의 창당 논의와 운동만이 활기를 띄고 있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NPA의 올리비에 브장스노만이 단독으로 유럽의회 선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새로운 정당, 지금이다‘에서 밝혔듯이 사회당과는 연대의 의사가 없음을 명료하게 얘기했는데, 이는 통합뿐만 아니라 이후 연립내각까지도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맥락에서 LCR은 공산당과의 연대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산당이 약화된 지금 시점에서 공산당은 사회당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산당은 모든 정책에서 사회당의 볼모가 될 수밖에 없고 공산당과의 연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동적으로 한 다리 건너있는 사회당의 볼모가 같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밑으로부터의 연대 움직임

프랑스 시민의 56%, 좌파지지자들의 52%가 세고렌 루와얄이 지도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인물을 기다린다고 답했다. 이는 비단 사회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는 좌파정당들에 대한 식상함을 나타내는 지표일 것이다.

좌파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프랑스를 자랑스러워했던 프랑스 시민들에게 좌파의 연대적 몰락을 바라보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일게다. 그럼에도 이 국제적 경제적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밑으로부터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으며, 그리스 청년 투쟁이나 프랑스 교사들의 투쟁에 내미는 연대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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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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