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세안 합의, 사기꾼 민주당
        2008년 12월 12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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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내부가 꽤나 시끄럽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따가운 비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정부여당의 감세안에 대해 덜컥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비겁한 변명

    민주당 지도부와 감세 협상을 주도한 이들은 안팎의 비난이 못내 야속한가 보다.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얻은 것도 적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도대체 최선을 다 한 것은 뭐고, 또 얻은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정부여당의 감세안은 그야말로 철저히 부자를 위한 감세, 대기업을 위한 감세이다. 종부세, 상속증여세, 양도소득세는 원래부터 중산층이나 서민과는 인연이 없는 세금이어서 해당 세금의 감면 효과는 고스란히 부유층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액의 상당 부분도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돌아가게 됨을 이미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하였다.

    연간 20조 원에 이르는 감세혜택의 76%가 상위 2% 고소득층과 0.3% 대기업에게 돌아가는 감세안은 그야말로 부자 정부에 의한 부자들과 재벌들을 위한 감세인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부자 감세 저지를 정기국회 최대 과제로 천명하였고, 30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부자 감세 저지를 위해 앞장서겠노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있은 지 꼭 하루만에 정부여당의 감세안에 합의해줬다. 패하더라도 치열하게 싸워나 보고 패한 것이라면 위로나 동정쯤은 얻을 수 있을진대 싸워보기도 전에 기권해버린 것이다. 그래놓고 최선을 다했노라 강변하고 있으니 비겁하기 짝이 없다.

       
      ▲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등 제정당,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가 참여하는 연석회의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렸다.(사진=변경혜 기자)

    부자 감세 저지를 공언한 민주당이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감세안 처리 결과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종부세 세율인상 합의는 사기다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판결로 인해 가장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되어왔던 종부세 개정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원래 정부여당의 종부세 개정방안은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고, 현행 1~3% 세율은 0.5~1%로 내리는 것이었다.

    이번에 합의된 종부세 개정내용은 종부세 부과기준은 6억 원으로 그대로 두는 대신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3억 원의 기초공제를 도입해서 사실상 부과기준을 9억 원으로 올리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했다. 세율은 약간의 변화가 있어 정부여당안 0.5~1%에서 0.5~2%로 올리는 것으로 결론났다. 민주당 지도부도 종부세 세율을 올린 것을 이번 합의에 있어 최대 성과로 내세우고 싶은 눈치이다.

    하지만 이 세율 변화도 ‘눈가리고 아웅’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여당안은 과세표준 12억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모두 1%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합의안에는 1%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을 보다 세분하여 12~50억까지만 1%를 적용하고, 50억~94억까지는 1.5%, 94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2%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2%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94억(공시가격 100억)을 초과하는 집은 고사하고 1.5%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50억(공시가격 56억)짜리 집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 채나 있냐 이 말이다,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0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이 삼성 이건희 회장 집으로 공시가격 95억 9천만원이라고 하는데, 결국 우리나라 제일의 부자도 2% 세율은 적용받지 않는 것이다.

    또한 비싸다고 하는 강남의 빌라, 연립주택도 가장 비싼 것이 5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1.5% 세율을 적용받는 집도 없는 것이다. 그나마 수십채 집을 가지고 있어 정말이지 아주 극소수 사람들이 이 세율을 적용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1.5~2% 세율은 있으나마나한 것에 불과하다.

    이건희 집 세율은 1.5%

    소득세는 정부원안대로 10년까지 2% 세율을 인하하되 세율인하 시기에 있어 약간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원래 정부여당안은 현재 8-17-26-35%의 소득세율을 09년에 1%, 10년도에 추가로 1% 인하하여 6-15-24-33%로 내리는 것이었다.

    이번의 합의 내용은 가장 낮은 8%세율에 대해서는 09년에 한꺼번에 2% 인하하고 35% 세율에 대해서는 09년도에는 내리지 않고 10년에 한꺼번에 2% 내리는 것으로 조정한 것이다. 소득세 감면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정부원안을 수용하고 적용시기만 약간 조정한 것을 성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8% 세율 구간에 대해서는 내년에 한꺼번에 2% 내리고 가장 높은 35% 세율에 대해서는 내후년도에 한꺼번에 내리도록 한 것은 아마도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의식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렇게 되면 정부원안에 비해 단지 내년 1년간만 8%세율을 적용받는 서민층에게 약 2만원 정도의 감면이 돌아가게 되겠지만 35%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층의 경우 큰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고소득층의 경우 정부안대로라면 34% 최고 세율에 적용받는 것에서 35% 세율을 그대로 적용받아 약간의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도 과세표준 1,200만원까지에 대해서는 서민층들과 마찬가지로 1%의 추가 세금감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정부원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고 세금감면이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며 반드시 막겠다고 큰 소리칠 때는 언제고 슬그머니 정부원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민주당, 대기업 감세는 100% 정부원안대로

    민주당의 이번 감세안 합의에 있어 가장 큰 성과는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를 유보시켰다는 것이다. 원래 정부여당안은 현재 최고세율이 50%인 상속증여세를 33%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었지만 이를 ‘유보’한 것이다. 말 그대로 ‘유보’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재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혁혁한(?) 성과에도 공짜는 없다. 대신 다른 것을 내준 것이다. 원래 정부여당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1세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데 동의해준 것이다.

    현행 양도소득세에는 1세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양도소득세율보다 높게 세금을 부과하여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 일반적인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이 36%인데 1세대 2주택자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을, 1세대 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60% 세율을 적용토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정부원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이 부분에 대해 향후 2년간 1세대 2주택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양도소득세율만 적용하고 1세대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도 45% 세율만을 적용하기로 합의해 준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 ‘버티는 놈이 이긴다’는 속설에 동조해 준 댓가로 얻은 상속증여세 유보는 누가 봐도 낯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감세안에 대해 부가가치세 30%인하로 맞대응해왔다. 정부여당의 감세 드라이브에 또 다른 감세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논외로 치더라도 부가가치세 인하가 물가인하로 이어져 결국 서민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적 근거에 대해서는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도 상당수 서민 필수품이 면세품목으로 지정되어 있고, 상당수 사업자가 간이과세자여서 부가가치세 인하가 가격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번 여야 합의에서도 부가가치세 세율인하는 하지 않은 대신 의제매입세액공제나 신용카드매출세액에 공제를 확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 완화하는 정책적 목표가 일부 사업자들의 주머니를 좀더 채워주는 것으로 결론난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못 얻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감세안 합의는 민주당으로서는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그야말로 민주당의 완벽한 패배이다. 부자 감세를 막기 위해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서민들의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해 뭐하나 제대로 얻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절반의 승리, 최소한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비겁한 변명, 심각한 착각에 불과하다. 당 내부의 자중지란도, 외부의 따가운 시선도 모두 자업자득인 것이다.

    뼈아픈 결과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성과라면 민주당은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며, 진정한 서민의 벗이 될 수 없다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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