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속 예산, 국회 ‘도장’ 찍으라는 언론
        2008년 12월 12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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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 경제의 새해 전망에도 잿빛 구름이 드리웠다. 세계 각국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전문가를 총동원해 대책을 고심 중이다. 건설회사 CEO 출신 대통령을 둔 한국은 대대적인 건축 토목 사업을 대책으로 찾고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이 한국판 뉴딜 사업이라는 청와대 주장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우리는) 과거 1930년대 뉴딜정책 당시 괭이나 삽을 들고 근로자들이 잔뜩 들어가 사업을 벌이는 시대와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국회 2009년 예산안 심의도 4대 강 정비를 포함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이 논란의 중심이다. 283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닷새 만에 그것도 국회의원 6명이 조용히(?) 처리하려 하고 있다. 졸속 부실 밀실 예산 심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세금이 줄줄 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민은 세금이 어느 곳에 왜 쓰이는지도 모르는 채 몇백 억 원, 몇천 억 원씩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국회는 졸속·부실 예산심사에 대한 ‘도장’을 찍어야 할까. 12일로 예정된 여야 국회 처리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언론과 원점에서 다시 심사해야 한다는 언론의 견해가 맞서고 있다. 

    다음은 12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인권위 조직 절반축소 추진>
    -국민일보 <200억달러는 엔화로 교환가능>
    -동아일보 <경인운하, 민간→공공사업 전환/내달 착공…MB 뉴딜정책 시동>
    -서울신문 <한은 총재 "경제 비상사태 경계선에">
    -세계일보 <CD 금리 등 하락…금융시장 훈풍>
    -조선일보 < "노 측근들에게 50억 줬다">
    -중앙일보 <달러는 채우고 시중에는 돈 푼다>
    -한겨레 <대법 "에버랜드 재판기록 못 보여줘">
    -한국일보 <건설업 하청업체 사장 1박2일 동행기>

    대운하 의심 예산, 포항 예산 삭감 놓고 여야 이견

       
      ▲ 조선일보 12월12일자 6면.  
     

    여야가 새해 예산안 처리 기한으로 합의한 날짜는 12월12일이다. 이날을 하루 앞둔 11일까지 여야의 진통은 이어졌다. 합의 시한 전날까지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2일자 6면 <여야, SOC 예산 삭감 놓고 막판진통>이라는 기사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 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여야는 계수조정소위와 원내대표회담을 잇따라 열었으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 규모 등을 놓고 대립해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8면 <예산안 ‘압박 대 버티기’…막판까지 물고 물려>라는 기사에서 "예산안 처리기한을 하루 앞둔 11일 여야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삭감 폭을 둘러싸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합의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일보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밤 3차 원내대표회담에서 대운하 의심 예산과 포항 예산을 1000억 원씩 삭감할 경우 SOC 예산 삭감 규모를 8000억 원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졸속 심사 알고도 직권상정 카드 꺼낼까

       
      ▲ 동아일보 12월12일자 6면.  
     

    여야는 12일로 예정된 예산안 심사 합의를 지킬 수 있을까. 중앙일보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4면 <밤새 못 좁힌 SOC 예산 2000억>이라는 기사에서 "예산안 처리 시한이 막바지로 향하자 김형오 국회의장의 결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이 16개 법안에 대해 심사 기일을 11일 자정까지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본회의 직권 상정으로 여야의 협상을 압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졸속 부실 예산 심사를 국회의장이 묵인하면서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동아일보는 <예산안 ‘직권상정-실력저지’ 수순 밟나>라는 6면 기사에서 "6000억 원 선에서 감액 규모가 타결되거나 합의가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이 예결특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여야 간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4면 <처리시한 하루 앞두고…SOC 감액규모 ‘입씨름’만…>이라는 기사에서 "정상적으로 예산이 처리되려면 예결위에선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고 법사위에선 예산부수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이날 두 군데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졸속 심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 국민일보 12월12일자 4면.  
     

    세계일보는 5면 <SOC예산 삭감폭 싸고 밤새 줄다리기>라는 기사에서 "12일로 일정을 넘겼지만, 쟁점이 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삭감 폭에 대한 이견을 2조5000억 원에서 2000억 원까지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합의를 지키는 것과 관계없이 졸속 심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일보는 4면 <예산안 막판 대치>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짜온 예산을 꼼꼼히 점검해야 할 예산결산특별위의 계수조정소위도 진행되지 못했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졸속 심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회의 2009년 예산안 심의가 졸속 부실이라는 점에는 언론의 견해가 일치했다. 실제로 언론은 부실한 예산 심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서울신문은 6면 <소위위원 6명이 284조 원 ‘뚝딱 심사’>라는 기사에서 "여야가 계소조정소위 내 ‘비공개 소소위’라는 변칙을 동원해 밀실 심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283조 8000억 원에 달하는 1년 예산을 소위위원 6명이 며칠 만에 뚝딱 처리하고 있어 ‘졸속심사, 부실심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정부, 급조 예산 한 달가량 늦게 국회에 보내"

       
      ▲ 경향신문 12월12일자 6면.  
     

    경향신문은 6면 <검토는 졸속, 논의는 밀실, 결과는 부실>이라는 기사에서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졸속·부실·밀실 심사로 채워지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일이 다가오면서 퇴행적 관행이 극에 달한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여야는 정부가 ‘급조’한 수정예산안을 법 규정보다 한 달가량 늦게 국회에 보냈지만 오히려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예년보다 보름가량 당겼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4대 강 정비 7910억 ‘설명 3줄’로 심사>라는 중간 제목을 뽑았다.

    이쯤 되면 여야가 합의했다는 12월12일 국회 예산안 통과는 이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법정 예산안 처리 시한은 12월2일이다. 예산안 처리는 정해진 시한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한겨레 "(예산안 처리) 무조건 서두를 일이 아니다"

       
      ▲ 한겨레 12월12일자 사설.  
     

    그러나 여야의 힘겨루기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예산안 처리는 12월 말에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2월31일 ‘제야의 종 소리’를 들을 때까지 여야가 진땀 나는 신경전을 벌일 때도 있었고 국회 출입 기자들은 새해 첫날을 국회에서 맞이한 경우도 있었다.

    12월12일이 여야가 합의한 시한이라고 하지만 국민 혈세의 씀씀이에 대한 충실한 심사보다 중요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한겨레는 <졸속·부실한 예산안 처리 안 된다>는 사설에서 "오늘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한나라당 주장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면서도 "국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정치적 약속이 준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처리 시한보다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심의는 제대로 하지 않고 날짜만 지키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며 "어차피 법정기한을 넘긴 마당에 무조건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면서 "과거에도 연말에 처리한 경우가 허다하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차분히 앉아서 예산안을 원점에서 심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신문 "여야가 내년 예산안 처리 약속한 날…약속 지켜져야"

       
      ▲ 서울신문 12월12일자 사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졸속 부실 예산 심사를 비판했다. 그러나 국회의 예산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겨레와 견해를 달리했다. 서울신문은 <이러고도 예산심의한다고 할 수 있나>라는 사설에서 "시일의 촉박성을 알고 있는 여야가 실질심의는 외면한 채 졸속·부실·파행과 나눠 먹기로 예산안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는데 대한 분노가 더욱 치솟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올해는 본격적인 예산 계수조정소위 활동기간이 닷새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인 셈"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오늘은 여야가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함께 약속한 날이다. 예산 집행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새해 예산안 처리와 관련된 사설을 내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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