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년 민중-노조운동 존폐위기 직면
    총고용 핵심의제, 활동가 연대 필수
        2008년 12월 11일 09:33 오전

    Print Friendly

    1. 경제위기의 성격에 대한 인식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세계자본주의 중심국인 미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되어 폭발한 경제위기로 이는 1929년과 비견되는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관점(자본주의 세계경제 파국론)이 있다.

    둘째, 이 위기는 글로벌 금융자본 중심의 축적체제의 위기이며 그 극복 과정에서 금융자본 운동에 대한 국가적·국제적 규제의 강화, 국제 금융 질서의 재편,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헤게모니 재편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관점(신자유주의 파국론)이 있다.

    셋째, 금융 시스템의 결함과 오작동에 의해 초래된 유동성(신용) 위기이며,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각국 정부들이 적절히 대응할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금융부문 중심의 구조조정을 거쳐 재시장화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경제위기, 시각과 전망

       
      ▲ 필자

    현재의 국제적 정치정세로 보면 대체로 둘째와 셋째의 관점에서의 정책 수단들이 갈등적/협조적으로 배합되어 추진될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다수의 의견은 어떻든 1929년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불황이며, 선진국 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장기간에 걸친(2~3년에서 최장 10년까지) 디플레이션 국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정도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와 더불어 몇 가지 심각한 내부 문제점들이 겹쳐져 있다. 구조적 불균형과 양극화, 자본·주식·외환 시장의 불안정성, 금융기관(은행)의 과도한 시장화와 도덕적 해이, 부동산 버블 및 가계부채, 건설과 조선 등 일부 산업부문에서의 과잉투자 등등이 그것이다.

    IMF 당시와는 다른 경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시에는 금융 및 재벌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이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금융체제·기업지배구조·노동시장의 신자유주의적 제도개편이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선진국 경제의 호황 주기였던 탓으로 구조조정 이후 급속히 강화된 수출경쟁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경기회복 국면으로 복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정책 수단들은 이미 고갈된 상태이거나 강력한 잠재적 저항 가능성에 직면해있다.

    게다가 MB 정부의 상황인식이 대체로 세 번째의 낙관론에 입각해 있어 ‘반시장주의적’ 정책에 대해 스스로 주저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벌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낮은 부채비율, 200조에 가까운 사내유보금, 해외 외환 유보 등)이며, 경제위기의 여파는 자영업, 중소 및 영세 하청기업들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차이이다.

    정부로서는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가 진행 중이며, 주택과 건설부문의 급격한 버블 붕괴 현상만 저지한다면 조기에 극복가능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짧게는 1년 정도(2009년 하반기 경기 회복론), 길면 2-3년 정도의 침체기를 예상하고 있는데(SERI 등),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2. 경제위기와 정당, 시민사회운동의 대응

    좌파 정치의 개입 능력이 큰 유럽의 경우, 적어도 위의 위기 인식 중 두 번째 정도에서 합의에 기초한 정책 대응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오바마 정부가 로즈벨트의 뉴딜을 준거로 새로운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요컨대 유럽과 미국은 대략 ‘케인지안 어프로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내수 진작을 위한 공동체주의적 접근은 진행될 것이다. 중국은 역시 국가(자본)주의적 접근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좌파 정치의 개입 능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능한 신자유주의 정권이 상황추수적으로 지그재그 정책을 반복하는 상태가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 MB 정부는 구매력 회복을 위한 유효수요 확대 정책보다는 투자/공급확대 정책에 몰두하려 한다. 그러나 재정-금융-실물 사이의 연계가 차단된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투자/공급확대 정책은 실현 불가능하고, 일시적으로 된다 해도 결국 버블 확대만을 낳을 것이다. 위기의 확대재생산 가능성이 큰,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가는 느낌이다.

    억압되고 은폐된 주전선

    한국의 대표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는 어떤가. MB정권과의 차이라고 해야 부유층 중심의 감세 반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 주장 정도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보기엔 자못 한가롭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민주노동당도 독자적인 입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의 ‘민주연합론’에 한껏 고무되어 있다가 돌연 정부 예산 통과에 전격 합의한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고 바짝 약이 올라 고함만 지르며 국회를 누비는 형국이다.

    풍찬노숙(?) 중인 진보신당은 ‘좌파 민생연대’인지 ‘반신자유주의 서민연합’인지 같은 듯 다른 듯 알쏭달쏭한 정답맞추기 수준의 선문답만 계속한다.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연합론’ 대오에 동참한 시민사회운동 단체들 역시 민주당의 배신(?)에 허둥대며 여의도를 오가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급투쟁은 일방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금은 자본과 노동의 대치선이 아니라 자본 분파들 사이에서의 생존 투쟁만이 가시화된 주 전선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금융업/제조업, 수출산업/내수산업, 심지어 수도권/비수도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시화된 이 전선의 이면에는 지배층/민중, 자본/노동의 전선이 은폐(억압)되어 있다. 이 전선에서는 이미 ‘일방적 계급투쟁’이 진행 중이며, 2009년 상반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노골화될 것이다.

    3. 노동운동의 대응

    조직 노동 부문이라도 단일한 전선에 묶어세울 수 있다면 최소한의 대응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동운동의 역량은 최악의 수준에 근접해있다. 양대 노총의 각개약진은 불가피할 것이다.

    총연맹이 빈사상태에 있고, 산하 산별조직들도 거의 모두 무기력한 상태에 처한 민주노총이 IMF 무렵 정도의 동원투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태에서 고용위기에 먼저 처하고 있는 산하 조직들은 이미 사업장별로 흩어져 아래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9년은 경제위기 여파에 의한 고용불안의 증폭, 여기에 비정규직법 개악, 복수노조/전임자 문제가 실제로 추진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조직부문과 미조직/비정규직의 분리 심화, 조직부문의 통솔되지 않는 각개약진(노사담합+양보교섭)이 계속되면 자칫 노동운동 전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공공부문과 민간제조업 양쪽에 조직노동부문의 주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직노동의 구도로서는 통합산별노조 일정 속에 있는 공공연맹과 단일 산별노조로서의 금속노조가 그나마 이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다.

    금속-공공의 역할이 중요

    공공의 경우 통합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공기업 전체를 묶어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대응하는 단일 대오(공대위 등)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 금속의 경우 조직의 3/4을 차지하는 완성차와 부품, 하청을 모두 묶는 주 교섭단위를 전진배치하고 여기에 다른 조직들을 상황과 조건에 맞추어 후면 배치하는 구도를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양자 모두 총고용 문제를 핵심 의제로 하는 교섭군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유지를 요구하고 이와 연관하여 임금, 교대제 및 작업시간, 일자리나누기(worksharing) 등의 구체적 연계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공공의 경우 이 경로를 생략하고는 산별노조 건설운동이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없을 것이며, 금속의 경우도 2007-08의 상황을 다시 반복하고서는 산별노조 자체의 붕괴 상황에 직면해야 할지 모른다.

    조직노동 부문이 이런 정도의 전선 구축에 나설 수 있어야, 그 위에서 정당·단체 및 시민사회운동이 제대로 연합하는 연대 등도 그 내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별 대안 없이 ‘민주연합론’의 낡은 구도 속을 운동 전체가 헤매고 다니는 참담한 상황을 제어할 수 없다. 민주연합이라, 이제는 수십 년 묵은 망령인데, 거기에 다시 노동자, 민중의 명운을 의탁할 수야 있겠는가.

    최악의 조직상황에 근접해 있는 노조 조직들이 어떻게 이 과제에 복무할 수 있을까. 공조직의 지도집행력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모두 한다. 그렇다면 이 과제는 결국 조직 안에 아직 남아 일하는 활동가들, 활동가 조직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특히 좌, 우, 중앙으로 나뉜 노동운동 안의 정파나 계파에 배속된 활동가들은 2009년의 상황이 노동자와 민중의 위기, 민주노조운동 존폐의 위기, 산별노조 건설운동의 비상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이 위기가 외부 환경 변화만이 아니라 그들이 주체가 되어 추진해온 노동운동의 누적된 내부 모순이 더 큰 원인이 되어 촉발된 것임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노동자 대중을 조직 내부의 누추한 선거정치의 동원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선거정치에 몰두해 조직의 집행권을 장악한들, 그 조직이 이미 죽은 조직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