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휠체어 들어 쫓아낸 국회
        2008년 12월 09일 1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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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간 단식도 하고, 17일 간 여의도에서 비바람 맞아가며 천막농성도 했다. 기자회견도 했고, 삭발도 했다. 한강다리도 기어갔다. 우린 이제 더 할 것이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를 만나서 확답을 들어야겠다”

    예산안 통과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삭감위기에 놓인 장애인복지예산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들이 국회를 찾았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9개 장애인 단체를 대표해 찾아온 장애인들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벌인 후, 예정에 없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면담하기 위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로 가다, 국회 경비대에 의해 저지당했고, 결국 몸이 들려 끌려 나갔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장애인들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활동보조인을 기다리고, 저상버스를 기다리고 올라왔는데,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순 없다”며 “다시 찾아와 반드시, 장애인 복지예산삭감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상임대표가 국회경비대에 매달리며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민주당 박은수 의원실을 통해 정론관을 찾은 이들은 기자회견 후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확답을 들어야 한다"며, 한나라당 원내대표실로 향하다 제지를 당했다. 이에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홍 원내대표가 내려오기로 했다”며 국회 1층 면회실로 갈 것을 요구했고, 이들이 따라나섰지만, 면회실이 사실상 국회 밖으로 나가야 갈 수 있는 것을 알고 “이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결국 홍 원내대표는 내려오지 않고, 홍준표 의원실 보좌관들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가 내려와 이들을 찾았다가 “홍 원내대표가 우리를 만나겠다니 거짓말이었나”라고 항의하는 장애인들에 막혀 돌아갔다. 그러나 국회경비대는 이들이 “국회를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연좌농성 30여 분 만에 이들의 사지를 들거나 휠체어를 들어 밖으로 내보냈다.

    한편 이에 앞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1% 가진 자들을 위해 세금을 줄여주고,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복지예산을 깎으려 하고 있다”며 “OECD 중 가장 복지예산이 낮은 나라, 수 만 명의 중증장애인이 골방에서 외출도 못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하는 나라에서 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된 예산을 삭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토막 몸뚱이를 내던지며 얻어낸 저상버스와 모든 방법으로 투쟁해 장애인활동보조제도를 얻었으나, 이마저도 삭감될 위기에 놓였고, 2009년 시범사업이 예상되었던 (가칭)장애인장기요양제도는 예산조차 위태롭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동결’ 혹은 ‘소폭증액’이라고 말하지만, 장애인활동보조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 이용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장애인활동보조와 저상버스는 장애인의 목숨과도 같은 권리로, 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만든 제도로서 이를 확대하고,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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