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북 실패보고 무릎을 쳤다"
        2008년 12월 07일 11: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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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쇠고기협상 백지화 촛불집회가 전주에서 시작되었던 것은 지난 5월 초순경 이었다. 전북대학교 서문 앞에서 중ㆍ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사회단체회원 기십 여명이 촛불을 들기 시작하였고 이 촛불은 전국적 흐름에 탄력을 받으며 전주시내 오거리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잡게 되었다.

    광장에 앉아 무심히 한 점 촛불의 불빛을 보태고 있던 필자는 어느 날 ‘진보정당 소속의 지방의원이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 속에서 결의안을 준비하였고, 5월13일 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정부의 굴욕적 한미쇠고기 협상 백지화 및 재협상 촉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 ‘광우병 청정지대 시민협약 추진위원회’ 기자회견 장면(사진=전주시의회)

    이 결의안이 통과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34명의 전주시의원의 소속정당 분포를 보게 되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민주당 28명, 민주노동당 1명, 진보신당 1명(필자), 무소속 4명(무소속 4명의 출신정당 역시 민주당 3명, 민주노동당 1명이다)

    또한 민주당 출신 의원들 중에는 ‘거리를 누비고 현장에 침투하였던’ 왕년의 활동 전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 7~8명쯤 된다. 수구와 보수의 이념과 가치를 명확하게 체화하고 실천하는 여러 민주당 의원들도 존재함은 물론이다.

    강북구 실패에서 배우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실효성을 별로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전에 몸담고 있던 정당의 어느 연구원이 강조하였던 ‘유효정당론’에 고개를 끄덕였던 필자는, 아주 작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레디앙>에서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서울 강북구에서 진보신당의 의원의 발의로 구 산하 공공기관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을 전면금지한다는 결의안이 발의되었으나 결국 부결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필자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과 거의 동시에 손으로 무릎을 치고 있었다.

    일정을 보니 마침 전주시의회는 임시회기 중이었고 이틀 뒤가 폐회를 위한 본회의가 잡혀 있었다. 바로 그날 (공공기관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을 전면금지)결의안을 작성하고 다음 날 의원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쫓아 다니며 서명을 받은 결과 무사히 결의안을 의사국에 접수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결의안은 만장일치 통과되었고 전주시청 및 구청식당, 노인복지병원, 노인복지관 5곳, 사회복지관, 시립어린이집 3곳, 전통문화센터 등 전주시 각종 기관의 급식시설로 결의안 내용과 시행지침이 공문으로 전달되게 되었다.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사후 보고를 올리다

    결의안 통과소식을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성과에 대한 전달 의도도 있었지만 거의 ‘아이디어 도용’ 수준의 행각에 대한 사후 보고의 성격이었다. 이후 7월 초, 진보신당의 중앙당의 어느 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당내에서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광우병 청정지대 시민협약’사업을 추진하자는 제안이었다.

    당시 촛불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시국 미사와 농성 등으로 촛불은 재도약하는가 싶기도 하였지만 여론과 현장에서의 완연하게 나타나는 소강과 하강 분위기는 여러 가지 판단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들을 요구하였다.

       
      ▲ 필자

    각계, 각층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하는 불복종 운동을 결의하고 이를 지역차원의 주민협약으로 승화시키자는 내용의 시민협약 사업은 이러한 국면이 반영된 진지전 성격의 지역사업이었다.

    사업추진을 결정하고 첫 단추를 어떻게 꿰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시의회가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과 전통문화의 고장’을 내세우는 전주의 지향성과 정서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기조를 잡고, 전주의 음식에서만큼은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허용해서 안 된다는 취지로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진행하였다.

    이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없는 전주시를 위한 전주시민협약 추진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곧바로 전주시의회 내 시민협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전주에 맞게, 정세에 맞게

    전체의원들에게 제안문을 보내고 연락을 취한 결과, 필자를 포함한 10명의 의원들이 추진위원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조건이 있었다. 이름만 내거는 추진위원이 아닌 협약을 위한 실무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수락한 의원들이었다.

    부의장이 추진위원장을 맡고 필자가 간사를 맡아 기본체계를 꾸린 후, 광우병전북대책위와 접촉을 시작하였다. 전주시의회가 광우병대책위에 ‘광우병 청정지대 시민협약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일상에서는 쉽게 그려질 수 없는 그림이었다. 수많은 단체들이 모인 대책위에서 약간의 말이 있기도 하였지만 별 무리 없이 몇 차례의 실무접촉과 준비회의 끝에 최초 33개 단체가 모여 ‘광우병 청정지대 전주 만들기 범시민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범시민협의회의 행동대는 전주시의회의 몫이었다. 부의장을 필두로 의원들의 인맥과 지위를 고도로 활용하며 시민협약서에 서명을 받아냈다.

    금산사 주지스님 등 종교계, 음식업중앙회 전주지부장을 비롯한 음식업계, 전주지역 국회의원과 전주시의장 등 정치계 그리고 전북대총장, 전북교육감 등 각계의 협약이 속속 이루어졌다. 동 조직을 갖춘 새마을회, 바르게살기협회 등도 적극적이었다.

    9월 8일, 그간의 체결 협약을 중간 정리하며 추진선포식을 개최하였고 이후 개별의원들이 지역별로 할당을 하여 개별 유치원, 어린이집, 초ㆍ중ㆍ고등학교 등과의 협약을 진행하였다. 광우병 청정지대 전주시민협약 사업은, 오는 12월19일, 각 식당, 학교 등과의 협약패 전달식과 함께 진행될 기자회견으로 그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경제위 선택과 비정규직 문제

    전주시의회는 훌륭히 자기역할을 수행하였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전주시의회가 지금껏 그렇게 지방자치 본연의 소명에 충실한 적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건을 채우고 상황을 강제한 것은 전국에서 타올랐던 촛불들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결국 전국의 촛불들과 전주의 시민들이 전주시의회를 견인한 것이다.

    지난 6월 30일 의회의 전반기가 마무리되었고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함께 상임위원회 조정이 이루어졌다. 전주시의회에는 운영위원회를 제외하면 4개의 상임위원회가 존재한다. 필자는 전반기 행정위원회를 정리하고 하반기 문화경제위원회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는 전주시의 전통문화국, 경제산업국, 농업기술센터, 도서관, 동물원 등을 담당하는 위원회이다. 필자가 이 상임위원회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전주시 비정규직센터 조례. 필자는 2007년 여름부터 두 개의 조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실제 성과를 내었던 사례를 본받은 ‘전주시 생활임금조례’ 하나와 ‘전주시 비정규직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였다.

    전주시가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모든 비정규직들에게 법정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전주시가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생활임금조례는 계속되는 내부 검토단계에서 다른 법률과의 충돌의 여지 등 몇 가지 꼼꼼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 속에서 일단 유보를 결정하였고, 비정규직센터 조례는 2007년 11월, 15명의 동료의원의 서명을 받아 발의하였다.

    그런데 이 조례의 소관위원회가 바로 문화경제위원회였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당시 전주시에서 노동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기업진흥과’ 산하의 ‘노사협력계’였다. (올해 경제진흥과로 이름을 바뀌었다)

       
      ▲전주시 문화경제위원회 회의장면(사진=전주시의회)

    울산북구에서 이미 비정규직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사례가 있고 소요예산도 그리 크지 않으며 동료의원이 발의한 조례가 부결된 적이 없었던 터라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유보였다. 동료의원이 발의한 조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부결이 아닌 유보였다.

    그 이후 해당 상임위원장과 해당 의원들에게 대하여 갖은 설득 작업에도 이 조례는 유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결국 선택한 것이 필자의 문화경제위원회 행이었다. 같은 상임위의 동료의식을 이용하기 위한 얄팍한 계산이었다.

    결국 지난 10월20일, 조례는 부결되었다. 조례를 지지하는 동료의원들의 우회 지원을 받고 개별의원들을 찾아 몇 차례 동의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었지만 결과는 5대 2 완패였다. 애초의 표 계산과 뒤바뀐 결과였다.

    비정규센터 조례 완패, 내년에 다시 도전

    정권과 지역 상공업계의 눈치를 보는 전주시 집행부의 막바지 저지 작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의원들의 ‘노동’에 대한 강한 사회적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고자 노력했지만 문화경제위원회의 의원들은 완강하게도 ‘비정규직노동=노동=노동조합=민주노총=귀족노동자 또는 빨간 머리띠’로 등치시켰다.

    난망한 마음을 수습하고 돌아보니 그게 별거 아니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지방의회이고 그것이 보수정당 의원들이었다. 한미쇠고기 협상과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민주당이 따로 있고 ‘노동’을 반사회적인 무엇으로 애써 규정하는 민주당이 따로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늘 긴장과 대립관계를 유지하며 싸워야 할 대상과, 설득하고 때로 타협해야할 대상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제도에는 상임위 부결조례를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오는 2월, 전주시 비정규직센터조례는 본회의에 직상정 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의회 내의 표를 조직하는 것보다 시민사회의 조직을 우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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