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민주국민회의, 민주당에 면죄부
        2008년 12월 0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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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MB의 기치를 내걸고 민주당까지 포괄하면서 경제와 민생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제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8일 오전, 지난 주말 민주당이 여당과 부자감세와 내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것에 대해 항의 방문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끌려다닌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석회의 박석운 운영위원장 등 항의단은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 항의 방문을 통해 민주당이 감세안과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두고 “중대결단을 할 수도 있다”며, 여야간 합의 시점까지 다시 민주당과 예산안을 두고 실무 협의키로 합의해줬다. 

       
      ▲사진=정상근 기자

    박석운 운영위원장은 면담 결과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예산안에 대해 합의하기 전,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생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실무자급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3대 방향, 10대 과제가 후퇴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방향은 확실하지만 구체적 현실과 연동해 과제 시행에 다소 시차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3대 방향, 10대 과제’의 가장 앞머리에 있는 ‘부자감세 반대, 증세 통한 고통분담’을 불과 이틀만에 어긴 민주당에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도 여야가 오는 12일까지 합의키로 한 상황에서 불과 4일만에 ‘실무진급 협의’의 틀을 구성하고, 깊이 있게 협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위해 원칙 구부려서는 안돼

    박 운영위원장은 “민생민주국민회의에 참가하는 모든 단체의 의견을 바탕으로 민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물리적으로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장 연석회의에 참여한 진보정당들은 민주당의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 강한게 비판하고 나섰으며, 사회당은 “민주당을 제명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민주연대’라는 내부 정파가 당 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가 민주당과 원활한 협의 이전에 조직 내부 합의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보수 양당의 합의에 대해 “여야가 이미 12일로 기한을 정한 상황에, 이제 와서 (연석회의가)민주당과 합의를 하겠다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도 “합의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상황 자체는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가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는 합의 수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민주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연석회의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석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제1야당이 보다 선명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번 예산안에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부자감세 철회와 민생예산이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결단은 미래의 일로,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범국민적 전선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해 민주당과 함께 갈 것임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에 대해 신장식 대변인은 “이는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원칙을 분명히 세우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며 “민주당을 위해 원칙을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명박 대통령에 맞선 반 신자유주의를 원칙으로 분명히 삼아 민주당을 참여시킬지, 아닐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자유선진당은 같은 대대 소속"

    한편 이번 한나라당-민주당 협상에 대해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공동대표는 8일 “민주당의 예산안 합의는 부자감세를 규탄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위선임이 드러난 일”이라며 “민주당은 부자감세의 공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 2중대라고 지칭했는데, 이번 예산안 합의를 보니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같은 대대 소속이었다”고 말했다.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도 “좌측깜빡이 키고 우회전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삶을 지키는 것엔 안중에도 없는 민주당이 ‘반MB연대’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당도 당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연석회의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쳤다”며 “연석회의 개최를 주도했던 민생민주국민회의는 민주당이 연석회의에서 자기 발로 나가지 않겠다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제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당 성명을 내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제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제시하였던 서민예산에 대한 요구는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한가”라며 “정 대표가 말한 민주당의 두 가지 빚인 집권기간 동안 사회양극화 확대와 정권과 의회권력을 한나라당에 넘긴 점에 이어 민주당은 세 번째 빚을 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항의방문에는 민생민주국민회의 남윤인숙 여성단체연합 대표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운영위원장, 정대연 민생민주국민회의 운영위원장, 전농 박민웅 부의장과 민주노총 박정곤 부위원장, 예수살기의 최헌국 목사와 안진걸 민생민주국민회의 정책네트워크 팀장이 참여했으며,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와 함께 최재성 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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