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라이트, 고교 침투 특수임무 수행?
        2008년 12월 05일 09: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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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취임(8월 26일)한지 3개월이 지났다. 일제고사 강행, 국제중학교 지정고시, 뉴라이트 현대사특강 추진…. 공정택의 ‘금자탑’은 교육현장의 어두운 그림자이고 학생들에게는 ‘족쇄’들일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 맞서 진보적 교육단체들은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비리와 잘못된 교육정책의 중단을 촉구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1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로부터 서명 받은 고발장을 3일 오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슬로건이 ‘공정택에게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농담거리로 바뀐 지금, <레디앙>은 취임 3개월을 맞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3일 저녁 중고생과 좌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에는 자신들이 ‘좌빨(좌파 빨갱이)’로 불리길 원하는 중고생 3명이 참석했다. 박정호(영동1고 1학년)군은 학생회장 출마를 앞두고 지난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했다. 잘못된 교칙 개정을 요구하는 학내 모임도 준비 중이다. 또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 NO’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영우(00고 2학년)군은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사고’ 전환을 추진하자, 오는 12월 중순 1, 2학년 전체가 동참하는 ‘수업거부’ 운동을 준비했다. 하지만 학생회의 ‘신고’로 현재는 실행이 어려워진 상태다. 역시 ‘아수나로’, ‘SAY NO’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레닌’이란 닉네임으로 청소년 단체활동을 하고 있다.

    진주명(경수중 2학년) 군은 지난 교육감 선거 때 공정택 교육감과 함께 출마한 ‘기호 0번 청소년(’청소년 직접행동‘에서 내세운 가상후보)’ 후보의 선거활동을 도왔다. 또 전교조 담임선생님과 함께 향후 일제고사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학내 모임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월 14일, 15일 일제고사를 보는 학년은 아니었지만, ‘일제고사 반대’를 주장하며 등교거부를 한 경험도 갖고 있다.

    다음은 학생들과 나눈 ‘짱돌토크’ 전문이다. 

                                                      * * *

    짱돌 하나 – 공정택 취임 3개월, “헐리우드 액션은 그만”

    진주명(닉네임 주댕) = 안 그래도 잘못된 교육이 더욱 잘못되면서, 희망의 빛을 잃고 있는 것 같아요. 공정택 교육감이 취임한 뒤, 쇼킹했던 건 선거비용 대부분을 학원장들에게 받은 거예요. 더 쇼킹했던 건 이런 ‘비리 교육감’을 어른들은 끌어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죠.

       
      ▲박정호군(사진=손기영 기자)

    제 눈으로 봐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설마 어른들이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다 주고받는 이익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전교조 선생님들과 진보적인 시민단체 분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시는데, 좀 더 분발해야 돼요.

    최영우(닉네임 레닌) = 공정택 교육감이 이전에도 교육감을 했는데, 이번에는 정권을 등에 업고 재선되었잖아요. 그래서인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고 계세요. 국제중 만들고 일제고사 강행하고 뉴라이트 특강하고…. 너무 ‘오버’하니까 이제 한나라당에도 공 교육감을 싫어하는 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공 교육감은 어청수 청장보다 못한 어른 같아요. 어 청장은 여론이 안 좋으면 조용히 있기라도 하잖아요.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공 후보가 내건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진다’라는 문구 중 한글자만 바꾸고 싶어요. ‘공정택에게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진다’.

    박정호(닉네임: 은어군) = 교육감이라는 직책이 정치와는 무관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공정택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고, 전교조 선생님들을 좌파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또 뉴라이트 교과서를 강요했죠. 교육을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 같아요.

    진주명 = 맞아요. 공정택 씨는 교육감이 아니라 정치인 같아요. 당뇨병에 걸려 국정감사에 못 나오겠다고 ‘헐리우드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건 정치인들이 많이 하는 수작이잖아요. 학생인 제가 봐도 거짓말인지 알거든요. 속이는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만 정신 차려요.

    최영우 = 정말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교육감에 된 것 같아요. 다음 교육감 선거부터라도 ‘교육의 주인’인 학생들도 교육감을 뽑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투표율도 높고, 공정택 교육감과 같은 어른이 다시는 당선되지 않잖아요.

    짱돌 둘 – 일제고사 반대, 우린 ‘시험용 생쥐’가 아니다

    박정호 = 하위권 학교들의 학습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제고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결국 성적이 낮은 학교들에게 재제 조치가 들어갈게 뻔해요. 이렇게 되면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가장 먼저 담임선생님들을 불러, ‘아이들 공부 좀 제대로 시키라’는 말씀부터 하실 거예요.

    그러면 담임선생님은 가만히 계시겠어요. 바로 교실로 달려가서 학생들을 닦달하시겠죠. 이런 저희들의 모습을 본 부모님들은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실 것 같아요. 결국 학원은 장사가 잘되고 일제고사를 실시한 공정택 교육감에게 고마워하겠죠. 이런 ‘도미노 효과’를 노린 것 같아요. 무슨 먹이사슬도 아니고….

    진주명 = 실시 전부터 일제고사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공정택 교육감이나 교과부에 계신 분들도 일제고사의 부작용을 모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도 뻔뻔스럽게 일제고사를 추진하셨죠. 일제고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지난 10월 14일과 15일 학교를 가지 않고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했어요.

       
      ▲진주명 군과 박정호 군은 지난 10월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그 때 많은 학생들이 모였는데, 경찰들이 교육청 앞을 막고 있었어요. 그 분들이 한 일이 떳떳하지 못하니까 경찰까지 불러 저희들의 목소리를 막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공정택 교육감과 교과부 분들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일제고사를 추진했다면, 먼저 현장에 나온 학생들에게 내용을 설명했던 게 옳았던 같아요.

    최영우 = 같은 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도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어요. 회견이 끝나고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서한을 교과부에 제출하자, 그 쪽에 계신분이 “학생들을 위해서 일제고사를 실시했다.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교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이지, 서열화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죠.

    그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여기에 계신 어른들이 너무 한심하다”라는 말을 내뱉었어요. 일제고사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나중에 정책에 부작용이 생기면 본인들은 정작 욕을 먹지 않고, 일제고사를 실시한 학교들과 사교육비 증가문제로 학원들만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 같아요.

    박정호 = 지난번에 실시된 일제고사 때문에 부작용이 초래될지도 몰라요. 그 분들은 정책이 잘 되면 훈장 달고 안 되면 뒤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면 되지만, 정작 피해를 보고 가슴에 상처를 받는 건 저희 학생들이거든요. 제가 ‘실험용 생쥐’도 아니고…. 어른들의 시험대상이 되기 싫어서, 지난 10월 14일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교육청 앞 기자회견장으로 갔죠.

    하지만 막상 시험을 거부 했을 때, 제 뜻에 동조해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너가 그렇게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들도 학교 명예를 운운하면서, 학생회장 선거를 준비하던 제게 출마포기를 종용했죠. 부모님도 야단을 치셨고요. 결국 제 편은 없고, 거부를 해도 변화가 없으니까 마음이 약해졌어요.

    짱돌 셋 – 국제중학교, 이제 후배가 선배를 무시?

    진주명 = 국제중학교는 원래 외국인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인 것 같은데, 거기에 왜 한국학생들이 많이 들어가는지 이해 안 가요. 요즘 영어 잘하면 출세한다는 말도 있는데, 수업을 영어로 하니까 나중에 영어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출세를 할 수 있어서 그런가요?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이나 이명박 정부에서 국제중 설립을 강행했는데, 미국이 지금 선진국이기 때문에 달러를 벌어오는 기계들을 일찍부터 생산하려는 것 아닐까요. 70년대 외화를 벌기 위해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독일로 광부나 간호사를 보낸 일이 생각나요.

       
      ▲진주명군(사진=손기영 기자) 

    최영우 = 청심 국제중학교에 입학하려면 무슨 토익이나 텝스 점수, 영어대회 입상, 자격증 등이 필요하대요.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더라도, 초등학생들이 이런 것을 어떻게 해요. 요즘 외고를 못간 중학생들이 많이 자살하는데, 이제 국제중에 못가서 자살하는 초등학생들도 많아질 거예요. 이런 게 얼마나 고마워요.(웃음) 초등학생들에게 세상을 일찍 깨닫게 해주잖아요.

    박정호 = 국제중학교를 만든 어른들은 학생들의 머릿속에 어렸을 때부터 자본주의 논리를 심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돈 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공부를 잘하게 되고, 그래서 좋은 학교를 나오면 나중에 출세를 할 수 있다’는 공식 말이에요.

    최영우 = 제가 다니는 우신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처음에는 좋아했어요. 학교 밸류가 높아지니까요. 1기, 2기 선배들이 학교에 다닌 때는 명문학교였죠. 당시 서울대에 200명 넘게 들어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6, 7기 때부터는 공부를 안 해서 그런지 ‘꼴통학교’가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1, 2기 선배들이 6, 7기 이후 후배들을 끼워주려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 자사고로 전환된다는 소문나자 ‘이제 우리 후배들 덕 좀 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중에 후배들이 우리를 인정하겠나’는 걱정이 함께 들었어요. 

    대원중학교와 영훈중학교도 내년에 국제중학교로로 전환되면, 앞으로 후배들이 선배들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거예요. ‘우리는 비싼 돈 내고 학교에 다니는데, 너희 같이 공부 못하는 서민들하고는 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거예요. 소중해야 할 선후배 간에 관계가 ‘앙숙 관계’로 변하겠죠.

    짱돌 넷 – 학원서 돈 받은 공정택은 ‘펀드매니저’?

    진주명 = 공정택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에서 학원 원장들에게 돈을 빌렸다고 하는데, 저는 공 교육감이 유명 펀드매니저 같아요. ‘제게 돈을 맡기면, 얼마 뒤 몇 배의 수익을 보장 하겠다’는 어떤 펀드매니저의 말이 생각나서요.

    교육감도 이미 한번 해봤고 자기 옆에 대통령도 있다는 것을 은근히 알리면서 투자설명회 형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이명박 정부가 출범되고,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에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학원업자들도 ‘주식사기 좋을 때’라고 생각하면서 돈을 걷은 것 같아요.

    박정호 = 저는 공정택 교육감이 보험판매원 같아요. 일단 학원업자들에게 선거 때 필요한 돈을 걷어서, 혹시 공교육이 정상화 되서 사교육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 사교육업자들의 살 길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과 같은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잖아요.

       
      ▲최영우군(사진=손기영 기자)

    최영우 = 공정택 교육감이 어떻게 보면, ‘서울교육의 대통령’인데, 교육계의 국민인 학생들이 아니라, 교육계의 딴 나라인 사교육 업자들하고 놀아나고 있어요.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미국하고 놀아난 것과 똑같은 꼴이에요.

    헌법에도 나와 있는데, 국가원수가 잘못하면 국민들이 탄핵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서울교육의 대통령’인 공정택 교육감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교육계의 국민인 학생들이 공정택 씨를 탄핵시켜도 괜찮지 않을까요?

    박정호 = 일부 학교의 교장선생님들도 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후보에게 돈을 건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장 교육감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돈을 내서라도 줄을 잘 서보려는 어른들의 심리가 작용된 것 같아요.

    회사에서 ‘줄서기’라는 말이 있는데, 회장님 취임하는데 뒤에서 도와드린 거겠죠. 계열사 직원들이 나중에 회장에게 잘 보여서, 본사 간부로 발령 나는 경우처럼 말이죠. 장학사들 수입도 나름 괜찮다고 들었어요.

    짱돌 다섯 – 현대사특강, ‘사이비종교 예배’ 같다

    진주명 = 평소 이런 강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하지만 말로는 특강이지만, 학생들을 세뇌시키는 특강에요. 자기의 말이 정답인 듯 모든 학생들의 다양성을 말살시키는 ‘파시즘적 강의’예요. 그리고 특정종교의 교리를 신도들에게 강제로 주입시키는 사이비종교의 예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최영우 = 예전에 뉴라이트 세력이 대학교 학생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 고등학교에까지 침투해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것 같아요. 그 분들은 학생들에게 ‘좌파적인 편향된 가치관은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보수 입장의 역사를 가르치잖아요. 그런 건 편향되지 않은 건가요?

       
      ▲ ‘현대사특강’ 시간에 학생들이 졸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또 이분들은 자신의 주장을 토대로, 역사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는 올바른 학문에 바탕으로 쓴 책이 아니라, 역사 소설가들이 쓴 소설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현대사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만약 제가 다니는 우신고에 내가 뉴라이트 교수들이 ‘현대사특강’을 하러 오면, 한판 붙고 싶어요.

    박정호 = ‘현대사특강’ 강사 명단에 처음에는 조갑제 씨도 들어가 있고, 교수가 아닌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어 놀랐어요. 제대로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 학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지 이해가 안가요.

    또 ‘편향된 역사교육을 바로 잡겠다’고 학교에 오신 분들이 그동안 편향되지 않은 인생을 살았는지도 묻고 싶고요. 결국 능력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이, 그런 분에게 ‘현대사특강’을 맡긴다는 것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밖에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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