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 밀어붙이면 사고난다
        2008년 12월 04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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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재는 노동조합운동의 미래와 관련된 사안의 ‘처리 절차’에 대해 써볼까 한다. ‘민주연합’과 관련된 글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민주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안을 공식 표명한 것이 아니어서 섣부른 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워낙 중차대한 문제라서 섣부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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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진영이 ‘민주연합’ 논쟁으로 시끌시끌하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운동도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레디앙> 등의 기사를 통해 확인되는 바, 민주노총 집행부가 대변인을 통해 찬성 입장을 표명했고, 핵심 산별 위원장들도 찬반 입장을 표명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은 민주연합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공공연맹 임성규 위원장과 사무금융연맹 정용건 위원장, 공무원노조 손영태 위원장은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민주당 간담회 모습.(사진=민주당) 

    정파와 민주연합

    민주연합 논쟁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아서 민주노총 3대 정파흐름의 태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민파는 대체로 찬성할 것이고, 중앙파와 현장파는 대체로 반대할 것이다.

    현재의 민주연합 논쟁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만남으로부터 촉발되었다. 그러나 민주연합 논쟁은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잉태되고, 민주당이 촛불정국에서조차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탄생한 것이다.

    현재의 민주연합론은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생각하듯이, 오는 12월 국회에서 진행될 정부여당의 각종 법안 개악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에 멈추는 것이 아니다. 사안별 연대 수준의 고민이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 정도에 멈추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렇게 예상한다. 그 귀결점은 2012년 총선을 거쳐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반한나라당 단일후보를 내자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있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민주연합론의 귀결

    만약 그 중심 인물로 박원순 변호사가 서게 되면 진보진영은 격렬한 논쟁과 함께 사분오열 될 것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박원순 변호사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해서 유야무야되었지만, 일단의 지식인과 시민운동 등을 중심으로 박원순 변호사를 세우자는 흐름이 있었다. 이것이 현재의 민주연합을 둘러싼 정치적 고민이다.

    한편 노동조합운동도 민주연합 논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2010년 1월 1일 실시되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놓고 이명박 정부는 노동조합운동을 본격 탄압할 것이다. 또한 세계 및 한국의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조합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탄압할 것이다.

    그렇게 탄압을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노동조합운동이 자신의 힘으로 강력한 투쟁전선을 펼치지 못하면, 그 탈출구로 민주연합을 선택하려 들 수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현재의 노동조합운동 상태를 고려하면 그것은 예측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소문으로 나돌고 있는 괴담, 즉 국정원이 조직사건을 몇 개 더 준비하고 있다는 괴담이 현실화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해서 민주연합은 더욱 큰 힘을 얻을 것이다.

    나는 민주연합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비정규직 시대를 열고 활짝 꽃피운 세력이다.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실시한 세력이다. 신자유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한미FTA를 추진한 세력이다. 그들은 그것을 반성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그들은 신자유주의 세력이다. 힘이 없으니까 그것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동의하지 않지만 존중한다

    진정 정세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러는가.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절 자본의 편에 서서 그 누구보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의하고 앞장섰던 사람이다. 그런 정세균이 민주노총을 방문해서 “서로 힘을 합치자.”고 하는 것이나, 아무리 공당대표의 방문이라고 해도 그런 사람에게 면박을 주기는커녕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던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의 발언도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또한 나는 민주연합 찬성론에 반대하지만, 그 의견을 존중하고자 한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민주연합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과 절차에 관한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가 민주연합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서툴다. 민주연합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의견충돌이 심각한 사안이다. 그것은 노사정위원회 문제 못지않게 논란이 심할 것이고 폭발성도 큰 사안이다. 모두 그것을 알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도 오랫동안 노동조합운동을 해왔기에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민주노총 집행부가 바깥을 향해 너무 쉽게 발언을 하고 있다. 그것도 절차와 과정 없이 발언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아무리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집행부라 해도, 논란이 심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직 의견을 수렴해서 바깥으로 발언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민주연합 문제에 대해 그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앙위원회도 거치지 않았고, 대의원대회도 거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집행부가 한 발언은 모두 개인 의견에 불과한 것이다.

    소통이 필요하다

    지난 촛불 시기에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노동조합운동의 모든 지도자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그렇지 못한 노동조합운동을 반성했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나 같은 참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민주연합 문제를 놓고 노동조합운동은 내부에서 소통해야 한다. 조합원과 소통해야 하고, 정파끼리도 소통해야 한다.

    소통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특히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을 경우에는 더 길어진다. 사업장별 토론회, 지역순회 토론회 등이 있어야 하고, 각종 의결기구를 통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차분하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마이크나 의사봉을 쥔 집행부는 답답하리만치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참석자들이 충분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원 문제 때문에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여러 번 소집하는 것이 힘들므로, 사전에 지역별 대의원회의를 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집행부가 이렇게 의견수렴 절차를 가져가면, 반대 입장의 참석자들도 여기에 화답해야 한다. 격한 언어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몰아붙이거나 중간에 퇴장하는 등의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사실 민주노총 초창기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했었다. 이 사안을 가지고 그렇게 해야 한다.

    이석행 위원장에게

    하나만 덧붙인다. 혹시나 집행부가 진짜로 민주연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그 경우에도 하나의 안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안을 던지더라도 그 안이 토론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우리는 지난 2005년 노사정위 참가방침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그 악몽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런 사태가 또 벌어지면 각 정파의 관계를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고,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노동조합운동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배 중인 이석행 위원장에게 한마디 인사를 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수배생활 고생이 많으시죠. 형수님과 조카들이 많이 힘들겠군요. 형님도 잘 알겠지만, 구속되거나 수배되면 당사자보다 가족이 더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래도 어쨌든 몸 아프지 않도록 관리 잘 하길 바랍니다.

    제가 오늘 쓴 글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있을 텐데요.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갈 수 있는 키를 쥔 것은 형님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니까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 또한 두 번 다시 대의원대회장 같은 곳에서 싸움 뜯어말리다가 동지들에게 멱살 잡히거나 얻어맞고 싶지 않습니다. 

    형님이 조계사에서 농성할 때 한 번 간다간다 하다가 시기를 놓쳐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섭섭하지는 않았는지요. 대신 언젠가 구속되면 곧바로 면회 가겠습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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