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국립대학과 원수진 일 있나?
        2008년 12월 04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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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국립 사범대와 교육대의 부설학교를 공립화하는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이 오늘 (4일) 입법예고됐다. –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국립대학 중에서는 전국 10개 교육대나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로 진학해야 합니다. 사립대학 중에서는 이화여대 사범대학 초등교육과가 유일합니다.

    각각의 입학전형이나 어느 만큼의 성적이 되어야 진학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설 초등학교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지고 판단한다면, 앞으로는 이화여대를 권해드립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립 교육대와 사범대의 부설학교들을 공립학교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43개 부설학교들은 모두 국립이었는데, 시도교육감이 관장하는 공립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국립에서 공립으로 되는 게 뭐 그리 대수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공대로부터 실험실을 빼앗는 것과 같답니다.

    ‘관리 일원화를 통한 효율적 운영’이 이유랍니다

    지난 11월 1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의 국립교육대, 국립대학, 국립학교(부설학교들)에 ‘국립학교 공립화 관련 회의 참석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냈답니다. 공문에서 교과부는 “우리 부에서는 08. 2. 29 확정된 정부조직개편의 일환으로 국립학교를 공립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라고 공립화 방침을 밝힙니다. 그리고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 등을 덧붙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초중등학교 관리 일원화를 통한 효율적 운영 도모”랍니다. 국립은 교과부 장관이, 공립은 시도교육감이 관장하는데, 이게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인데, 어디는 장관이 하고 어디는 교육감이 하면 비효율적이거나 사각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꼭 시도교육감에게 국립학교를 주는 한 가지 방법만 있을까요. 교육대 총장이나 국립 사범대 학장에게 실질적인 운영권을 보장하는 건 방법이 될 수 없을까요.

    듀이의 실험학교를 우리도 해보면 안되나요

    물론 그동안 국립 사범대나 교육대의 부설학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말만 국립학교이지 국가의 예산 지원은 적고,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나 교육대의 부설학교에 걸맞는 다양한 교육실험들이 진행된 경우는 많지 않고, 선생님들은 부설학교를 승진이나 점수 따는 곳으로 생각한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립 사범대와 교육대로부터 부설학교들을 빼앗아야 한다고 말해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부설학교들이 그 취지에 걸맞는 ‘실험학교’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요.

    교육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면서 영감을 얻는 인물은 미국의 존 듀이(John Dewey)입니다. 그리고 그의 진보주의 교육학은 1986년 설립하였던 시카고 대학 부속학교, 일명 듀이 스쿨(Dewey School)과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습니다. 이 학교에서의 경험과 여러 가지 실험들이 듀이 교육학에 영향을 많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이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서두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언급하였는데, 故 이귀윤 교수님의 실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1988년 부속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10년 동안 ‘촌지없는 학교’와 ‘자율과제’ 등 열린교육을 힘써 여기저기에 영감을 불어넣지 않았습니까. 물론 열린교육에 정부가 손을 대면서 망가지긴 했지만 말입니다.

    국립대학과 원수진 일 있나요

    교과부의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은 “학교를 부설하지 않는 대신, 공립 유초중고등학교를 부설학교로 지정하여 활용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국립대학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국립대학과 시도교육감이 협약을 맺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관장하는 학교에 의견을 내거나 협약을 맺으면 된다는 의미인데요,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립’이라는 지위는 그대로 둔 채, 국립대와 부설학교의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3개 국립학교에 1,446억 원의 예산만 주는데(한 학교당 33억 원), 재정지원을 늘리면 안되나요. 교육학을 연구하는 국립 사범대나 교육대 교수들이 여러 가지 학교모델을 실험할 수 있도록 부설학교의 장으로 부임하게 하면 안되나요.

    현행 법령의 테두리에서 본다면 ‘자율학교’ 조항을 일부 손을 봐서 부설학교에서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이 모색되도록 하면 안되는 걸까요. 구조조정이 아니라 지원시스템 구축이 답이 아닐까 하는데요.

    지난 11월 24일 전국교육대학총장협의회는 “국립의 부설 초등학교는 없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을 확대하여 일반 공립학교가 따라오도록 하는 모델학교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5일에는 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국립대학 부설학교의 획일적 공립화 추진계획은 부설학교의 설립 취지와 기능에 비추어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하였답니다. 총장들도 모두 ‘이건 아니다’라고 보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국립대 총장들이 반발하는 정책이 어떻게 될지 말입니다. 소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이명박 정부가 당사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나저나 현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학과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으로 대학 재정 운용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부설학교를 빼앗겠다고 하여 국립 사범대와 교육대를 흔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국립대를 법인화하여 사립대와 비슷하게 만들겠다는 복안도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러다가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06년 기준으로 국공립대 학생 비율이 22.2%로 일본의 24.1%를 간신히 따돌린 가운데 OECD 꼴찌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확연히 격차를 벌려 놓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하긴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를 국립대에 적용하면 마의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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