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교섭타결 '노학연대'로 이뤄내
    2008년 12월 02일 01:57 오후

Print Friendly

행사 장소에 들어서자 학교에서 청소일을 하시는 미화노동자와 학생들이 이미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참가하시는 분들의 이름표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처음 보는 분들끼리 어색하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지난 11월 27일 연세대학교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잔치가 열렸습니다. 서울시내 대학 학생들과 대학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사진=공공노조
 

노학연대 성공하다

최근 성신여대 청소 노동자의 복직,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의 체불임금 해결, 덕성여대 청소 노동자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타결 과정에서 학생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이들 노동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는 학생들과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대학비정규직과 함께하는 잔치한마당’을 연 것입니다. 그 동안의 노고도 풀고 인사도 나누고 학생들과 청소 용역 노동자들을 서로 서로 격려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날 ‘잔치한마당’에는 성공회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연세대학교재단, 세종대 학생과 청소 노동자들 40여 명이 함께 한 것입니다.

학생들은 50~60대 여성 노동자에게 아주 편하게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사회에서는 가장 홀대받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내 공부방을 치워주는 그냥 ‘어머니’인 거죠.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서 몸 풀기로 서로 안마를 하는데 손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 동안의 피로를 한번에 날려버리려는 듯 손 끝에 힘이 들어갑니다. 여기저기서 ‘어이, 시원하다’는 말이 터져나옵니다. 웃음꽃도 핍니다.

   
  ▲사진=공공노조
 
   
  ▲사진=공공노조
 

어머니 노동자들

이어서 학생들과 여성 노동자들이 편을 먹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바닥의 깔려있는 분홍 색과 검은 색의 종이 판을 서로 뒤집어 색이 많은 쪽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인데, 아주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분홍색이 앞섰다.” “아니야 검은색이 더 많아.”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응원소리가 뒤섞여 행사장은 금세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밖에 단어를 등 뒤에다 적고 그걸 다시 앞 사람 등에다 적어 맨 앞에 있는 사람이 단어를 맞추는 게임도 벌어졌습니다.

한바탕 흥겨운 게임이 끝나자 연세대 학생들이 만든 동영상이 상영됐습니다. 동영상은 새벽에 출근해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강의실이며 연구실을 청소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어서 공공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에서 마련한 떡국으로 뜨근하게 배를 채우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공공노조
 

아직 노동조합이 없는 서울 모 대학의 어머니 노동자는 “지금 학생들이 너무 잘 도와줘서 힘이 되고 있다. 아직 노동조합이 없어서 우리가 조직적으로 대처해 나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다른 학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알게 돼 너무 좋다.”며 기뻐했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체불임금 3억5천만원도 받지 못했다니까. 청소하고 있으면 와서 인사하고 살갑게 구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는 같아.”라며 흐뭇해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치는 모습도 보입니다.

청소하는 사람들 노조 포기하면 안돼

연세대학교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 강의실을 치우고, 누군가는 화장실을 청소하는게 맞는데, 누가 이렇게 청소했는지 예전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들을 마치 ‘투명인간’처럼 대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들도 우리의 구성원이라고 인정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신여대에서 온 아줌마는 “여기 노동조합이 있는 분들도 계시고 안 그러신 분도 계시는데 용역 일을 하는 사람들, 우리 같은 청소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노조를 포기하면 안돼요. 내가 해보니까 그래요. 열악하고 힘들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돼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도 또 부탁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건데, 학생들이 관심 없으면 우린 헤쳐나갈 수가 없어요. 우리 성신여대도 학생들이 도와줘서 우리가 복직될 수 있었거든요. 학생들이 꼭 좀 도와주시고 연대해주세요.”

이렇게 청소 노동자와 조그만 잔치는 비교적 이른 저녁 시간에 끝났습니다. 다음 날 역시 새벽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죠.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