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박 전선, 진보신당 어떻게 할까?
    2008년 12월 01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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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민노당 등을 중심으로 ‘반이명박 전선’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훈수’를 둔 이후 창조한국당까지 포함된 야3당이 발빠르게 공조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신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DJ의 훈수와 진보신당의 고민

특히 김 전 대통령이 강기갑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10년을 준비하는 진보신당도 긴장의 끈이 더 팽팽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반이명박’이란 기치 아래 2010년 지방선거에 양당의 공동대응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진보신당은 ‘반이명박 전선’이 아니라 ‘반신자유주의 연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소위 ‘민주연합’에 대한 우호적 여론 동향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진보신당은 현재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주도하고 있는 ‘경제위기 비상시국회의’나 민주-민노-창조한국당 등 야 3당이 주도하고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 비상시국회의’의 참여에 대해서도 다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주도권 행사는 더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두고 보자’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재도약을 노리는 진보신당으로서는 ‘민주연합’의 반노동자적 성격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대안적 정책과 ‘포지셔닝’을 분명히 알려내지 못할 경우, 원외정당에 대한 언론의 박대 등을 포함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진보신당은 일단 민주-민노-창조한국당으로 이어지는 공조가 아직까지는 남북문제 공동대응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고, 남북문제도 이들이 주최하는 ‘남북관계 정상화 비상시국회의’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자료사진=레디앙
 

일단 지켜보자

진보신당은 남북문제를 제외하고 경제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이번 연대가 얼마 만큼의 강도와 지속성을 가지고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여당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도해왔던 민주당과는 제한적인 수준의 사안별 정책연대는 몰라도 공동전선 형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이 대목이 남북 문제를 넘어서 ‘보다 광범위한 야권 공조’를 강조하는 민주노동당과 차별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반이명박의 깃발 아래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강조하고 있는 야3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생존 전략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보신당이 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행 6억원을 유지하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은 민주당의 한계와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장식 대변인은 “그들은 여전히 10년 여당 기질을 탈피하지 못한 ‘공갈 야당’”이라며 “‘서민들의 삶을 지키겠다’던 민주당이 결국은 세율을 몇 %로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제외하고 대부분 한나라당의 안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허탈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신 대변인은 “4일,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들이 함께 모여 ‘비상경제시국회의’를 개최하는데 민주당도 참가할 예정”이라며 “‘비상경제시국회의’의 자리를 우스개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민주당은 스스로 회의 참가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비상경제시국회의에서는 이명박 정부에게 10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는 진보신당이 주요하게 강조해왔던 한미FTA가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은 비상경제시국회의에서 나오는 각종 문건들을 검토한 후 ‘참석 형태’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면 동의, 일면 비판" 애매한 진보신당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야3당 남북문제 공조와 관련해 “일면 동의, 일면 비판”이라고 정리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패악적인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정책적 지향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합종연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반이명박 전선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적인 반대는 아니”라면서도 “다만 반이명박 전선을 세웠지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의 어려운 위상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은 연대는 정책적 유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입장”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이 대통령의 대결적 대북정책은 폐기되어야 하며, 진보신당은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원칙과 정책을 분명히 하는 것이며, 정책이 동일해야 같은 전선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진보신당은 ‘남북관계 정상화 비상시국회의’의 의제와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힘을 모으는 수위와 폭은 정책에 대한 합의 수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판에 주도적 참여와 발언이 어려운 진보신당의 처지를 반영해주는 말로 해석된다.

진보신당의 지역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연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진보신당이 보다 선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창완 서울시당 위원장은 “우리가 고립되고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오히려, 올 것이 왔으며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소외된다는 생각들지만, 기회될 수도

그는 이어 “진보신당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할 일을 하면 된다”며 “진보정치가 꼭 필요한 사회적 약자 속으로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선거연합 관련 발언에 대해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대중들로부터 그런 요구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피해가기보다 돌파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탁 경기도당 위원장도 “민주-반민주 구도는 1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퇴행적 전술이며,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상황에 따라 공조는 할 수 있지만 전선 자체를 형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민생민주국민회의에서도 민주당의 참여문제가 논란이 되었고, 민주당이 빠지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는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또 다른 차원에서 그러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2010년 전후로 정치지형의 변화가 있을 테지만, 이런 식의 변화는 새롭게 나가야 할 정치지형을 역행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권 공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형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비판을 받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민주당 대표를 불러서 환영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망각의 정치라고 해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아닌 것은 아니라고)분명히 이야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의 다른 인사들도 ‘반이명박 전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저런 형태의 연대는, MB에게 정권을 내주었던 작년의 상태를 그대로 재연하겠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고 비판했다.

민생파탄을 반역사적 대북정책보다 더 미워해

그는 이어 “그나마 10년간 이룩해온 ‘민주, 통일’의 업적마저 무화시키니, 다시 저런 의제로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제기되는 ‘민주, 통일’의 의제보다, 경제 문제가 주요한 정치적 선택의 준거로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후자(경제)를 건드리지 않고, 전자(민주․통일)만을 갖고 하는 연대는 허깨비일 뿐”이라며 “연대를 하려면, 제대로 된 대립구도를 만들어내야 하며, 한 마디로,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MB 정권의 핵심의제, 즉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국일보>에 기고한 "‘반MB민주연합’이라굽쇼?"란 제목의 글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가져다 준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엉뚱하게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청개구리 정책을 생각할 때, 대북정책과 관련된 반MB민주연합보다 시급한 것은 민생을 지키기 위한 반신자유주의연합”이라며 “민주연합은 부차적 전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역사적인 대북정책과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20% 중반, 한나라당은 30% 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10% 대의 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아직 다수 서민들은 신자유주의정책을 통해 가져다 준 민생파탄과 사회적 양극화를, 한나라당의 반역사적 대북정책보다 더 미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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