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제안한다
        2008년 11월 26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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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뭘 잘 모르는 것인가? 아무리 헌법재판소 판결이라지만 판결 이전에 이미 걷은 세금을 환급한다고? 벌건 대낮에 국고를 도둑질하다니? 이런 불경기에 사람 목숨까지 살릴 귀한 국고를 말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킨 헌법재판소 판결은, 그리고 그로써 정당성을 확보한 듯 보이는 이명박 정권의 소수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은 보수 집권의 생명을 단축시킬 것이다. 보수의 잔치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보수의 잔치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 필자
     

    세계적 경제 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재촉하고,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 정치 질서의 변화와 사회민주주의의 부활을 예고한다. 잠시 한눈을 팔던 유럽의 제도권 좌파도 오랜 전통으로 돌아가고 있음은 프랑스 사회당이 새 당수로 ‘전통 좌파’ 마르틴 오브리를 선출한 데서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웃고 즐기면서’ 자유롭게 초현대적 급진 담론을 생산해서 우리 같은 후진국 촌놈들을 기죽이던 선진국의 좌파 지식인들도 이제 조심스럽게 경험과 현실로 돌아가고 있다. 역시 사람은 제 눈에 보이는 현실이 심각해지면 리얼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주당을 보면서 미국 민주당에 비교하여 너무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은 심하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영혼은 민주당 외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 몇 년이 갈지 모르는 이번 경제 위기는 새로운 영혼을 중심으로 한국의 야권을 재편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대어린 눈은 민주당 바깥의 여러 움직임들을 주시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주문도 하고 불평도 한다. 오늘치 <한겨레>에 조국 교수가 쓴 시론 「오바마 당선에서 배울 점」도 그 중 하나다.

    조국 교수의 주문에 맞장구치면서

    “소속 당의 틀과 이익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연대를 모색하고 판을 키워라”는 그의 주문은 예전부터 주변 ‘훈수꾼’들에게서 자주 들어온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색다르게 들린다. 그래서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주제넘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적 정당과 사회단체들에게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고 싶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서명운동을 결의했으니 이에 참여하거나 독자적으로 하거나 상관이 없을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은 폐지되어야 한다. 제발 “정당이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정치학 교과서에 써놓은 이야기를 또 읽지 마라. 현실에서 출발해라.

    영호남에서는 그 지역을 지배하는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다. 그러므로 공천이 더 중요하고 선거는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정치인들은 모두 국회의원의 졸병이 되어 있다. 정당공천제로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현대적 정책 정당이 아니라 전근대적 지역 정당이다. 내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국회의원이 지역구로 내려오는 날 공항에는 시의원들 대여섯 명이 영접을 나온다고 한다.

    (구)민주노동당의 당론은 자해적이었다

    이는 나의 지론이다. 그런데 2004년 총선 직후 정책위의장에 당선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시 민주노동당 당론은 기초자치단체 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찬성이었다.(지금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당론이 어떠한지 모르겠다.)

       
    ▲ 지난 9월 YTN 뉴스. 2006년 일부 의원들이 정당공천체 폐지법률안을 발의한데 이어 전국시장 군수.구청장협의회가 정당 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보도 (자료=YTN)
     

    당시에는 오히려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열린우리당의 당론이 정당공천제 반대였다. 그러니 제3당으로 지지율이 15%를 넘던 민주노동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였다면 법률이 개정되었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물론 선거법은 항상 여야 합의로 개정해왔으니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당리당략에 충실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한나라당 같은 지역 정당에 유리한 법이지 민주노동당에 유리한 법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제도는 민주노동당이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하는 데도 불리한 조건이었다.(신영복 선생은 ‘하방 연대’를 하라고 하셨는데, 당시의 민주노동당은 기고만장하여 아래로는 쳐다보지도 않았으니 논외일 수도 있지만.)

    특히 영호남 같이 사실상 일당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 지배적 정당에 대항하는 세력들을 함께 묶는 것(그것이 이루어지면 변화가 가능하다!)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이상한 자해적 당론들, 기초자치단체 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찬성, 지구당 폐지 반대, 당직 공직 겸직 금지 당론 등을 나는 명색이 당원의 직선으로 선출된 정책위의장이면서도 하나도 고치지 못하고, 나의 무능을 절감하고 깊은 좌절감을 맛보았다.

    지방 정치인들을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하라

    아직도 아린 마음의 상처를 만지면서 제안한다. 기초자치단체 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자. 수천 명의 지방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지방 정치인들을 국회의원의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하라. 그러면 그들이 한국 정치 구도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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