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와 이명박의 차이, 교육 정책
        2008년 11월 25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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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가 당선된 다음, 그 영향에 대해 여러 관측들이 나온다. 특히, 오바마의 정책들이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 이명박 정부와의 비교 등이 많다. 주로 경제 정책, 한미 FTA, 대북정책, 의료정책 등이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의외로 교육정책에 대한 언급은 적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우리 사회에서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오바마, 일제고사 폐지를 말하다

    오바마 교육정책의 핵심은 세 가지다. NCLB(낙오방지법) 개혁, 영유아교육 투자, 대학등록금 지원 확대 등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다시 말하면, 일제고사 폐지, 조기교육 확대, 대학 무상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NCLB는 부시의 교육정책 그 자체다. 말이야 “뒤쳐지는 학생이 한 명도 없도록 하겠습니다”(No Child Left Behind)라고 멋지지만, 구체적인 방식들은 경쟁 위주 정책이었다. 일제고사 보고, 성적 공개하고, 학교 선택하게 하고, 교원평가하고, 성과급 주고, 성적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뒤쳐진 학교와 교사는 짜르고, 이런 식이었다.

       
    ▲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교육정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쟁을 시키면 경쟁력이 올라갑니다’라는 발상이다. 그런데 부시의 교육정책이 그리 낯설지 않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같다.

    오바마는 제일성으로 NCLB를 대폭 손보겠다고 말한다. 목표는 괜찮았을지 모르나, 문제가 많다는 식이다. 행재정적인 지원은 별로 하지 않으면서 ‘책무성(Accountability: 책임 아니다)’만 강조했다고 본다. 도와주는 건 없으면서 맨날 쪼기만 했다고나 할까.

    학생과 교사들을 쪼은 결과는 재밌다. 일단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난다. 신규교사의 30%가 입직 후 5년 안에 관둔다. 특히, 수학과 과학 교사들은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오바마는 교육정책의 많은 부분을 교원 확보에 할애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 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들을 확보하겠습니다”가 수학과 과학교육 정책의 첫 부분인데, 얼마나 교사가 없으면 이럴까.

    NCLB 개혁과 관련하여 오바마는 ‘과정 중심의 평가’와 ‘맞춤형 수업’을 이야기한다. 과정 중심의 평가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수행평가나 교육이력철쯤 되겠다. 그렇다고 부모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팍팍 주는 ‘우리의 수행평가’로 읽지는 말자. 어느 날 문득 시험을 본 뒤 성적 매기고 줄 쭉쭉 세우고 하는 그런 평가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포트폴리오를 각자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해하자. 당연히 이런 평가 방식에서는 일제고사란 없다.

    영유아교육 집중 투자한다고

    오바마는 ‘0~5세 플랜’(Zero to Five Plan)으로 대표되는 영유아교육 및 보육 집중 투자도 정책으로 제시한다.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말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영유아 조기교육 및 보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습니다”가 되겠다.

    어릴 때부터 이미 가정환경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교육양극화 시대에 적절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글날 ‘영어몰입교육’ 공약을 말할 뿐, 영유아교육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당시 후보)과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 교원정책도 눈에 띈다. 우리 식의 “교원평가하겠습니다”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지원 위주다. 교원들 간의 협력을 꾀하기 위해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영유아교육과 교원 정책은 지면 관계상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간다.

    대학 무상교육?

    우리 사회 교육문제의 또 다른 화두인 대학등록금과 관련하여서는 조금 파격적이다. 크게 세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펠 장학금(Pell Grants)의 상한선을 올리는 거다. 펠 장학금이란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장학금이라고 보면 된다. 이걸 오바마는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손보는 거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은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정부가 보증하고 민간 금융기관이 학자금을 대출하는 방식(FFEL)을 줄이고, 연방 교육부가 직접 운영하는 직접 대출(DL) 위주로 바꾸겠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현행 학자금 대출을 대폭 줄이고 정부가 직접 운영하여 높은 이자율을 낮추겠다는 거다. 여기에 미국의 DL에서는 후불제도 가능하므로, 후불제(소득연계 상환 방식)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안내 포스터

    세 번째는 세액공제다. 오바마는 연간 4천불 상당의 세액 공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 금액은 국공립대학 등록금 2/3, 전문대학 학비 전액에 해당한다. 물론 18,000불 수준인 사립대학 등록금에는 한창 미치지 못하나, ‘높은 등록금과 많은 장학금’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대학 시스템에서 “모든 가정에 4천불을 돌려드립니다”라는 세액공제는 파격적이다. 사실상 최대 4천불 만큼 등록금을 인하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와 어느 정도 비교된다. 미국이나 우리나 대학등록금은 비싸다. 미국은 지난 5년간 40% 정도 올랐고, 우리는 국립대 43.5%, 사립대 27.8% 인상되었다. 미국 대학생의 60%는 빚지고 졸업하는데, 일인당 19,000불 수준이다. 우리 또한 점차 ‘마이너스 인생’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원리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상황, 대학의 가치는 점차 떨어지는데 대학교육의 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상황은 미국이나 우리나 비슷하다. 하지만 이명박과 오바마는 다르다. 이명박의 ‘반값 등록금’은 실종되었지만, 오바마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오바마는 자신의 교육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총 80억불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80억불이면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는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직접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시절부터 영유아교육과 관련한 정치활동을 해왔고, 연방 상원의원시절부터 대학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데 노력해왔으나,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그런 향기를 맡기란 곤란하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문제에 애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문제를 고민해왔기 때문에,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서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시켰고, 서울시장 시절에는 자사고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가.

    오바마 교육정책에 대한 관전포인트 세 가지

    교육정책에서 오바마와 이명박은 사실상 정반대에 서있다. 그래서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만약 교육문제가 거론된다면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갈지 궁금하다. “우린 일제고사도 보고, 더 가열차게 경쟁을 부추기는데, 미국은 어떻습니까?”라고 하면 무슨 말이 오갈까.

    물론 지금은 미지수다. 오바마의 교육정책은 아직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바마 교육정책이 현실이 되었을 때, 오바마와 이명박이 차이가 확연해질지도 미지수다.

    일단은 내년 1월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부시 교육정책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NCLB가 재승인되는 시기가 그 때다. 여기서 NCLB의 운명이 결정된다. 폐지될지, 이름만 남긴 채 대폭 수정될 것인지, 아니면 소폭 바뀔 뿐 그대로 유지될지 판가름난다. 일제고사나 경쟁 위주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오바마 교육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내년 1월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그 이전에 가름할 수 있는 관전포인트가 없는 건 아니다. 하나는 워싱턴 DC의 미셀 리(한국 이름 ‘이양희’) 교육감과의 관계다. 우리의 여러 언론에서 교육개혁의 선구자로 보도되고 있는 미셀 리 교육감은 NCLB의 지지자다. 그녀의 교육정책 또한 NCLB다. 순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면 된다.

       
    ▲ 미셀 리(한국명 이양희) 워싱턴 DC 교육감
     

    그래서 가끔 언론에서 미셀 리 교육감이 성적이 나쁜 학교를 퇴출시키고 교원을 해고했다는 기사를 만날 수 있는 게다. 비슷하게 최근 그녀는 교사들의 연봉을 4만달러(우리돈 5천만원 이상) 인상하는 대신 정년은 포기하라는 정책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오바마와 미셀 리가 어떤 관계를 취하는지에 따라 향후 오바마 교육정책을 가름할 수 있다. 물론 일국의 대통령과 한 지역의 교육감의 관계가 뭐 그리 중요할 수 있는가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바마의 두 딸들이 다니는 지역의 교육감이 미셀 리라는 점,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오바마가 미셀 리를 두고 “훌륭한 새 교육감이 교육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발언하였다는 점, 미셀 리의 교원 정년 포기 정책이 주목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과연 오바마가 미셀 리의 정책을 지지할지, 아니면 반대의 입장을 취할지 지켜봐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오바마의 두 딸들이 워싱턴 DC내 어느 학교로 전학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공립학교로 전학하는 것은 공교육 개혁에 대한 오바마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사립학교로 전학하는 것은 부시의 NCLB나 미셀 리 교육감의 정책에 대한 지지로 확대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세 가지, 내년 1월로 다가온 NCLB의 운명, 미셀 리 교육감에 대한 입장, 두 딸의 전학 등이 오바마 교육정책의 향배를 가름해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지난 21일 오바마 부부는 두 딸의 학교로 유명 사립학교를 택했다. 시카고의 유명 사립학교에서 워싱턴 DC의 유명 사립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기로 한 것이다. 경호 때문이라고 하나, 어쨌든 공립이 아니라 사립학교를 택했다. 이 학교, 1년 학비가 약 3만불, 우리 돈으로 3천 5백만원이 넘는다.

    이로써 관전 포인트는 두 개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오바마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될 지, 정말 NCLB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여 일제고사와 경쟁 위주 교육을 바꿀지,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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