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12월부터 육로전면차단 통보
        2008년 11월 24일 05: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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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나는 북한이 자세를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발언한 하룻만인 24일 북측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개성관광과 철도운행 중단 등 전면차단을 남측에 통보해 우려했던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책변화는 북한에게 요구하라"며 ‘거꾸로 가는 대북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북측은 이날 12월1일부로 개성관광과 협력사업과 관련한 남측 인사의 방북과 남북 철도운행을 중단하고 개성공단 남측 상주인원 감축을 요구하는 ‘단절’의사를 통보했다.

    북, "남측 불복해 다른 문제 파생하면 강력한 법적 조치"

    북측이 남측에 통보한 것은 ‘각종 협력·교류와 경제거래 등을 목적으로 육로를 통해 북측을 드나드는 모든 남측 민간단체들과 기업인들의 육로통과를 다음달 1일부터 차단하고 경협과 교류협력 사업자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엄격히 제한·차단한다’는 것으로 그러나 다만 ‘불가피하게 육로를 통과하게 된 물자와 운반자에 대해서는 건당 엄격히 검토해 처리한다’는 예외사항을 뒀다.

    이외에도 북측은 개성관광과 문산-봉동 구간의 경의선 열차운행 중단과 개성의 남북경협사무소 폐쇄와 남측 관계자 전원 철수도 함께 통보했으며 더불어 "남측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불복해 다른 문제들을 파생시키는 경우에 강력한 법적 제재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는 입장도 함께 전달했다.

    지난 12일 1차 통보에 이은 것으로 남측 정부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 ‘남북관계단절’ 선언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이날 북측은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과 입주기업, 코트라 김주철 대표, 김철순 현대아산 총소장에게 1통씩, 모두 4통의 통지서를 보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당은 일제히 정부의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오히려 북측을 비난했다.

    민노 "이 대통령의 입이 문제"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입이 문제’라며 대통령의 좌충우돌 발언들을 문제삼았다.

    박 대변인은 "남북단절이 불가피한 수순으로 전개되는 지금 대통령은 또 한번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말로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북 삐라 살포 방조와 북한 유엔인권결의안 공동제안 등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단 한발자국도 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사태를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6.15와 10.4선언 이행에 대해선 입장을 유보하면서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서는 공개 지지하고, 그러면서도 내정 불간섭과 상호체제 인정 등 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역행하는 유엔인권결의안 공동제안으로 남북관계 단절을 초래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반대 않는다고 했다가 흡수통일 입장을 천명하는 등 대통령의 돌출 발언들이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변인은 "정상회담 이래로 8년 동안 이어왔던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분위기가 개성관광 단절로 인해 90년대 이전 정세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백 마디 실효성 없는 발언으로 더 이상 자충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보신당 "세상변화 아직도 모르겠니?"

    진보신당도 ‘대통령은 무엇을 더 기다리는가’는 논평을 통해 "세상의 변화 모르쇠하는 대통령은 역사적 죄 짓는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북측이 개성관광 전면차단 통보는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의 파산을 알리는 신호음"이라며 "이 대통령의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것이 이런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 대변인은 "사실 이 대통령의 대북발언은 냉탕, 온탕을 오고간 것"이라며 "권좌에서 물러나는 부시에게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하고 부시가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돼 기쁘신가"라며 이 대통령의 APEC 발언을 지적했다.

    또 신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자의 ‘강력하고 직접적인 외교’ 전술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북-미간의 직접 대화를 통해 형성될 새로운 동북아질서의 미래에 대한민국은 철지난 이야기를 고수하며 방관자로 남고 싶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신 대변인은 "지금 이대로라면, 이산가족 상봉도 물 건너가고 북핵문제 해결 역시 이제 남측의 손을 떠나는 일이 닥칠 것이 뻔히 보인다"며 "세상의 변화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구시대적 냉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는 것, 보통사람들에게는 안타까움이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역사의 비극이자 죄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10년 공든 탑 무너지는 느낌"

    민주당은 개성공단 사례를 들어 “10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돌렸다.

    최재성 대변인은 “국민과 언론, 야당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경고한 내용들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삼풍백화점 무너지듯 개성공단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남북을 잇는 평화의 다리, 남북 동반성장과 경제성장의 가교인 개성공단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북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서 완전히 개성공단이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다시 출발선을 그어야 할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 "북한의 대남정책이 바뀌어야…또 북한이 협박"

    그러나 한나라당은 북측의 이 같은 경고에 대해 공식논평을 통해 "우리는 남북대화를 이어가려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북한이 깊어가는 체제위기를 막으려고 강경조치를 내린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야당은 대북정책 변경을 요구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북한의 대남정책"이라고 입장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지난 10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10년동안 북한에 송금된 돈이 핵개발 자금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북측을 자극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북측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맹물 먹고 주정하는 식의 도발"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당 차명진 공동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북한이 또다시 협박을 시작한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북한은 다급한 속사정이 있을 때마다 버티기 전략과 뺄셈 전술을 구사해 왔다"고 북측을 비난했다.

    선진당 "북한 비위 맞추기 급급한 사람들이 더 한심"

    자유선진당도 한나라당과 목소리를 같이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돌뿌리를 차 봤자 결국은 제 발만 아플 뿐”이라며 북한 측에 책임을 돌렸다. 박 대변인은 “북한은 ‘빈말을 모른다는 우리 군대의 경고를 무심히 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아직도 상대방을 위협해 뭔가를 얻어내겠다는 소아병적 망상과 생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한심한 것은 북한의 엄포에 화들짝 놀라서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라며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통해 그렇게 쏟아 붓고는 뺨 맞고 뒤통수 맞고 조인트까지 까이고도 아직도 부족해서 북한한테 절절매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일부 "북측, 남북관계 훼손하는 이런 조치 철회해야"

    한편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북한측이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이러한 조치 등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켜나갈 것이고 북측에 대하여 남북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관련,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며 앞으로 북한측과 대화를 통해 이행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북한은 더 이상 우리 정부의 입장을 왜곡하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것이 아니라 남북대화에 나와 현안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정부는 아울러 북한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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