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따라 기자감시하고 보도통제도?
    2008년 11월 21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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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도를 넘어 물가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경제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지는 현상인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급상승해 물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이나, 경기부진ㆍ물가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대칭되는 현상이다.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디플레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고, 가깝게는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이 전형이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일보 등 2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일제히 1면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다음은 2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정원 발의 ‘비밀보호법안’ 국민 알권리·언론취재 제약>
국민일보 <‘디플레 공포’ 지구촌 공습 경제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동아일보 <1급 공무원 ‘신분보장’ 조항 없앤다>
서울신문 <머리카락 보인 ‘D공포’>
세계일보 <‘D의 공포’…금융시장 또 패닉>
조선일보 <"오바마, 취임 100일내 대북특사를">
중앙일보 <미·일·EU ‘디플레 위기’>
한겨레 <실물·금융불안 악순환 L자형 장기불황 공포>
한국일보 <D(Deflation)가 온다>

‘디플레이션 공포’ 지구촌 공습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D(Deflation)가 온다>에서 "’R(recessionㆍ침체)의 충격’을 넘어 ‘D(deflationㆍ디플레이션)의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불황중의 불황, 최악의 침체 시나리오로 지적되는 디플레 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 경제에 ‘잃어버린 세월’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도널드 콘 부의장은 19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아직까지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4∼5개월 전에 비해 디플레 위험이 커졌다’고 인정하면서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199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FRB의 최고위 인사가 디플레 위험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FRB가 이젠 디플레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 한국일보 11월21일자 1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가 문제였지만 내년에는 디플레 걱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우리가 경고했던 대로 최근 증시의 일시적 상승세가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무너졌다. 앞으로 미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 물가 하락, 부도율 상승이라는 ‘삼각지대’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디플레를 얘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으나, 미국 유럽이 디플레 국면에 진입할 경우 우리나라로도 수출부진 금융불안이 전파돼 상당한 실물경제 충격이 미칠 것이라고 한국일보는 전망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도 1면 머리기사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전했다. 한겨레는 국내에서도 회복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L자형 장기불황 공포’를 우려했다. 한겨레는 "국내 실물경제도 전방위에 걸쳐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만이 경기침체 정도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34면 칼럼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 한겨레 11월21일자 1면.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게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물가가 싸면 소비자들이야 좋지 않으냐 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 구매를 미룬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성장이 느려진다.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값을 더 내린다. 생산도 위축된다. 이런 악순환을 초래하는 디플레는 ‘경제의 악마’로 불리기도 한다. 한 번 빠지면 좀체 헤어나기 힘든 최악의 불황이란 뜻이다. 인플레보다 더 무섭다는 이유는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물가가 뛸 때보다 내릴 때 통화정책의 약발이 잘 안 먹히기 때문이다. 일본의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은 디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자산가격이 급락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뉴욕발 금융위기가 세계적 경기 침체로 전이되는 와중에 미국에서 디플레이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석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영국의 소비자물가도 4.5%나 떨어졌다. 몇 달 전까지 인플레를 걱정하던 미국, 유럽이 이제 디플레를 우려하게 됐다. 많은 미국인들이 절약 생활에 나섰다. 지난달 한 조사에서 59%가 휴가 경비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55%는 외식 횟수를 줄였고 가정용품 구입을 미뤘다는 응답도 39%였다.

미국에선 1930년대 ‘대공황’에 대한 언급도 많이 나온다. 그 재연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80년 전의 대공황과 현 금융위기는 시작이 미국이었고 전세계로 확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다 이른바 ‘D의 공포’로 불리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대공황(Depression) 공포’로 번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경향신문, 국정원 추진 비밀보호법 우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8면 관련기사에서 국가정보원이 추진하고 있는 ‘비밀보호법안’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이 8면에 실은 가상시나리오는 아래와 같다.

"ㄱ 신문 ㄱ 기자는…이날도 심층취재가 부족하다는 데스크의 지적을 받고 머리를 싸매고 있던 차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잘 알고 지내던 시민단체 소속 ㄴ씨의 전화였다. 서울 교외의 조용한 카페에서 ㄴ씨는 문건을 한 뭉치 건넸다. ‘3급비밀’ 도장이 찍힌 문건은 한·중 FTA로 인해 농수산업 종사자들이 입을 피해를 수치화해놓은 정부 기록이었다.

ㄴ씨는 ‘한·중 FTA에 대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던 소신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라며 ‘꼭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ㄱ 기자는 신문사로 돌아가 곧바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국가정보원이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ㄱ 기자님. 지금 현행법을 위반하고 계십니다. 문건을 돌려주시죠.’ 국정원이 ㄱ 기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 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국정원과 수사기관이 필요할 경우 휴대전화 감청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 경향신문 11월21일자 8면.
 

ㄱ 기자는 ‘국정원이 기자를 감시할 수 있는 것이냐’고 항의했지만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국익을 해할 수 있는 경우 감시·조사까지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국정원 관계자는 ‘누구든지 국가안전보장 또는 국가이익을 해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비밀보호법 28조 1항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ㄱ 기자는 ‘국가안보 또는 국가이익을 해할 목적이 아니라 보도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이 관계자는 ‘문건을 보도하면 한·중 FTA 협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이익을 해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국정원은 2009년에 제정된 국정원법에 의해 ㄱ 기자나 ㄴ씨를 합법적으로 감시해왔으며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역시 합법적으로 감청하고 있었다. 이제 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앙 "오바마는 힐러리를 품었고…" – 동아 "영부인의 헵번 스타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현 정부의 인사정책과 영부인의 스타일을 지적해 눈길을 끈다. 중앙일보는 3면 머리기사 <오바마는 힐러리를 품었고, 우리는 ‘자기 사람’을 품었다>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직을 직접 제안했다. 매서운 추위를 동반한 경제위기에 직면한 한국에서도 ‘탕평인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DJ정부는) 이규성 재무장관, 이헌재 금감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등의 라인업에서 보듯이 경제팀만큼은 정권 탄생의 주역과 무관하게 중립 성향의 전문관료 중심으로 짰다. 이게 IMF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었다는 평가가 지금도 나온다"며 "코드 인사라는 평을 들었던 노무현 정부에선 상대적으로 첫 조각 인사에서 중립 성향의 인물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 중앙일보 11월21일자 3면.
 

중앙일보는 "하지만 선거 캠프 출신이 15명(39.5%)이나 됐고, 발탁 인사 중에서도 이념 성향이 같은 인사들이 많아 탕평 인사란 평을 듣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정부와 사정이 비슷했다. 이 대통령은 올 2월 모두 29명의 장관과 수석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경선과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가 13명(44.8%)으로 노무현 정부의 39.5%보다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경선 상대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조각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연세대 김성호 교수는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다수파가 아닌 데도 인재 풀을 넓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한편 동아일보 김순덕 부국장은 31면 칼럼 <영부인의 헵번 스타일>에서 김윤옥 영부인의 옷매무새와 스타일에 대해 지적했다.

"대통령과 함께 비행기 트랩에 오른 대통령 부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밝게 짓고 있었다. 목선이 약간 올라오고 풍성한 자락 위에 벨트를 맨 코트 차림이었다. 외양이 본질은 아니라는 거, 안다. 여자가 여자를 지적하면 곱으로 욕먹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코트에 눈이 머문 순간, 심사가 뒤틀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브라질 도착 때 화사한 분홍 코트 사진은 거의 절망스러웠다.

정치인도 아닌 대통령 부인의 옷차림이 정치적 메시지를 발산할 리 없다. 그러나 그 동네의 정치적 분위기는 반영한다고 본다. 패션계에서 ‘헵번류의 복고적 여배우풍’으로 분류한다는 대통령 부인의 차림새는 머리카락 끝을 살짝 말아 올린 재키풍 헤어스타일과 함께, 국민과 동떨어진 상류사회 이미지를 발산한다. 경제 살리기를 한다면서 종합부동산세 감세에나 매달리는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 동아일보 11월21일자 31면.
 

…한 나라의 운명을 떠맡은 정부라면, 요즘처럼 비상한 시기엔 국민이 가장 절절해하는 부분에 공력을 집중해야 하는 게 내가 아는 상식이다. 당장 종부세 감면이나 비서동 신축이 절실하다고는 ‘로마의 휴일’ 속 헵번 공주 아니곤 말하기 힘들다.

11개월 전 현 대통령을 찍었던 적지 않은 사람이 정적들과 만나고 적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남의 나라 오바마를 눈물나게 부러워하고 있다.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국정쇄신을 해야만 한다. 정말로 우리가 달력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대통령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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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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