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연대 "색깔논쟁 두려워 하지 말자"
        2008년 11월 21일 02:5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기존의 낡은 진보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을 천명한 진보신당 내부는 ‘색깔논쟁’이 한창이다. 적색과 녹색, 소수자와 장애인 등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이 공존해 있는 진보신당으로선 ‘새로운 진보’에 대한 이들의 해석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할수 없는 논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보신당 내 색깔논쟁은 진보신당이 통합 대상으로 바라봤던 외부세력과의 통합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든 원인을 일부 제공하기도 했다. 진보신당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노동자 단체들은 “더 적색”을 요구하고, 생태는 “더 녹색”을 요구했다. 소수자와 장애인도 당내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적색으로, 더 녹색으로"

    ‘색깔논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공존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더 좋은 해법이다. 진보신당 내에서 ‘소수’에 속하는, 녹색,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이 만든 ‘무지개연대(가)’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했다.

       
      ▲사진=정상근 기자
     
     

    20일 밤, 진보신당사에서는 무지개연대(가) 다시 한 번 색깔논쟁을 벌였다. ‘진보신당, 색깔논쟁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녹색(한재각 녹색특위 집행위원), 여성-성소수자(최현숙 성정치기획단 대표), 장애(이원교 진보장판 서울담당), 평화인권(윤영상 평화공감 대표)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노동(한석호 노건추 집행위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무지개연대(가)는 “제대로 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함께 “‘새로운 진보’의 가치와 의제들이 어떻게 진보의 재구성 과정에서 자리를 잡게 될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번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합의와 공감 못지 않게 이견과 갈등도 많고, 그것을 넘어서야 진보는 재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적색에 대한 성토의 장

    이와 같은 취지로 출발했지만, 비교적 적색이 당내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언뜻 적색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성토의 장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한재각 녹색특위 집행위원은 “적색을 공격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균형추를 잡아야 하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에서 무지개연대를 제안했고,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최현숙 성정치기획단 대표는 “모든 운동은 제대로 된 빨간색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이 진보정치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생산현장의 임노동 중심, 대기업-남성-정규직 중심의 노동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노동의 개념과 노동정치의 범주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숙 대표는 일례로 “4~50대 기혼여성이 중심이었던 기륭 현장에서 남아있는 10명의 극한적 투쟁에도 함께 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 투쟁현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 조합원들의 삶에도 진보정치는 고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원교 진보장판 서울담당은 “노동정치가 말하는 노동자 대중이 노동조합에 속해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중만을 지칭하고, 단지 노동정치가 계급투쟁의 영역을 확대하는 차원으로만 진보적 가치를 바라본다면 계급투쟁 영역확장이 실패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본 관계는 여전히 제1모순

    이에 앞서 한석호 노건추 집행위원은 “아직 현실에서는 따라주지 못하나, 여성, 장애, 성소수자, 생태 등을 노건추의 틀로 풀어내야 한다는 데 동의는 하고 있다”면서도 “노자관계는 여전히 노동자의 제1모순이며, 노동운동의 최대흐름은 사회주의로 향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지개는 비교적 빨간색이 강렬하게 보이지 않냐”는 농담을 던지며 “붉은 노동, 붉은 성정치, 붉은 생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에 대한 일부 성토도 있었지만 이날 토론의 주제는 ‘무지개 정치’였다. 기조발제를 한 김현우 녹색특위 간사는 “각종 모순들과 억압에 대해 어느 한 시선만이 ‘진리를 담지’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진보신당의 무지개정치는 ‘피해자-소수자 연합’을 넘어 일정한 논리적 중심을 가져야 하며, 국가와 경제체제 문제를 도외시하는 부문운동과는 다른 깊이의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깃발이 아닌 프로그램과 행동”이라며 “내부적 논의와 주체양성을 병행하고, 중요한 정세적 계기를 예비하면서 진보신당의 노선을 구체적 정치프로그램으로 제출해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깃발 보다는 프로그램과 행동

    또 “각 운동들은 스스로 진보정당의 주류가 될 기획을 가져야 하며, 진보신당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중장기적 미래상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지개 정치만이 갖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 소수자, 이주민, 청년, 실업자의 당이며 평화와 연대에 몸을 아끼지 않는 당이란 인식을 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각 녹색특위 집행위원도 “무지개연대를 제안한 것은 당 외부, 시민사회가 진보신당에 결합할 수 있도록 당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운동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민사회 플랫폼’의 의미를 갖기 바람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지개연대는 ‘조화된 변화’의 원천을 이루어야 하며, 자신의 외부를 변화시키기를 바랄 뿐 아니라 이에 맞춰 스스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현우가 무지개연대의 구체적 의제로 제안한 당내 의견구조 내의 할당제, 당내 사업구조 문제, 당 강령의 정치노선 문제에 대한 ‘사전합의’ 필요성과 함께 2010년 지방선거 시기에 직면하게 될 정치적 연합, 그 중에서도 기초지자체 정당공천제에 대한 입장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지자체 정당공천제’ 입장 빨리 만들어야

    한 위원은 기초지자체 정당공천제와 관련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지난 2006년, 지역운동을 하며 선거를 준비해왔던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 민주노동당이 정당공천제로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괴멸된 바 있다”며 “책임정치 측면에서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면, 다른 식의 개방이나 연대 방안에 대한 입장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영상 평화공감대표는 “이날 토론이 진보적 다원주의의 차원에서라면, 진보적 가치의 재구성과 대중적 실천에 대한 상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늘 논의들은 내부정치의 틀에 머무르는게 많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평화 부분에 대해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만이 모든 서민들이 바라는 ‘평화’이며, 이러한 바탕 위에서만 ‘통일’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쟁과 군사적 폭력을 넘어 한국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군사주의 문화와 구조적 폭력에 대한 반대의미도 포함해 제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특히 “통일을 진보의 핵심가치로 설정하는 것엔 반대하지만, 중대한 정치적 과업으로 보고 있으며, 통일 과정이 진보적이고, 통일국가가 진보적 대안사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제제기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만, 이를 북한체제를 파괴시키고 자본주의적으로 흡수하려는 기도가 갖는 폭력성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