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시위도 막으면서 대북삐라 못 막나"
        2008년 11월 20일 03: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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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정세를 보는 남북의 입장차는 확연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20일 4박5일간의 방북일정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강하게 전달됐다.

    민노당은 이처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이달 중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이끌어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는 한편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반도 신냉전에 ‘평화전령사’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기갑 "방북 보따리 별로 없어 죄송"

       
    ▲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사진=변경혜 기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우선 "가지고 온 보따리를 풀어봐도 국민들이 맛있게, 기쁘게 드실만한 게 별로 없"다며 "남북 냉각을 따뜻하게 녹일만한 걸 담아오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강 대표는 "방북 며칠 전부터 북측에서 단호한 방침들이 터져나와 12월부터는 육로를 통한 통로제한과 차단이 전해졌고 저희들은 ‘살얼음판을 녹이는 역할을 해야겠구나’ 생각해서 개성공단, 이산가족, 금강산 문제 같은 현안의제를 가지고 갔다"며 "(그러나) 거기서 느낀 것은 이런 역할을 하고자 했던 기대나 의지와는 (북측이) 전혀 달라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북 "8년동안 진행해온 남북교류 MB들어 최악"

    전날 북한의 입장이 ‘생각보다 놀랄 정도’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 강 대표는 "예를 들면,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부의장은 개성공단 같은 문제나 여러 현안에 대한 사안들에 ‘분통이 터진다. 민족대단결과 단합으로 가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촉구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대착오적 대북정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8년동안 진행돼 온 것(남북교류)과는 달리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강 대표는 "북측에선 민노당이 개별사안을 다루겠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정당교류 차원의 방북이었지만 경제가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이 어렵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북측은 ‘개성공단 뿐 아니라 다른 교육사업도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이 모든 것은 남측이 두 정상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강경한 입장을 계속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김영대 상임부의장은 ‘분통이 터진다’는 표현을 써가며 "모든 책임은 남쪽 정부에 있고 남 정부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남측에서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자유를 가진 것을 적대시하고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것을 보면 두 선언에 대한 실천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강 대표가 덧붙였다.

    "촛불시위 막아낼 정도면 삐라도 막아낼 수 었다"

    이러한 북측의 주장에 대해 강 대표는 "그렇다고 해도 남쪽의 통일운동(세력과), 뜻있는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며 두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느냐"고 설명하자 김 상임부의장은 처음보다 더 강한 어조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완전히 새롭게 변하기 전에는 남북관계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영순 최고위원은 또한 방북실무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삐라’와 관련 북측의 한 인사는 "’촛불시위를 막아낼 정도면 삐라를 막아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며 "남측 정부의 의지문제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민노당의 방북은 정당교류차원이지, 정부메신저 역할은 아니라며 분면한 선을 긋기도 했다고 민노당은 밝혔다.

    북, "민노당 방북단 정당교류지, 정부메신저 아니"

    강 대표는 "사실 방북 전에 통일부 차관과의 면담도 있었지만 북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정부 메신저’역할을 한다는 자체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며 "남북경색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었고 적십자대화통로까지 단절된 상태에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남북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로 비춰질 가능성이 많고, 오해될 소지가 많아 실무차원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전해왔었다"고 설명했다.

    북미관계에 대해 박승흡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에 상당한 관심과 기대를 갖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시나 오바마가 됐다고 해서 (북미)정책의 흐름에 변화가 있겠느냐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라며 "그러나 (북미관계는) ‘우리가 키를 잡고 있다’고 말해 그만큼 부시행정부와 핵 협상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고 오바마행정부에 대해서도 당당한 입장인 것 같았다"고 해석했다.

    "북미관계 키 우리가 잡고 있다"

    ‘남북관계가 어디까지 악화될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강 대표는 "우선 김영대 상임부의장도 남북경색국면에서 만나게 돼 수차례 아쉽다는 말을 하면서 대단히 미안하다는 표현을 썼다"며 "그러면서도 김 상임부의장은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12월1일 기한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남측정부에게 최후통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전달했다.

    이어 강 대표는 "우선 대북삐라는 하루속히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가 관계부처회의까지 했다면 그 만큼 가시적 조치가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더불어 "6.15공동선언이 남북의 정신이라면 10.4선언은 구체적 조치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노당만 팔딱팔딱 안타깝게 뛸 게 아니라 제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두 정상선언을 이끌어냈던 전직 대통령이 계시니 두 전직 대통령에게 면담요청을 하고 긴박한 상황을 말씀드린 뒤, 악화되는 상황을 풀어나가는데 함께 힘을 모으자는 생각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북측이 공언한 12월1일 육로제한 시기 이전에 두 전직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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