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패권 인정해선 안된다”
    2008년 11월 20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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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인 정치학교(Sciences-Po) 초청 강연과 노동회관에서 열리는 강연회를 위하여 파리에 도착하였다.

이 날은 마침 진보신당 유럽당원모임이 파리에서 개최되었기에 노회찬 대표일행은 곧바로 회의장에 도착하였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에서 모인 당원들과 파리지역에서 거주하는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회의와 토론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날 회의는 유럽지역의 당원의 활동 진로를 모색하면서 새로이 조직을 가다듬고 중앙당에 바라는 사항들을 정리했으며, 아울러 진보신당 당원뿐만 아니라, 지지자들, 그리고 유럽 지역 내 좌파한인을 아우르기 위한 네트워크 유로진보넷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교환하였다.

아울러 지금 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식당에 대한 유학생 노동권 찾기 운동 및 프랑스 사회당 당 대표선거를 둘러싼 사회당 분열을 바라보면서 좌파정당의 정체성에 관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 파리코뮌병사의 벽에 헌화하고 있는 노회찬 대표(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다음날 아침 일찍 노회찬 대표와 진보신당 유럽당원모임은 페르라셰즈 묘지에 있는 파리코뮌병사의 벽을 참배하였다. 마지막 피의 일주일이라 불리는 학살기간 동안 이 벽 앞에서 많은 파리 코뮌의 시민병들이 총살되었다.

붉은 장미 헌화

코뮌병사들의 벽 앞에 조성된 역대 프랑스공산당 서기와 레지스탕스의 묘지들을 둘러보며 도착한 이곳에는 벽에 수없이 박힌 총알구멍들이 그때의 아픈 역사를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노회찬 대표는 피처럼 붉은 장미꽃을 헌화하였고, 진보신당 당원들은 주먹을 쥐고 낮으나 결의에 찬 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을 다 함께 불렀다. 간간히 뿌려지는 가랑비가 숙연함을 더해주는 순간이었다.

17일 CGT및 각종 산별노조의 사무실이 집결되어 있는 노동회관에서 한인 교포 및 학생들을 상대로 ‘위기의 시대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은 멀리 리옹에서 올라온 학생을 비롯하여 강연 소식을 듣고 온 신혼여행 부부 등 다양한 연령대의 교포들이 참석하였다.

경제가 만들어준 대통령인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의 말문을 튼 이날 연설에서 노회찬 대표는, 한국경제의 심각한 문제인 비정규직, 경제활동인구감소, 자영업의 무한경쟁시대 돌입에 대한 우려와 이제 더 이상 수출 경제 및 성장률 확대가 고용안정화를 이루어주지 못함을 지적하였다.

종부세, 법인세, 상속세 완화로 인한 서민 세금분담률은 가중될 것이고 서민들의 경기에 관한 심리적 위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내다보았다. 그렇기에 지금 진보정치, 진보신당을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하며, 진보신당은 유의미한, 갈등의 대변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노 대표는 밝혔다.

아울러, 위기의 한국이야말로 새로운 한국사회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후 진행된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통해서 비정규직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한국정치 상황에서 경쟁관계를 통한 상호 발전 가능한 건전한 우파가 존재할 수 있는지, 혹은 위기의 시대 한국경제에 개발 성장식 경제논리만이 존재하는 가운데 진보진영에서는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이 뜨겁게 토론되었다.

   
▲ 강연중인 노회찬 대표(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자신을 퇴직한 교포라고 밝힌 한 어른은 한국사회에는 정치는 있되, 혁명가는 없다는 말로 노회찬 대표와 진보신당이 한국사회에 진정한 좌파진보세력이 되기를 바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18일 국내 정치인 중에선 최초로 진행된 프랑스 정치학교 초청 강연은 이미 가득 찬 강연장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내 서서 듣는 학생들을 통해 지금 한국 특히 동북아 정세에서 진보진영의 입장에 대한 관심을 가늠하게 하였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우려

노회찬 대표는 미국에서 오바마 후보 당선은 동북아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읽었다. 그러나 미국 내 민주당 정부의 재등장이 곧 화해, 협력과 편화를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면서, 이후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위치지어지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고 피력하였다.

즉,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동북아 평화는 물론, 남북관계도 악영향을 불러 올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현 경제 금융위기의 중심부가 미국임을 상기시키며, 더 이상 미국의 경제패권을 인정해서는 안 됨을 주장했다.

IMF, World Bank, GATT로 이어지는 브래튼우즈체제에 기반을 둔 현 세계경제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 미국식 자본주의, 미국식 금융체제를 벗어난 새로운 세계금융, 외환, 무역체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하였다.

아울러 영국, 프랑스, 독일을 관통하는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위기를 완벽하게 구출하지 못하며, 신자유주의의 좌절을 보면서 수정이 아닌, 근본적인 고민과 깊은 탐구가 필요한 지점에 도달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한미FTA는 양자국가에 동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종속관계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이 드러난 이상 한미FTA는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북아정세 속의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은 변화를 모색하고 추진하며 또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재 집권이 거듭되고, 혹은 집권 기회가 현실적으로 보장되면서 점차 우경화되어가는 프랑스 사회당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드는 우려와 폭 넓은 좌파연대를 피력하며 연설을 맺을 땐 많은 프랑스 학생들의 동의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자전거 타고, 파리 일주

   
▲ 노회찬 대표가 자전거를 타고 파리시내를 돌아보고 있다(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마지막 일정은 파리시가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중교통 수단의 한 방법으로써 자전거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둘러보았다. 파리 시내 300미터 간격으로 세워진 자전거 역에는 이용권카드를 사용하여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 부근의 역에 다시 세워 놓으면 된다.

노회찬 대표는 직접 자전거를 타고 파리 시내를 돌아보며 자전거의 안전장치, 가격의 합리성과 운용의 효율성 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노회찬 대표는 오슬로대학 초청강연회와 사회주의 좌파당 간담회를 위하여 짧고 바쁜 일정의 파리를 떠나 노르웨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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