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 360, 완전히 망가졌다"
    2008년 11월 19일 10: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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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생방송 시사투나잇’대신 신설한 ‘생방송 시사360’가 첫 방송으로 ‘미네르바 신드롬’을 방송하며 ‘땡이뉴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에 대해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 KBS < 시사360 > 에서 연출한 ‘미네르바’

진 교수는 19일 새벽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미네르바 현상을 정부가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재발을 막아야 할 사태,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궁극적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전제해 버렸다”며 “프로그램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느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완전히 망가진 느낌

진 교수는 “미네르바는 한 명의 인터넷 논객이고, 자기 주장을 펼칠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고, 국민은 옳은 얘기를 할 권리만이 아니라, 틀린 얘기를 할 권리도 갖고 있으며, 그러는 MB 정권도 이제까지 경제에 관해 수없이 틀린 얘기를 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에 출연한 모 경제학과 교수를 거론하며 “경제에 관해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모두 장미빛 전망으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경제 예측에 관한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얘긴긴가? 심지어 MB 말을 믿는 사람도 있는데, 왜 미네르바의 말을 믿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인터넷에 경제에 관한 글을 올리는 것이 졸지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척결해야 할 사태가 되어 버렸으니, ‘시사 360’이 바뀐 것은 간판만이 아닌가 보다”라며 “자신이 졸지에 이 사회에 다시는 등장해서는 안 될 현상이 되어 버렸으니, 미네르바 본인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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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진중권 교수 글 전문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어제 한 예측이 오늘 틀렸다는 것을 내일 확인하는 학문’이라는 말이 있지요. 사실 복잡계에 가까운 경제에 대해 정확히 예측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이 의미를 갖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때의 일입니다.

경제학은 역사학이 아니고, 훈고학도 아니거든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면, 경제학이 뭐하러 존재해야 합니까? 다만, 예측은 예측이고, 그 예측은 확률론적 정확성만을 가지며, 따라서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경제학자들의 예측 들어본 적 없다.

미네르바는 여러 번 정확한 예측을 했지요. 하지만 제 기억에 그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학자들이 무슨 예측을 내놓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방송에 나온 경제학자도 철 지난 다음에 미네르바의 예측이 어디가 맞았고, 어디가 틀렸는지 확인해주는 수준이었지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환율의 급등에 대해 그 어떤 연구소가 예측을 내놓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네요. MB 정부는 그 사이에 닭짓만 하고 있었지요. 주가 1300대에 있을 때 지금이 주식을 살 시점이라고 얘기하던 게 기억납니다.

미네르바는 한 명의 인터넷 논객입니다. 그는 논객으로서 자기 주장을 펼칠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지요.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미네르바의 글이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어, 그를 처벌할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다시 독재국가로 돌아간 걸까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옳은 얘기를 할 권리만이 아니라, 틀린 얘기를 할 권리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는 MB 정권도 이제까지 경제에 관해 수없이 틀린 얘기를 해 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가 대통령 되면, 그 효과만으로도 주가가 3000까지 오른다는 MB의 말은 지금 들으면 가소롭기 짝이 없는 헛소리로 판명되었지요. 자기가 대통령 되면 7%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MB의 약속도 아주 허망하게 거짓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네르바의 말이 사회적 불안을 일으켜, 경제에 해를 끼친다구요? 그러는 MB도 촛불 떄에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외치며,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려고 했었지요. 그 다음에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말을 바꾸었지요.

국가가 개인에게 침묵을 강요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개인에게 침묵을 강요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내년에 경제에 파국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발언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MB라면 사회불안을 조장했다고 처벌하려고 들겠지요.)

‘시사 360’에서는 바로 이 본질적인 문제를 제껴놓은 채, 미네르바의 예측이 어디가 맞았고, 어디가 틀렸는지 채점이나 하고 있더군요. 사실 경제학에서 그 정도 예측을 적중시켰으면 ‘신기’에 가까운 겁니다.

압권은 그 이상한 경제학 교수의 인터뷰입니다. 미네르바의 글에 찬성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실물경제가 위험해진다나, 어쩐다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당연히 자기 글에 많은 사람이 찬동하기를 원하겠지요.

그래서 글을 가능한 한 잘 쓰려고 노력할 테고, 그 글이 타당한 것으로 입증되면, 신뢰를 받는 게 당연하지요. 도대체 왜 이게 위험한 현상이 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미네르바의 글에 신뢰를 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 이건 또 어느 나라 경제학입니까?

이게 그 분의 말인지, 아니면 편집의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시사 360’이 그의 말을 맥락에 맞게 제대로 편집한 것이라고 가정하고 얘기하자면, 그 분, 거기 나와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1) 경제에 관해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모두 장미빛 전망으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얘긴가요? 아니면 (2)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경제 예측에 관한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얘긴가요? 심지어 MB 말을 믿는 사람도 있는데, 왜 미네르바의 말을 믿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요?

MB말 믿는 사람도 있는데..

‘시사 360’의 클로징 멘트도 해괴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요. 결국 미네르바 같은 논객을 없애려면, 정부가 신뢰를 줘야 한다는 얘긴데, 도대체 제2의 미네르바, 제3의 미네르바가 나타나면 왜 안 된다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요. ‘시사360’의 문제는 아예 ‘미네르바 = 부정적’이라고 단정을 한 데에 있습니다.

즉 미네르바 현상을 정부가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재발을 막아야 할 사태,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전제해 버린 거죠. ‘부당전제의 오류’라고 해야 하나?

인터넷에 경제에 관한 글을 올리는 것이 졸지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척결해야 할 사태가 되어 버렸으니, ‘시사 360′, 바뀐 것은 간판만이 아닌가 봅니다. 이게 제작진의 문제인지, 아니면 위에서 내려오는 입김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프로그램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느낌입니다.

자신이 졸지에 이 사회에 다시는 등장해서는 안 될 현상이 되어버렸으니, 미네르바 본인은 얼마나 황당할까요? 같은 논법으로, 앞으로 ‘제2의 시사 360, 제3의 시사 360 ‘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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