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이 방패막이? 비수될 것"
        2008년 11월 18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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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대우차나 쌍용자동차는 비정규직과 사무직은 물론 정규직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GM대우는 내년 3월까지 휴업이 연장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쌍용차의 경우 내년 2월 신차 생산을 위해 1천여명의 정규직이 휴업에 들어간다. 언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정규직의 목을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와는 달리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1998년과 같은 정리해고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생산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지 않았고, 단체협약에 따라 물량이 줄 경우 해외공장을 먼저 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만명이 훨씬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올해 현대자동차지부 노사교섭에서 한 노조 교섭위원이 주간2교대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에 대해 강력히 지적하자, 사측은 “정말 회사가 어려워지면 비정규직을 정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차는 비정규직이 방패막이?

    그러나 대우버스의 사례는 자본의 칼날이 누구의 심장을 노리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대우버스는 1967년 버스를 생산해 50여년 동안 버스만 생산해 온 국내 버스시장 선두주자로 연간 7,000대의 버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부산공장에 정규직 670명, 사무직 300명이 일하고 있다. 2007년 당기순이익이 171억원이었다.

       
      ▲사진=대우버스 노동조합

    2006년 회사는 ‘정규직 0명’의 울산공장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반대하자 “물량과 상관없이 월 56시간의 OT를 보장한다”는 ‘달콤한 사탕’을 내밀었고 정규직노조는 이를 받아들였다. 울산공장은 4개 사내하청 260명의 비정규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2006년 8월 울산공장 1호차를 생산했다. 정규직은 사무직 37명과 직반장급 관리자 40여명뿐이었다.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 공장은 ‘꿈의 공장’이었다. 정규직 670명의 부산공장은 연 1,500~2000대의 버스를 생산해냈지만, 사내하청 260명의 울산공장은 연 3,000대를 뽑아냈다.

    ‘정규직 0명 공장’ 2년 만에 회사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었다. 물량을 모두 울산공장으로 보냈고, 급기야 11월 3일 생산직 670여명 가운데 237명, 사무관리직 300여명 중 80여명을 감원하고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알렸다.

    백기 든 정규직 파업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대우버스노조는 울산공장으로의 통합에 반발해 9월 중순부터 2~3주 파업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울산 비정규직공장이 ‘쌩쌩’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대우버스노조는 파업을 접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현재도 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비정규직공장과 맞바꾼 OT 56시간은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독이 든 사과’였던 것이다.

    ‘정규직 0명 공장’을 만들려는 회사에 맞서 생산직노조와 별도인 금속노조 대우버스사무지회가 파업에 나섰다. 대우버스사무지회는 11월 3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지만 사무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회사는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회사가 노리는 것은 부산공장을 노동강도가 극심한 울산으로 옮겨 나이 많은 조합원들을 그만두도록 만들고 결국 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장 이전과 구조조정에 맞선 대우버스 사무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래서 소중하다. 2주간 계속된 전면파업으로 회사의 사무행정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 백기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간 생산직 노동자들도 사무직 노동자들이 투쟁에서 승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참혹한 결과

    대우버스노조의 ‘비정규직 공장’ 합의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내일의 이익을 보지 못한 대중영합주의 운동의 참혹한 결과다. 56시간 OT, 60~70만원이라는 현금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자본이 노리는 것은 바로 정규직 노동자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대우버스와 반대의 사례는 똑같은 대우그룹에 대우자동차 소속이었던 타타대우상용차다. 타타대우상용차는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지회 규칙을 개정해 비정규직 340여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회사는 “인도자본이 투자를 안한다”는 등의 협박을 했지만 정규직 활동가들은 이를 뛰어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굳게 단결하자 자본의 분열 음모는 먹히지 않았다. 11월 3일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이 부서별로 함께 모여 조합원 교육을 받았고, 11월 8~9일 전국노동자대회에도 120여명이 참여했다. 앞으로 자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사무직과 생산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단결해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2008 전국노동자 대회에 참여한 타타대우상용차지회 조합원들(사진=타타대우상용차지회)

    현대자동차 에쿠스 생산 중단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115명이 집단해고 상태다. 에쿠스를 만들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다른 비정규직 일자리에 전환배치되면 그 자리에 있던 300여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집단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자본이 노리는 것 ‘자유로운 전환배치’

    하지만 현대차 자본이 노리는 것은 비정규직 해고가 아니다. <중앙일보>는 14일자 신문에서 “자동차 업계에선 글로벌 차 판매 감소가 1~2년 지속될 걸로 본다”며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해 국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잘 팔리는 소형차를 생산해 일손이 달리는 울산 1·3공장에 인력을 더 투입하고 일감이 적은 제네시스나 SUV 조립 라인 작업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자유로운 전환배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에쿠스 생산중단 사례에서 보듯이 정규직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의미한다. 현대차 자본이 노리는 것이다.

    대우버스사무 김화수 지회장은 “사무직이 파업하고 나서 오히려 현장이 사무직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규직 비정규직이 찢어져 싸워봤자 아무 소용없고, 하루라도 빨리 통합해서 자본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10월 17일 현대차지부의 1사1조직 부결은 더욱 뼈아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 노동자들의 단결만이 경제위기 구조조정에 맞설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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