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대생, 국제중 문제에 주목하라
        2008년 11월 18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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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생이나 기타 중하위권 대학생들은 중등교육의 변화에 관심이 없다. 국제중 문제에 일부 시민단체들만 결사반대에 나서고 있다. 나머지 국민이나 대학생들은 그저 해당 지역 아이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국제중은 지방대생에게도 현안이다.

    기득권 세력은 여러 단체가 결사반대하는데도 국제중 공세에 완강하다. 한국에서 기득권 세력은 일류대 학벌 집단이다. 그들은 왜 그럴까? 지금 우리 코앞에 닥친 경제위기 해결이 더 중대한 사안 아닌가? 왜 그들은 이렇게 급박한 시기에 국론을 분열시키면서까지 중학교 문제에 매달릴까? 이것이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제중 문제는 단지 중학교육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대학생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왜 이렇게 밀어부칠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학벌사회다. 이것은 대학서열체제에 의해 만들어진다. 대학서열체제는 몇몇 일류대 출신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패거리를 형성하고, 중급대학 출신들은 그 아래서 중간관리를 하고, 지방대나 삼류대 출신들이 그 아래 넓게 포진해 사회 기층을 형성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이렇게 출신대별로 신분이 갈리는 것이 학벌사회다.

    한국 기득권 세력의 불만은 한국 학벌사회가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데 있다. 지금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대학서열체제는 엄청난 입시경쟁을 초래해 사교육비를 폭등시킨다. 그에 따라 부잣집 자식들이 일류대학에 가게 된다. 쉽게 말해 서울 강남 부자들과 몇몇 지방 토호들을 위한 지배질서다.

    기득권 세력의 목표는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더 올려 이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한국은 귀족사회가 된다. 이것이 중등부문 교육개혁에 숨겨진 비밀이다.

       
      ▲ 사진=손기영 기자

    귀족사회라고는 해도, 정말로 옛날처럼 태생 가지고 사람의 신분을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 학벌사회가 중요해진다. 학벌을 기준으로 신분을 가르는 것은 간단하니까. 그런데 대학서열체제만으로는 이 신분 가르기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일단 고교평준화부터 해체하고 고교서열체제를 부활시킨다. 자사고로 등록금 인상은 필수다.

    그 다음 국제중으로 중학서열체제까지 만든다. 물론 여기에도 등록금 인상이 들어간다. 자사고와 국제중에는 모두 학교자유경영원칙이 적용된다. 동시에 대학자유화가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모두 서열화, 자유경영, 고액등록금 체제로 진입한다.

    국제중 따라 대학등록금도 오른다

    국제중의 학비는 앞으로 연간 2,000~3,000만 원 정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등록금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학생들은 해마다 등록금 몇 푼 가지고 데모한다. 그러나 국제중은 모르는 사이에 구조적으로 등록금 대폭 인상의 압력을 형성하는 장치가 된다.

    자유경영이 대세가 되면 학교의 이익추구경향이 심화된다. 학교들이 이익추구에 몰두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학생이 이익을 추구할 대상으로 전락한다. 등록금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유료 기숙사 등 온갖 명목으로 돈 낼 일이 더 많아진다. 또 상업논리로 운영되는 학내 서비스들이 늘어나 학생복지도 후퇴할 것이다.

    중학입시에서 학벌이 갈리고, 고교입시에서도 학벌이 갈리면, 대학입시에서만 학벌이 갈릴 때보다 학벌사회가 더 심화된다. 학벌사회가 심화될수록 일류학벌 패거리들의 사회적 지위는 상승한다. 입시경쟁 강화와 사교육비 폭등은 곧바로 일류학교의 가치증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등록금 몇 푼 깎을 일이 아니다

    입시경쟁 심화, 사교육비 폭등이 진행되는 동안 지방대의 지위가 추락한 것을 상기해보라. 학벌사회 학교서열체제의 심화는 반드시 일반학교 및 지방대의 지위를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중등부문 입시경쟁이 대학생에게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지방 국립대는 과거에 서울 지역 명문대 정도의 위상이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래 입시경쟁 격화-사교육비 폭등과 맞물리면서 위상이 대폭 실추됐다. 이제 지방대는 그저 ‘지방대’일 뿐이다. 이렇게 입시경쟁체제의 강화는 반드시 서울지역 일류대 지위의 상승과 지방대의 추락을 부른다.

    이렇게 될 경우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미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것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이곳이 학벌사회이기 때문이다. ‘학벌’은 이미 설명했듯이 패거리, 즉 집단이다. 그 학교의 간판을 공유하는 전체 집단이 한 학벌이다.

    일류대 지위가 상승하는 것은, 이미 일류대를 졸업한 사람과 현재 다니는 사람들 전체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지방대 지위가 추락하는 것은 지방대를 이미 졸업한 사람, 졸업할 사람들 전체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차별적 지배질서가 강화된다.

    그러므로 중고교 입시경쟁의 부활, 학교서열체제심화, 학벌체제강화는 절대로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국민의 이해가 여기에 걸려있다. 이런 원리로 국제중이 지방대생을 공격하는 창이 되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경제위기가 오건 말건 귀족사회화를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다. 그들은 한국사회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당장 자기 일이 아니면 방관한다. 대학생들은 그저 등록금 몇 푼 정도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런 식이면 영원히 당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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