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부세 안락사’ 여론 눈치 보는 한나라
        2008년 11월 18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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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유류세 환급 결정은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단비로 다가왔다. 1인당 24만 원이라는 돈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 위헌심판에서 “세대별 합산 과세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종부세 대상자들은 1인당 수백만 원가량 세금을 돌려받게 됐다. 이자까지 쳐서 준다고 하니 24만 원에 환호성을 지르던 서민들의 심정은 쓰릴 수밖에 없다.

    서민들은 종부세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한다. 그런 정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가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어느 언론은 ‘노무현 종부세’의 대못을 뽑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서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는 평가도 있다.

    헌재 결정으로 종부세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헌재는 종부세의 제도 취지 자체는 공감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행 종부세의 일부 내용을 손질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종부세를 안락사시키려는 움직임이 정부 여당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편들기’ 정책에 여당이 손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는 종부세 개편을 둘러싼 여당 내부의 고민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다음은 18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한나라 ‘종부세 개편안’ 갈등>
    -국민일보 <선행 짓밟는 악플>
    -동아일보 <건설사 7곳 자금지원 제외 검토>
    -서울신문 <‘사채 7조’ 서민빚 눈덩이>
    -세계일보 <71개대 수능 100% 반영>
    -조선일보 <‘세계 경제축’ 미·일·유로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
    -중앙일보 <71개 대학, 수능만으로 뽑는다>
    -한겨레 <정세변화 못읽나, 외면하나>
    -한국일보 <업무추진비 되레 늘려>

    종부세는 ‘강남 부동산 부자(강부자)’로 상징되는 부유층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종부세를 무력화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됐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적극적이었고 언론에서는 보수언론들이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종부세는 위태로운 생명을 이어갔다. 정부는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했다. 헌재의 일부 위헌 결정은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에 호재로 다가왔다.

    종부세를 수술대에 올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여권의 거침없는 행보에도 고민은 있다. 종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상황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헌재의 부분 위헌 결정으로 힘을 얻었지만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는 ‘부자 옹호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한나라 ‘부자만을 위한 정권’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인정"

       
      ▲ 세계일보 11월18일자 6면.

    세계일보는 18일자 6면 <장기보유자 감면·과세기준 ‘갈팡질팡’>이라는 기사에서 “당정이 종부세 개편안 마련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거의 합의한 것처럼 보이던 개편안 방향이 하룻밤 새 뒤집히는 일이 잦아진다”면서 “당정이 종부세 감면에 따른 ‘부자만을 위한 정권’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내부의 고민과 혼선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경향신문은 1면 <한나라 ‘종부세 개편안’ 갈등>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 개편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의 기준, 종부세·재산세 통폐합 문제를 놓고 이견과 혼선이 노출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일부 위헌 판단에도 불구하고 종부세의 목적·취지는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지역적, 계층적 이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린 결과로 풀이된다”면서 “이 같은 혼선은 종부세 완화로 인한 여론 악화와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비수도권·비강남권·소장파 의원들과 ‘종부세=징벌’로 보고 무력화에 나선 수도권·강남권·정책위 및 정부측의 입장차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한나라 ‘종부세 개편안’ 갈등"

       
      ▲ 경향신문 11월18일자 1면.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로 둔 홍준표 원내대표와 경기도 분당을 지역구로 둔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일보는 3면 <"1주택자 3년보유 땐 종부세 깎아줘야" VS "3년이 장기보유냐 8~10년은 돼야">라는 기사에서 “종합부동산세 개정 방향을 두고 한나라당 내 이견이 공개 표출되고 있다. 특히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 의장 간 의견차가 뚜렷하게 나타나 종부세 개편 작업에 진통도 예상된다. 중요 정책을 두고 여당의 원내 핵심지도부 간 이견이 확연히 드러난 것도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3년을 장기보유로 보고 종부세 감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여당 내부에서도 ‘무리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문제도 여론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부부 공동명의일 경우 과세 기준이 18억 원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부세 세율 인하라는 대원칙에는 정부 여당의 견해가 일치한다. 한겨레는 4면 <정부·여당 ‘종부세 안락사’ 공조>라는 기사에서 “기획재정부와 종부세 개편을 주도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참에 종부세를 ‘안락사’시키는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정부·여당, 종부세 안락사 공조"

       
      ▲ 한겨레 11월18일자 4면.

    한겨레는 “정부가 9월 말에 낸 개정안보다 과세 대상이 크게 줄고, 세 부담도 더 가벼워질 게 확실하다”면서 “종부세 납세자들에게 실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세율이다. 정부는 세율 인하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종부세 개편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6면 <‘종부세 개편안’ 갈라진 한나라>라는 기사에서 “여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 종부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여당 내 갈등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고민하자 일부 언론이 적극적 행보를 주문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위헌 법률 방치하는 국회는 직무유기>라는 사설에서 “국회 행태나 입법 태도를 볼 때 종부세법의 조속한 개정 또는 폐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헌재 결정 앞에 출신지역 사정이나 소신쯤은 접을 줄도 알아야"

       
      ▲ 중앙일보 11월18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면 헌재 결정 앞에 출신지역 사정이나 소신쯤은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국회와 정부는 법률 공백을 줄이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종부세법 개정 또는 폐지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종부세 무력화를 우려하는 여당 일부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도 <위헌 법률 깔고 앉은 국회, 입법부 자격 없다>라는 사설에서 “여당은 개정 방향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고 야당은 헌재 결정 자체에 반발하고 있어 대체 언제 개정이 될지 알 수 없다. 이래서는 법치도 못 세우고 민생도 못 살린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종부세 개편이 여권 의도대로 진행되면 ‘한나라당=부자옹호 정당’이라는 꼬리표는 쉽게 떼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중산층·서민’ 운운할 자격 있나>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은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하되 과세구간별 세율을 현행 1~3%에서 0.5~1%로 낮춰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면서 “가구별 합산 과세는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에 이어 개편안이 현실화할 경우 종부세는 실질적으로 기능을 다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헌재 결정도 모자라 한 술 더 뜨겠다는 건가>라는 사설에서 “취득·등록세를 경감해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장 종부세 대상이 아닌 쪽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면서 “정부·여당은 종부세 형해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를 호도하면서 실제로는 세금을 덜 내도록 해 주려고 작정한 듯하다. 이런 꼼수를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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